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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214178
· 쪽수 : 118쪽
· 출판일 : 2009-10-20
책 소개
목차
조각1 아버지의 일기
조각2 길 위의 결례
조각3 사랑은 나를 무겁게 한다
작품해설 - 박해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딸의 사치
TV를 보는데
딸이 핸드백을 13,000원에 샀다고
이쁘다고 자랑을 한다.
이쁘다 했더니 그렇제 하면서
쪼르르 나가더니
구두를 가져와서는
방에서 신고는 이쁘냐고 묻는다.
20,000원 줬단다.
예쁘다고 했더니
다시 쪼르르 가더니
병아리 색 셔츠를 입고 와서는
어떤데 하고 묻기에
이쁘서, 이쁘다고 했더니
6,000원 줬다면서
잘 샀제 하기에,
우리 딸 얼굴도 이쁘고
물건도 싸게 사는 재주도 있는데
대학생 되면 좀 좋은 거 하고 다녀야
되는 거 아니가 했더니만,
아빠 닮아 이쁘서 아무거나 해도
이쁘다면서 웃길래 같이 웃는데
눈꼬리에 맺히는 눈물방울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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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 준 아침 밥상
먹을 것이 없다고 칭얼거렸다.
밥상을 받으면
어머니는 보이지 않고 밥상만 보여
깨작거리며 투덜거렸다.
세월이 흘러도
밥상 투정은 고치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 세상에 나왔다.
세상은
어머니 차려 준 밥상보다 못해
숟가락을 들지조차 못했다.
칭얼거리고 투덜대어도
다시 차려주는 사람 없어
내 마음에 드는 밥상을 차렸다.
내 밥상을 받아든 세상이
먹을 것이 없다고 투덜거리자
어머니의 측은한 눈이 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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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꽃 이파리 지자
서늘한 미소
강물에서 피어오른다
슬픔은 저와 같아
체온을 더듬는 손짓으로
몸살을 앓게 만들고
오늘 밤, 오늘 밤
흐느끼며 응석하는
초롱한 눈매
찬란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을까
사라지는 것도 저리 아름다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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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슬포가 슬프다
가보지 않았지만
어디에 있는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모슬포는 슬프다
서쪽에 기운 해
그 주홍빛 눈물을 보면
모슬포는 긴 외로움에
홀로 바다에 떠 있다.
사람 많은 거리에서
아는 얼굴 하나 없을 때
모슬포는 푸른 바다에 빠져
먼 섬의 등대를 홀로 보고 있다.
모슬포가 왜 슬픈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단지, 있지도 않은 첫사랑이
애틋하고 그립듯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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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죽거든
사랑하는 사람아 내 죽거든
흉흉한 바람만 부는 산에 묻지 말고
푸른 눈 부릅뜬 강물에도 뿌리지 말고
하루종일 사람들 발길 끊이지 않는
번화한 사거리에 뿌려주오
사랑하는 사람아 내 죽거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눈물은 흘리지 말고
세월에 묻히는 아쉬운 한숨 쉬지 말고
기억 한쪽 끝에 고이 묻어두었다가
정말,
내가 그리운 날이 있다면
번화한 사거리에 와서
사라진 내 이름이나 한번 불러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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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
모든 것이 눈을 감은
침묵이 네가 떠난 자리에 남았다.
남아있는 한 가지 눈물로 나는 익어가고
네가 떠난 자리에 내 무게는 없다.
아름다운 것은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가
태양은 서쪽 하늘에서 붉게 사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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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까닭은
그립다는 것은
아직은 살아있다는 증거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아직까지 소진되지 못한 것이
꺼지지 않은 불씨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차가운 대지에 떨어지는 눈물은
모든 것의 유일한 증거로
반짝이는 시간의 빛이다
은밀하게 이루어져 눈치채지 못하는
사랑의 외로움이 모든 흔적으로 있듯이
삶은 사랑과 같이 그렇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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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벌
너와 도망가 살고 싶다.
만날 주문을 왼다.
너와 도망가지 못하는 것은
너와 나에게 죄를 짓는 것이고
너와 내가 도망가는 것은
세상에 죄를 짓는 것이다.
사랑과 소유가 죄가 되는 시간이다.
너와 도망가 살아도
도망이 되지 못하고
세상에서 살아도 도망가지
않은 것이 아니다.
죄가 벗을 수 없는 벌이 되는 시간이다.
너와 도망가 살고 싶다.
가져도 가진 것이 아니고
버려도 버린 것이 아니고
죄를 짓고 벌을 받고 벌을 받고 죄를 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