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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여행에세이 > 해외여행에세이
· ISBN : 9788993255287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09-05-29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4
죽은 자가 산 자를 먹여 살리는 나라 이집트
카이로 입성
카이로에 도착하다 13
시끌벅적 칸 카릴리 시장 16
투탕카멘과 마주하다 19
인류 역사의 상징, 기자 피라미드
기자로 향하다 22
피라미드에 가다, 스핑크스를 보다 23
아스완 펠루카투어
들어는 봤나, 이집션 타임 32
키치나섬과 엘레판티네섬 38
한밤의 스무고개 40
이 죽일 놈의 바가지 43
영원한 사랑과 권력의 상징, 아부심벨 50
바하리야 사막의 밤
태곳적 지구의 모습이 이러할까 55
하얗고, 검고, 빛나는 57
룩소르 왕가의 계곡
죽은 자들의 도시, 룩소르 63
이집트에서 박시시 받은 사연 70
갑자기 화장실 이야기 77
이집트와 성희롱
아랍 여행의 최대 복병, 성희롱 84
내 부인을 농락하다니, 용서치 않겠다! 87
그건 문화 차이가 아니야! 91
방갈로에 구멍이 뚫리던 순간 94
꼬맹이들이 수영은 안 하고… 96
다합과 홍해
다합에서 멈추다 99
해상 스포츠의 천국, 홍해 101
이집트 보양식, 통닭과 단 과자 107
야자나무 아래서 110
다합 레스토랑 순례 114
누구를 위하여 폭탄은 터지나 121
* 이집트 여행 정보 124
사막에 핀 친절한 회색 꽃 요르단
장밋빛 도시 페트라
직접 보면 쓰러진다! 131
촛불 일렁이는 페트라의 밤 135
붉은 사막 와디럼
붉은 모래, 붉은 돌, 붉은 바람 138
뙤약볕 사막에서 구조를 요청하다 144
* 요르단 여행 정보 152
신과 인간이 공존하는 나라 이스라엘
키부츠 생활기
세계 각국에서 온 키부츠 볼런티어들 159
한국인? 그럼 중국말 좀 해봐! 168
한밤의 쥐잡기 전쟁 173
수지침과 치즈 할아버지 183
그래도 애는 착해 191
소심한 복수 194
끝없는 검문소
샬롬! 베들레헴 198
이스라엘 불매운동 206
축제를 즐기는 이스라엘
동양미술 가이드와 베이비시터 212
출애굽 행사와 부림절 219
키부츠 야외 결혼식 223
도랑이냐 계곡이냐, 볼런티어 트립 226
아름다운 혼돈의 도시, 예루살렘
똑똑, 평화는 아직 멀었나요? 232
홀로코스트 산업 242
* 이스라엘 여행 정보 244
하얀색 신화의 땅 그리스
신화의 땅, 아테네
수블라키 피타의 유혹 251
여행 권태기 극복법 258
산토리니와 미코노스
그리스를 보려면 섬으로 가라 264
터키행 통통배에서 죽음을 맛보다 268
* 그리스 여행 정보 272
아시아와 유럽의 매혹적인 경계 터키
이스탄불
터키의 심장, 이스탄불 279
이스탄불에서 라마단 나기 282
셀주크 유적
다산과 풍요의 여신 287
장엄한 몰락의 현장, 에페수스 288
목화의 성 파묵칼레
새하얀 석회수가 만든 에메랄드빛 환상 293
히에라폴리스의 할머니 296
바위섬 카파도키아
신비의 버섯돌 도시, 카파도키아 300
바람의 맛, 여행의 맛 307
* 터키 여행 정보 316
리뷰
책속에서
“혹시 펜 있나요?”
이집트에서 ‘펜을 달라’는 말은 곧 돈이나 선물을 달라는 뜻과 같다. 뻔한 속셈이지만 딱히 따지기도 뭐해 제풀에 지쳐서 펜을 꺼내주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한국산 펜 하나를 이리저리 돌려본다. 펜을 건네받은 이집트 아저씨가 종이에 뭔가를 적으며 펜이 좋다고 하더니 내게 돌려준다.
“잘 썼어요. 정말 고마워요.”
설마, 정말 돌려주는 건가? 순간 얼떨떨해 있는데 아저씨 주변을 둘러싼 꼬마들이 폴짝폴짝 뛰며 소리친다.
“웰컴 투 이집트! 웰컴! 마이 프렌도!”
미당 서정주는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고 읊었다. 하지만 나를 키운 것은 그 바람이 어루만지고 지나간 사람들의 이마였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얻고, 버리고, 채우고, 나누고 싶어서 길을 떠난다. 그러나 여행은 떠남도 머뭄도 아니다. 그 역시 생을 따른 치열한 움직임의 일부이자 충실한 일상 중 하나일 뿐. 길 위의 삶들은 항상 나를 생날것의 일상으로 이끈다.
이슬람교도의 다섯 번째 의무는 ‘여행’이라고 한다. 성지 메카를 향해 일생에 꼭 한 번이라도 순례의 길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신 앞에 고개를 숙이며 걸어가는 그 한 걸음 한 걸음에는 나도 없고 너도 없고 빈부와 귀천도 상관없는 신실한 발자국 두 쪽만 남는다. 우리의 떠남 역시 마찬가지다. 길은 평등을 가르치고 겸손을 가르친다. 생에 대해 겸손하라고, 세상은 그래도 아름다운 곳이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웃어라, 그리고 사랑하라. 텅 빈 거리 홀로 지나가는 바람 한 점에서도 맡을 수 있는 진득한 삶의 향기. 이들과 나누는 건강한 소통은 나를 항상 온전한 나로 이끈다. 여행이 끝난 후에도 가만히 앉아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맑간 풍경 소리 같은 저들의 웃음이 경쾌하게 들려온다. 이후에도 크고 작은 여행들은 계속 있었지만 아랍을 돌며 배운 하루들은 내 삶의 온전한 밑거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