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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93473360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12-06-05
책 소개
목차
그때는 그랬지
그레고리의 상자
십자수 킬러
면도하고, 청혼하고
사과나무 그늘 아래서
코딜리아
이거 두 개, 저거 하나?
도깨비 동창회
테세우스의 배
역자 후기
책속에서
“그래서 두 분은 그냥 결혼하신 거군요.”
“그렇지.”
“그리고 7개월 후에 엄마가 태어났고요.”
“맞아.”
“놀라워, 정말 놀라운 일이야!” 이 이야기만 들으면 항상 이런 말이 튀어나옵니다.
“뭐가 그렇게 놀랍다는 건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엄마는 언제나 이렇게 토를 달죠. “그때는 다 그렇게 했어.”
그러면 나는 설명합니다.
“그 모든 꿈들, 모든 계획들, 할아버지의 페르시아 만과 할머니의 ‘평화의 나라’, 그 모든 게 연기 속으로 사라진 거잖아요. 그냥 그렇게, 아기를 갖고서 결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전부 다. 그 신호음만 아니었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는데……. 요즘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습니다.
“말했잖니? 그때는 달랐다고. 아주 많이.”
시계가 일곱 시를 알렸습니다. 영화의 첫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면 지금 가야합니다. 나는 일어나서 매니큐어 병들을 선반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았습니다. 연두색, 은색 병이 나란히 붙어 서 있습니다.
“꼭 외계인들 같아, 외계인.”
“누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니면 네 그 꼬마 유리병들?”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나도 모르겠어요.
“다녀올게요.” 나는 엄마 뺨에 쪽 소리가 나도록 뽀뽀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어디 가지 마세요. 그리고 이야기 고마웠어요.”
엄마는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옛날에 딸들이 엄마한테 해달라고 조르던 이야기는 이런 게 아니었는데…….”
나는 싱긋 웃었습니다.
“뭐, 지금은 그때랑은 많이 다르잖아요? 아주 많이요!”
어머니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렇게 쉽게 생각하지 마라!”
“저는 정말 이해를 못하겠어요.” 나는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두 분은 제 괴상한 헤어스타일도 이해하셨고, 괴상한 옷차림도 참아주셨어요. 제 끔찍한 음악 취향도, 형편없는 친구들도 그랬고요, 또…….”
“그레고리! 이건 그런 것들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야!”
“네!” 나도 되받아 소리쳤습니다. “바로 그거예요! 그게 바로 제가 더 이상 ‘아닌 체’할 수 없는 이유라고요! 학교에서도, 운동 팀에서도, 여자 친구들에게도, 그리고 집에서도, 토요일에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도, 그 어디에서도요. 세상에 내가 나일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는 있어야 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