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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최휘 (지은이)
시로여는세상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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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3541519
· 쪽수 : 142쪽
· 출판일 : 2018-01-25

책 소개

시로여는세상 기획시선 13권. 2012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 후 꾸준한 활동을 해온 최휘 시인의 첫 시집이다. 최휘 시집은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는 기억이 아니라 쓸모 있는 기억들의 서사가 시집 곳곳에 빼곡하다. 시인은 민감한 언어의 촉수를 내장하고 있다.

목차

1부
소녀들의 나라│담배가 꽃피는 계절│숨은그림찾기│꼬랑지 같은 그림자 한 토막이 굴러왔다│벤치 혹은 연애│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참새가 떼로 날자│이상하고 아름다운│자두자두│오! 진이│압화(押花)│자취│눈깜짝할새│봄밤, 벚꽃 아래서 한 잔│목 졸라 죽이고 싶은 단어가 세 개 있다│그릇을 부시다│응?

2부
푸른 개가 날 깨워│홍도 4인방│사각│숨은 집│밥밥 씨바블│큰언니│탁자 아래 떨어진 콩 하나가│장손인가?│나무손│오후 5시가 갈라진다│장남이 돌아왔다│산딸기│방을 훔치다│창꽃 뒤에 누가 숨어 있을까│아버지는 없다│파이팅│일번 방에서 칠번 방까지│복숭아뼈│부지깽이

3부
간을 빼주다│엔딩노트│의지가지없는 애처럼│해롱다리의 입장 표명│가령, 이어폰을 끼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데 무장괴한이 소리치면│방문교사│값│굿바이증후군│빨간 나이키│스물한 살, 청│머리공방│양말? 양발?│소곤소곤 풍경│고양이 액션│나무 계단│말들은 먼 곳처럼│커다란 인형 하나가 필요해│6개월이 지난 다이어리를 샀다│개똥지빠귀가 옥상 난간에 앉아 있는 동안

해설
쓸모 있는 기억들의 서사와 통각의 언어_이재훈

저자소개

최휘 (지은이)    정보 더보기
경기도 이천 장호원에서 태어났다. 2012년 《시로여는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동시집 『여름 아이』가 있다. 문학동네동시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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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난데없이 덜그럭덜그럭 황태처럼 흔들린다 연고도 없이 용대리란 곳이 그립다 용대리가 물처럼 쏟아지고 꾸덕꾸덕 목구멍이 마른다 수화기를 든다 우리 용대리 갈까 넌 참 한가하구나 머리카락을 한 갈래로 묶자 머리통이 이면지처럼 쓸모없어진다

겨울은 두 손으로 자꾸 가슴을 끌어안는 것, 휴가를 까만 숫자로만 사용하는 언니는 대신 입술이 빨갛지 이 말을 저쪽에 저 말을 이쪽에 전하다가 그만 입이 야비해지거나 쓸모없어지거나

여행이란 말을 쌓아 올려본다 기차처럼 칸칸이 비행기처럼 높이 높이 여행이란 글자에는 동그라미가 두 개, 두 눈 속에는 눈 덮인 대관령이 하얗게 자작나무 요정들이 새하얗게 있지 언니들은 이미 발목 부츠를 벗고 누워 누군가와 또다시 뚜, 뚜, 뚜,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나간 여름 위로 눈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쌓인다 달력이 순서대로 넘겨지듯 올해가 넘어간다 끝내주게 끝장내버리게 딱히 죽어도 여한은 없게 일몰처럼 빨갛게 일몰에 걸친 구름처럼 뭉게뭉게

용대리는 사무실이고 뒤통수고 일요일이고 몽상이고 삼거리지 꼭 용대리만은 아니지 그냥 황태해장국처럼 퍼마시고 싶은 용대리

나는 혼자 코웃음을 쳐본다 쓸쓸하지 않은 척,


소녀들의 나라

마우스를 클릭하면 예쁜 열두 살이 튀어나와 견딜 수 없이 기뻐요
소녀나라 장바구니에 무작정 쓸어 담는 이 맛
장바구니 가득 쓸어 담은 물건을 그냥 두고 나와도 괜찮은 밤
지금 내 기분은 만 원이나 만이천 원 정도
어제 입은 옷은 또 입고 싶지 않죠

반품하면 배송비를 빼고 나머지는 적립금으로 전환한대요
적립금에 발목 잡혀 적립하는 소녀
어쩜 이렇게 사는 건 잘 못 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럴 땐 올여름 가장 핫한 빨간 틴트 사천 원을 클릭해요
사천 원짜리 기분이 택배로 도착하면
귓구멍에 빨간 바람이 들어가 또 어지러울까요

내일이 오기 전에 리뷰도 읽고 새 옷에 맞는 표정도 연구해야 하는데
구두는 더 높아지고 싶고 치마는 더 짧아지고 싶어 핑크핑크한 밤
매일 밤 잠을 적게 자도 계속 키가 크는 건 별이 되고 싶어서죠

흔들려요 누가 자꾸 몸을 탕탕 쳐요
데굴데굴 혼자서 웃다가 후기 사진을 올리는 밤
허접한 후기 제송해여~~ 이렇게 무심한 척 써놓고
좋아요가 별처럼 꾹꾹 눌려지는 밤이면 좋겠어요


참새가 떼로 날자

참새가 떼로 날자 회화나무 가지가 벌어진다

공중이 수직으로 끌려 올라간다

날고 또 날고 다시 날고 자꾸 날면 저렇게 많은 날개가 생겨나는 걸까

참새의 가느다란 발꿈치에 날개가 매달려 있다, 신발처럼

참새는 그저 날 뿐 날개가 어디에 붙었는지 생각하지 않지

팔을 휘저으며 나 날고 있니? 이러지 않지

참새는 세 갈래로 갈라진 꼭 자기 발 같은 신발을 직직 끌고

급조된 공중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걸까

수직으로 떨어질 때는 양 날개를 활처럼 휘어 공중에 몸을 매어놓는 걸까

그때 가볍게 밀어주는 바람 가볍게 흔들리는 몸

현기증이 날 때까지 날아오르는 참새도 있을까

거기까지 가고 싶어 발바닥이 닳아빠질 때까지

사슬 같은 공중을 끌고 참새들이 떼로 날아오른다 촤르륵 촤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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