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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한국정치사정/정치사 > 제3공화국/제4공화국
· ISBN : 9788993854558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3-01-28
책 소개
목차
저자 서문
제1장 유신시대의 남산, 한번 디디면 빠져나올 수 없는 생지옥
제2장 지나간 모든 것은 다만 ‘서곡’에 지나지 않았다
제3장 그땐 일인의 야욕을 위해 만인을 짓밟는 시대였다
제4장 유신체제는 살아있는 양심들에게 ‘고행’이었다
제5장 박정희는 그 어린아이의 편지를 읽어보았을까
제6장 “사법사상 암흑의 날”
제7장 “그날 이후로 내 삶은 늘 절뚝거렸다”
제8장 시민이 늘 깨어 있어야 하는 이유
편집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결국 공안부를 구성하고 있던 이용훈 부장검사와 김병리·장원찬·최대현 검사는 1964년 9월 5일 증거불충분으로 “양심상 도저히 (인혁당 사건 관련자들을) 기소할 수 없으며 공소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며 기소장 서명을 거부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직접 압력을 받는 상부에서 이들의 의견을 가만히 수용할 리가 없었다. 검사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층은 이들을 야단치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며 압력을 가했으나 최대현 검사를 제외한 3명의 검사들은 사표까지 제출하며 자신들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당시 중앙정보부장이던 김형욱은 후에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 부분에 대해 “아직은 살아있던, 검찰의 양심에 판정패를 당한 셈”이라고 기록했다.
“정부가 학생들에게 얻어내려는 것은 다 조작된 거예요. 공산주의자들의 음모라는 발표가 있을 테니 보세요. 반체제 학생들, 목회자들, 노동조합 간부들 아니면 정부를 비난한 자들을 포함하여 아주 교묘하게 짜 맞추어서 말이에요.”
“어떻게 그런 조작과 음모가 가능합니까?”
“우리는 지난 15년 동안 남한에서 소위 ‘공산주의 위협’에 대해 군과 민간 전문가들을 통해 철저하게 조사했습니다. 그리고 매번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부를 보세요. 자기네들이 필요 할 때 대대적으로 부풀려 어떤 음모를 찾아냈다고 할 테니까요. 반체제 인사들을 옥죄는 방법으로 그 이상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어요.”
“정당하지 않군요… 그럼 시위가 모두 끝날까요?”
“아주 빨리요. 남한에서는 공산주의자란 말만 꺼내면 모두 숨고 도망가니까요.”
“그럼 정말 공산주의자는 없나요?”
“어떻게 잘 짜 맞추는지 한번 보세요.”
“야 깨어났어.” “신경이 괜찮다.” 수사관들 중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사내의 다리를 담뱃불로 지져보더니 동료에게 말을 건넸다. 잠시 한숨 돌리는 사이 정신이 돌아온 듯했다. 기절했던 사람이 깨어났으니 고문은 다시 시작되었다. 이 순간 생각 따위가 개입할 틈은 없었다. 지금 서 있는 자리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면 눈앞에서 초주검이 되도록 맞고 있는 사람이 언제 나로 바뀌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위에서 시키는 일만 충실히 한다면 자신의 안전은 보장받을 수 있었다. 여기 던져진 사람은 차라리 짐승이어야 했다. 죄가 있건 없건, 이 방에 들어올 때부터 그들의 운명은 어차피 정해진 상태였다. “그 방들 속에서의 매 순간순간들은 한마디로 죽음이었다.” 1974년 민청학련 사건의 용의자로 잡혀 들어가 옥고를 치른 김지하 시인은 수감 당시의 고통에 대하여 이렇게 토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