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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864014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09-06-25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제목: 슬프도록 노란 계란 프라이
괜찮아, 너의 가녀린 심장, 무엇으로 꽉 차 있다 해도
괜찮아, 너의 샛노란 미소, 무엇을 위해 존재한대든
괜찮아, 너의 무분별하고 하얀 치맛자락, 무엇을 위해 가리고 있다 해도
언젠가 그 시간이 오면 나는 네게로 달려가
날카로운 삼지창으로 그 슬픔을 찌르리. - 17쪽 중에서
그 즈음 나는 너무 무서운 여자와 첫 관계를 가진 사실에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고 매일 밤 악몽에 시달렸다. 그 상태가 너무 심각한 나머지 꿈과 현실을 혼동한 채 사실은 이게 꿈이고, 그게 현실인데, 이거랑 저거랑 완전히 뒤바뀌어서 그 놈의 ‘윤리적 무관심’ 상태가 되어 물건을 훔치기 시작했다. - 25쪽 중에서
우리는 학생식당에서 철판 햄버그를 먹었다. 몇몇 학생들이 그에게 사인을 받아갔다. 그와 마주앉아 식사를 하는 것은 우라지게 자랑스러운 기분이었다. 나는 아는 애들 얼굴이 눈에 띌 때마다 천선생에게 휴지를 건네거나 물을 따라주면서 절친한 척을 했다. 헤어질 때는 수첩에 사인을 받았고, 더불어 틈틈이 시를 쓰고 있는데 이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평가를 부탁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시인은 흔쾌히 허락했고 이메일 주소와 핸드폰 번호까지 적어주었다. 이건 정말이지, 대단한 ‘빽’이 생긴 거다! - 56쪽 중에서
<미친 티파티>는 모자장수와 삼월토끼, 그리고 도마우스가 차를 마시는 식탁에 앨리스가 끼어들어 다 함께 헛소리를 해대는 장면이다. 누나의 말에 따르면, 각종 회담에서 선진국 지도자 및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모이면 꼭 그런 장면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언어로 헛소리를 해대는데 누군가 “야, 이 똥구녁!”하고 자기 나라 말로 욕을 하며 웃으면, 무슨 소린지도 모르고 적당히 따라 웃는다는 것이다. - 65쪽 중에서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리나는 내 여행을 아주 혐오했다. 그리고는 <다시는 내게 전화하지 마!>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뛰뛰 소리가 나는 수화기를 한참 쳐다보다가 가만히 내려놓았다. 내려놓자마자 전화벨이 울리는 바람에 깜짝 놀라 받으니 리나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로, <오빠는 진짜 웃기는 사람이야! 알어?>라고 묻더니 내 대답도 듣지 않고 끊어버리는 것이었다. 나는 “모른다.”고 대답할 생각이었는데. - 186쪽 중에서
“세상에는 수많은 비렁뱅이들이 있는데 어째서 권정생 선생은 단 한분일까? 너 생각해본 적 있니? 아무 대답 없는 걸 보니 생각해본 적이 없구나. 오로지 그 분만이 사유를 했기 때문이야. 그분은 뭔가를 뛰어넘었어. 경계라고 불러도 좋아. 그 경계를 뛰어넘게 한 것은, 보통의 성공한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오기도 아니었고 증오도 아니었어. 그분은 힘든 삶과 그 삶을 살게 해준 가혹하기 짝이 없는 세상을 사랑했다구. 솔직히 나는 그런 사랑은 갖지 못했어. 나는 속 좁은 인간이지. 내게 고통을 준 세상을 사랑할 수는 없어. 오히려 나는 그들을 마음껏 씹어주고 통쾌해할 거야. 하지만 그런 세상을 사랑한 권정생 선생을 사랑할 수는 있어. 앞으로도 그 점에 있어서는 변함이 없을 거야. 진짜를 알아보는 것, 닮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나 자신으로 남아있으면서 그 실체를 아는 것, 중요한 것을 잊지 않는 것, 어떤 부분에 있어서 영원히 소년으로 남는 것,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것이야.” - 192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