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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3883428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0-12-13
책 소개
목차
1권
1. 천문(天門)이 열리던 날
2. 수문장의 심장
3. 지지 않는 달
4. 음모
5. 흑룡의 愛
6. 달을 품다
7. 황도
8. 살아남는 법
9. 악몽
10. 불어오는 바람
11. 결심
12. 무너진 세상
2권
13. 月狂
14. 개화
15. 추락하는 달
16. 각성
17. 광기
18. 그를 버리다
19. 마음을 묻다
20. 귀환
21. 그의 달
22. 그 후
23. 달이 머물다
남은 이야기
별의 마음
작가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북쪽에서 오신 흑룡 님이시군요.”
자신의 옷자락을 잡은 그에게 미소를 보이며 고개를 숙인 여인을 보고 그도 엉거주춤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것이 예(禮)라는 것은 자연히 알게 되었다.
“천문에 들어갈 수가 없다. 천문은 언제 열리지?”
적룡이 그와 여인의 사이에 끼어들며 물었다.
“천계에 드실 분들이 모인 지금, 천문은 다음 보름에 열립니다. 보름마다 통과하실 분은 단 한 분뿐. 마지막 분까지 통과하시기까진 석 달하고도 보름이 걸리겠지요.”
“우리는 지금껏 기다려왔다. 왜 모두 함께 들어갈 수 없는 게냐!”
“하늘의 뜻이지요.”
묘하게 웃으며 붉은 입술을 여는 여인의 모습에 그곳에 있는 모두가 넋을 잃었다. 사념을 버리고 이곳까지 어이 올라왔던가. 모두가 마음속에 깃들어 기생하려 하는 감정을 떨치고 시선을 돌렸지만 흑룡의 눈은 끝까지 여인을 향하고 있었다.
“상희(嫦羲)라 하옵니다. 앞으로 이곳에 계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시중을 들겠습니다.”
여인이 말을 내뱉을 때마다 알 수 없는 한기가 들었다. 온몸이 얼음덩이 같아 흑룡은 자신을 상희라 부르라 한 여인의 손을 잡아챘지만 순간 생각지도 못한 따뜻한 온기에 주춤했다.
“찬 소리는 하지 마라.”
흑룡의 행동에도 놀라지 않은 상희의 눈이 초승달마냥 휘었다. 가늘게 뜬 그 눈빛 사이로 그를 주시하는 눈은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지금껏 보았던 어떤 것보다도 아름답게 웃는 얼굴에서 찬 서리가 뚝뚝 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흑룡이 잡은 손에 힘을 주자 가볍게 그것을 떨쳐낸 상희가 입을 열었다.
“눈에서 사념(思念)이 보이십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룡이 흑룡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순식간에 눈앞에서 상희가 사라졌고 대신에 진중한 얼굴로 하얀 눈썹을 치켜뜨고 있는 백룡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음을 거둬.”
가타부타 설명하지 않았지만 백룡의 말이 무슨 뜻인지는 자리에 모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수천 년의 기다림을 헛된 바람으로 만들 셈인가?”
대답하지 않는 흑룡에게 백룡이 다그치자 그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흑룡의 까만 눈동자에서 일렁이는 어둠은 이미 그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의 정체를 아직도 모르겠나!”
단 한 번도 서로를 마주하지 못했지만 피로 나누었던, 이미 이 세상에 없는 같이 태어난 형제들보다 더한 인연이 영겁의 고통을 참아왔던 이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월궁(月宮)에 처소를 마련했습니다. 항아(姮娥)들을 따라 올라가셔서 쉬셔요.”
백룡외 외침을 가로막고 상희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며 물러갔다.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흑룡이 쫓아가려 하자 또다시 백룡이 그 앞을 가로막았다.
“사념을 버리지 못할까!”
“……. 사념.”
흑룡의 입이 열렸다. 여전히 백룡이 가로막은 그 길목에서 홀연히 사라지는 상희의 뒤를 쫓고 싶은 마음만 드는 그를 보며 결국 뒤에 있던 적룡이 낮게 혀를 끌끌 찼다.
“모다 천문에 들지는 못하겠군.”
누군가가 중얼거린 그 말의 뜻조차 쉽게 이해하지 못한 흑룡은 모두가 떠난 그 자리에 우두커니 남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