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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3886382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09-09-28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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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푸성귀는 다 어디가고, 죄다 비린 것들뿐이냐?”
“낮에 원님이 푸성귀 많다 뭐라 하셨잖아요.”
“그거야….”
일부터 골탕을 먹이려고 이러는 건가 싶어 이원이 벌컥 말을 내뱉다가 꽃님이의 얼굴을 보고는 말을 멈췄다. 얼굴을 보아하니 골탕 먹이려는 의도는 아닌 듯했다.
“원님이 좋아하시는 걸로 차린 건데요.”
이원이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말했다.
“어서 가서 김치랑 푸성귀도 가져오련.”
배고팠던 꽃님이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입을 삐죽 내밀고 일어섰다. 그리곤 방을 나서는데 이러고 꿍얼거렸다.
“기껏 생각해서 차린 건데….”
이원이 못 들은 척 가게 내버려 두고는 한쪽에 내려놓은 꾸러미를 가져와 보자기를 풀었다. 풀어보니 연적을 넣는 연갑이 들어 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그의 예상대로 상자 안에 연적이 들어 있었는데, 그 연적 모양이 참으로 기묘하구나. 이원이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복숭아연적을 꺼내 들고는 미간을 잔뜩 좁힌 채 바라보았다. 하고 많은 모양의 연적 중에 왜 하필 복숭아인가, 말해주지 않았지만 알 것 같았다.
천수를 누리라고 복숭아연적을 건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뜻으로 보기에는 연적의 모양이 너무나 요염했다. 복숭아연적 중에는 푸른 잎이 있는 것도 많은데 이 연적은 온통 하얀 색깔의 복숭아였다. 그리고 복숭아 꼭지만 진홍빛으로 칠해져 있어서 누가 봐도 여인의 젖가슴을 떠올리게 하는 연적이었다. 이원은 여인의 젖가슴을 어루만지던 옛 기억이 떠오르자 손에 쥐고 있던 복숭아연적을 얼른 상자 안에 내려놓았다. 누가 보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적나라한 교태고 유혹이었다.
이원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상자 안에 있는 연적을 내려다보고 있을 즈음 꽃님이 푸성귀와 김치를 가져와 상에 내려놓았다. 그러다 열려진 상자 속에서 연적을 보고는 감탄을 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우와, 복숭아네요.”
가까이 다가가 상자 안의 복숭아연적을 들여다보던 꽃님이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가져가 진홍빛을 띠는 복숭아꼭지를 어루만졌다.
“……너무 예쁘다.”
이원은 복숭아연적을 어루만지는 꽃님이의 작은 손을 내려다보다가 문득 시선을 들어 꽃님이의 발그레한 볼을 쳐다보았다. 열여섯, 어린 애기씨의 볼도 꼭 복숭아 같았다.
“밥이나 먹자.”
이원이 상자 뚜껑을 닫고는 밥상으로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는 밥 한덩이 입에 넣고는 마치 절간에서 수행하는 스님처럼 눈을 감고 밥만 우적우적 씹었다. 푸성귀를 입에 가져가던 꽃님이 그런 원님에게 눈을 말똥거리며 물었다.
“왜 밥만 드세요?”
이원은 안 들리는 사람처럼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