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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3964530
· 쪽수 : 284쪽
· 출판일 : 2013-03-04
책 소개
목차
1장 인간의 하루
2장 피에타 - 자비를 베푸소서
3장 너머의 세상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언젠가, 지금은 이혼한 전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함께 집을 나왔을 때, 터미널 딱딱한 나무 의자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던 그 기약 없는 절망의 순간에도 엄마를 위로해주던 이는 갓 초등학교에 입학한 우빈이었다. 중증의 알코올중독을 앓던 제 아빠가 홧김에 내던진 술병에 맞아 이마 전체가 피범벅이 된 우빈이 말을 건넸다. 흐르는 피를 휴지로 틀어막으며, 어서 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길 보이지 않는 신에게 기도하던 그때, 우빈이 했던 말이 있다. 지금도 지수에겐 그 말이 잊히지 않고 남아 있다.
‘엄마, 울지 마. 내가 있잖아.’
‘내가 있잖아.’
세영의 몸도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그 순간 세영은 살아야 한다는 것 외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살아야 한다는 생각의 그림 속엔 희미하지만 함께 모였던 가족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러나 지금 세영의 현실을 압도하는 건 믿을 수 없는 공포, 자신의 무너져 내린 몸 위로 끝없이 쏟아지는 박스들, 모든 집기들이었다. 세영은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았다. 그러곤 신에게 기도했다.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기도, 아주 어렸을 적 지금은 볼 수 없는 어머니에게서 전해들은 단 하나의 기도를 시작했다.
‘자비를 베풀어주세요, 자비를.’
다른 이들, 두 동강 난 대교 위에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여전히 아무것도 믿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뒤집혀진, 순식간에 무너져 내린, 서울의 참변을 인정하지 못했다.
모든 것이 멈춰버린 조용한 세상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