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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3964936
· 쪽수 : 416쪽
· 출판일 : 2015-03-16
책 소개
목차
'죄와 벌' 그리고 안개
안개 속의 록 페스티벌
여보! 안개가 부르는 소리
찢어진 안개
나카가와 강에 흐르는 안개
안개 속의 초라한 자화상
안개 낀 밤의 바다에서
슬픈 안개
안개, 그리고 '망각의 여신'
달리, 안개를 그리다
파리의 안개, 그리고 헤밍웨이
안개와 함께 밤의 열기 속에서
피와 모래, 그리고 안개
안개 속으로 사라진 여인
안개, 살인의 철학을 속삭이다
안개비에 젖은 살인의 철학
런던의 안개
안개 속의 정사
밤안개
붉은 안개
안개는 알고 있다
모나리자, 안개속으로 사라지다
안개와 소녀
죽음의 땅에 흐르는 안개, 그리고 개들의 축제
아, 달맞이언덕의 안개여!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주로 노천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곤 했다. 그곳은 안개가 끼지 않을 때는 바다가 잘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안개 속에 앉아 커피 마시는 것을 더 즐겼다. 나는 커피에 설탕 대신 안개를 풀어 마셨다. 안개는 내 얼굴과 목덜미를 긴 혓바닥으로 핥아대다가 옷 속으로 스며들어 겨드랑이를 간지럽혔다. 그러다가 사타구니 사이로 슬슬 비집고 들어와 그것을 주물러대는데, 그럴 때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거머리 같은 안개를 털어내고 담배를 꺼내 물곤 했다.
화장실에 들어가 바지를 끌어내리고 변기 위에 앉은 나는 턱에 두 손을 괸 채 눈을 감았다. 세상이 굴러가고 있는 모양새가 우스꽝스러웠다. 모두가 미쳐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자본주의에 잘 길들여진 젊은이들은 꿈과 이상을 접은 채 공무원이 되려고 몰려들고 있고,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안정된 직장, 남보다 많은 수입, 좋은 외제차, 고급 아파트…… 이런 것들이 그들의 꿈이다. 모험심도 없고 젊은 날의 고뇌도 없다. 모두가 눈만 뜨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다. (……) 모두가 잘 살고 있다는 착각. 그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어리석음. 세상이 미쳐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달맞이언덕의 안개는 요부 같아.”
내가 중얼거리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부드럽고 달콤해요. 안개 때문에 옷을 벗고 있어도 부끄러운 느낌이 안 들어요.”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았다. 안개가 옷을 대신해서 몸을 가려주고 있다는 착각에 별로 부끄러움을 못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안개 속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옷을 벗고 지내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