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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스페인여행 > 스페인여행 에세이
· ISBN : 9788993976984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12-10-09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미치지 않고서야, 스페인
까스띠야 이 레온 아라곤 마드리드
세고비아-잠자는 숲 속의 공주를 찾아라
로마 수로계의 몸매 종결자 / 똘레도 vs 세고비아 / 숲 속의 공주는 어디서 낮잠을 잘까? / 커피와 새끼돼 지, 당신의 선택은?
알바라씬- 아라곤 왕국의 마지막 유산, 그 찬란함에 눈물짓다
터미널 납치미수사건 / 나를 무릎 굻게 한 알바라신 삼총사 / 건물이 곧 무너질 거야! / 황량함과 막막함 에 대하여
아란후에스-그 많던 정원의 딸기는 누가 다 먹었을까?
문제는 바로 날씨였다! / 스페인 왕족들의 이해 못할 취향 / 딸기열차의 기적 같은 부활
까스띠야 라 만차
꼰수에그라-돈키호테도 상상치 못했던 풍차들의 해피엔딩
딱 8유로에 건진 목숨 / 우유빛깔 볼레로와 열 두 형제 / 나비의 승무와 플라맹고 / 돈키호테가 우리를 속였다고?
알깔라 델 후까르-구석기 돌도끼 VS 21세기 아이패드
독수공방 무용지물 아이패드 / 비키니가 걸린 깊은 산속 옹달샘 / 어처구니들이 모여 사는 악마의 동굴 / 백만 년 묵은 조개껍데기
꾸엔카-풍경화와 추상화, 그들의 위태로운
벼랑 끝 만남 / 날 깍두기 취급하지 마! / 아찔한 공중곡예의 승자는? / 꾸엔까의 기승전결 /
씨겐사-이 열차의 종착역은 중세, 중세입니다
너도나도 중세마을 / 거꾸로 가는 기차여행 / 신부님, 너무하십니다! / 감미로운 핑크빛 거짓말
안달루시아
안떼께라-택시 타고 혹성탈출
꼭두새벽 방랑객 / 난 지질학자가 아니라고 / 쥐라기 조각 공원 / 삼고초려 히치하이킹
론다-미국 오바마 일가의 최종선택 2010
별 4개짜리 최고급 감옥, 빠라도르 / 혹시 내가 변태? / 론다에서 헤밍웨이 찾기 / 오늘밤은 당신이 퍼스트 레이디
따리파-바람 따라, 고래 따라 유럽 땅끝마을로
따리파의 미친 바람 / 40대 대머리 아저씨도 파도를 가른다 / 남자의 일탈과 일상 사이 / 고양이의 가증스런 두 얼굴
네르하-발코니에 걸린 지중해의 꿈
바람조차 쉬어 가리 / 여자들의 벗을 권리 / 촌스러움의 미학 / 영화보다 더 영화스러운 네르하 동굴
프리힐리아나-감미롭게 속삭이듯, 새하얗게 피어나듯
그리움이 사라지다 / 나를 움직인 부장님의 댓글 / 표준렌즈와 광각렌즈의 차이 / 나를 꼼작 못하게 한 화려한 수상 경력
구아딕스-땅속 마을 숨바꼭질
손님이 왕이라고? No! 주인이 왕인 나라 / 지붕 타고 올라가서 벽타고 내려오기 / 문짝이 모두 사라진 동굴집 / 할아버지 2인조의 능청스러운 협공
깐다브리아 아스뚜리아스
산티아나 델 마르-콧물을 훔치며 떠난 2천 년 전 들소 사냥
현대판 미개인 / 알타미라 동굴이 2개라고? / 스페인 힐링 스타일 / 제멋대로 마요르 광장
꼬미야스-가우디를 따라나선 시골 여행
가우디의 참을 수 없는 욕망 / 일본의 가우디 사랑 / 너무 잘난 꼬미야스의 건축유산 / 바다야 미안해!
야네스-바다가 그야말로 예술이네!
동행의 기술 / 방파제의 기막힌 인생역전 / 팔색조 풍경 미학 / '진정한 나'는 도대체 어디 있나?
꼬바동가-호수에 잠긴 두 쪽 하늘
이발소 그림에 관한 기억 / 홀로 걷기 / 소똥 철학
엑스뜨레마두라
메리다-매일 밤 11시 로마의 폐허 위로 나타나는 오페라의 유령
로마제국 종합선물세트 / 보물찾기 놀이 / 스페인의 보물창고 / 급구! 메리다 요리사
까딸루냐
까다께스-달리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달리의 고향
게으른 즐거움 / 달리의 그림 속을 걷다 / 멋진 촌스러움 / 돌+아이 달리
올롯-화산이 빚어낸 네 가지 땅의 형국
그놈의 팔랑귀 때문에……. / 될 대로 대라! / 화산, 숲, 오름 그리고 돌무지 / 익숙지도 낯설지도 않은 풍경들
주변인물 탐구생활
01. 도밍고, 이제 조언은 그만!
02. 국악소녀 동그란의 산티아고 정복기
03. 루이스, 너는 영원한 올리비아의 남자
04. 프란시스카, 냉정과 열정 사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버스가 지하터미널을 벗어나자 이른 아침 낮은 햇살들이 차창을 환히 비추기 시작했다. 눈을 감아도 환할 정도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하는 혼자만의 여행이라 커튼으로 창밖 풍경의 재미를 가리고 싶진 않았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버스의 가벼운 진동이 출발선에 선 달리기선수의 요동치는 심장처럼 탈주의 순간을 예고하며 떠나는 자의 설렘을 더 깊게 했다. 홀로 여행한다는 것. 이는 때론 주변의 사소한 현상과 사물에도 평소와는 다른 감성을 갖게 한다. 멀미유발자로 취급되는 버스의 불편한 진동도 홀로 여행에서는 이런 느낌을 안겨줄 때가 있구나. 세 살배기 딸과 함께했던 즐거운 여행의 악전고투 속에서 나는 그것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전날 밤까지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딸과 아내에게 횡설수설 핑계를 대며 슬며시 문을 나섰던 진짜 이유다. 스페인의 작은 마을 여행, 그 첫 여정에서 내가 벅차올랐던 것은 고상한 풍경의 감동 따위가 아니라 그저 어딘가로 혼자 떠나는 데 있었다. 세고비아는 그런 의미에서 이미 나에게 감동을 안길 숙명의 땅이었다.
나는 나무 한 그루 없는 이 메마른 대지의 풍경이 좋다. 땅으로부터 불쑥 솟아올라 붉은 속살을 드러내 주변을 단번에 장악해버린 거대한 돌덩어리들. 그들은 거칠고 힘차며 주변에 동요하지 않는다. 퇴적된 수억 년의 시간과 단절을 선언하고, 마치 불시착한 외계의 운석처럼 사선으로 벌판에 처박혀 있다. 자연 위에 군림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덧없게 만드는 그 막막하고 범접할 수 없는 자연의 풍광. 내겐 이 황량함과 막막함이야말로 스페인 자연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특질이다. 이것은 스페인 사람들의 기질과 성격을 납득하게 하는 중요한 배경이기도 하다. 영국의 미학자 존 버거John Berger가 화가 벨라스케스의 작품 '이솝Esopo'에서 한 촌부의 모습을 통해 그들의 거칠고 웅장한 자연을 엿보았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