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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해방전후사/한국전쟁
· ISBN : 9788957091661
· 쪽수 : 34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사소한 삶에 기록된 근대의 풍경
7080 철암 길식당 전성시대 -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
운명을 엿본 자의 야릇한 미소 - 인왕산 국사당
신랑 신부가 병원으로 입장하는 이유 - 동산의료원 선교사택
약장수와 구렁이 그리고 무좀약 - 동대문운동장
브라보! 모던라이프 - 세운상가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서울역사
곰삭은 시간의 짠내 - 강경
발기된 근대의 욕망 - 회현동
은빛 햇살의 세레나데 - 부산대학교 인문관
참을 수 없는 이념의 가벼움 - 자유센터
정동에 숨어든 붉은 장미 - 주한 영국대사관저
제3동 62호 독방 연상 - 구 서대문형무소
저물녘 시계탑의 슬픈 노래 - 공릉동 구 서울공과대학
기념이 아닌 일상으로의 근대 - 구 공업전습소 본관
빛바랜 봄날의 초상 - 창경궁 대온실
비키니와 맥주가 있던 성역의 풍경 - 서울사직단
길 위에서 길을 잃다 - 율곡로
붉은 가을 풍경에 갇히다 -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
자장면과 근대사의 황홀한 만남 - 인천 중구
시정詩情이 움트는 권위의 공간 - 충청남도청
애달픈 돌담길의 로맨스 - 정동
존재와 부재 사이 - 철원
참고문헌
사진작가 소개
책속에서
이 책은 학문이 아닌 감성의 테두리에서 바라본 근대적 풍경에 관한 에세이다. 그래서 근대건축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장소의 감성과 공간의 잠재적 가치를 드러내고자 노력했다. 2년 6개월에 걸쳐 30여 곳을 답사하면서 내가 눈여겨봤던 것은 건축물의 양식이나 공간 구조가 아니라 누군가의 삶에 각인되었을 공간의 사소한 기억과 오랜 시간성이다. 사소하고 작은 것들에 아로새겨진 삶의 흔적들이다. 이와 동시에 오래된 것에 대한 막연한 집착과 유미주의를 견제하되, 그렇다고 문화재적 가치만을 좇지도 않았다.
p.8 | 프롤로그
우리가 보전해야 할 것은 우선 장소의 기억이다. 동대문운동장이 가진 공공의 집단적 기억을 유지할 수 있는 해체와 설계안이 필요하다. 옛것에 대한 막연한 감성과 집착에 보존을 주장하는 것도 경계할 일이지만 그 물리적 구조만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다. 오랜 시간 속에 형성된 사회의 집단적 경험과 기억을 지웠다가 다시 되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p.76 | 약장수, 구렁이 그리고 무좀약 - 동대문운동장
일본인 건축가 쓰카모토 야스시가 설계한 서울역사는 조선총독부와 함께 경성의 근대 경관을 대표하는 건물이었다. 정사각형 평면 위에 반원형 돔을 얻는 펜던티브돔의 화려함과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엄격한 고전주의가 독특한 조합을 이루었다. 복잡한 서양건축의 양식사를 알 리 없는 경성부민이지만 서울역사의 문화적 이질성은 근대문물 유입의 신호탄으로 일상에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당시 서울역사는 경성 최대 규모의 건축프로젝트로 규모나 화려함에서 일찍이 조선인들이 접할 수 없었던 서양건축이었다. 특히 중앙 현관 상부의 장중한 돔과 화려한 반원형 아치, 또 그 하부에서 높은 천장고로 체험되는 실내공간의 감동은 이전엔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휘황찬란한 외부세계에 대한 동경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p.97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 서울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