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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94175188
· 쪽수 : 396쪽
책 소개
목차
나쓰
환락가
해결사
방어의 기본
선제공격
이별의 파사칼리아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자, 잘 들어봐. 가령 A가 B라는 인물과 문제가 있어서 B에게 한 방 먹이고 싶다고 해. 그래서 B 주변을 철저히 조사했더니 B가 매일 같은 시각에 인적 드문 모퉁이를 돈다는 걸 알았어. 그것도 80퍼센트는 오른발부터 내딛는다는 걸 말이지. 그걸 본 A는 B가 올 시간에 맞춰, B가 모퉁이를 돌아 오른발을 디딜 위치에 바나나 껍질을 놓겠다는 생각을 한 거야. 그러면 B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질 가능성이 매우 크니까. 있는 힘껏 엉덩방아를 찧는 B의 모습을 보면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처럼 얼마나 시원하겠어. 즉 돈을 받고 A를 위해 B의 생활습관을 조사하고 바나나 껍질을 둘 곳과 그 시간을 계산해주는 일이 바로 우리 ‘해결사’의 업무야. 요금에 따라 바나나 껍질을 놓는 일까지 해주기도 하지만, 계획만 세우고 실행은 의뢰인 본인이 하도록 해도 돼. 기본은 먼저 조사하고 몇 가지 계획을 세워주는 거야. 물론 표적이 바나나 껍질을 밟고 넘어져서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어. 그런 경우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용의자가 될 위험도 있지.”
문제 해결법을 이것저것 생각하는 건 나한테는 게임과 같다. 모은 자료를 토대로 아이디어를 짜는 건 책상 위에 지도를 펼쳐놓고 작전을 짜는 전쟁놀이와 닮았다. 누가 이기든 지든 사실 아무래도 좋았다. 시끄럽게 짖어대는 개 때문에 의뢰가 들어왔던 경우는 이렇게 해결했다. 그 개를 몰래 끌고 나와 처분하는 거친 방법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인이 다시 새 개를 사면 도로아미타불이고 법적인 조치를 취한다 해도 재판을 하려면 시간과 돈이 든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방법을 생각했고 시험 삼아 해본 방법이 의외로 적중했다. 맞벌이하는 개 주인 ? 30대 부부로 아이는 없었다 ? 의 근무처와 생활습관을 조사한 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몇 번씩 개 주인의 근무처와 집에 전화를 걸어 개 울음소리를 들려줬다. 부재중 전화에도 시끄럽게 짖는 개 울음소리를 녹음해 두었고 전화는 발신자 표시가 찍히지 않도록 공중전화를 이용했다. 전화를 걸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녹음해둔 개 울음소리만 몇 초 동안 들려준 뒤 끊었다. 단지 그뿐이었지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개 주인은 기르던 개를 지인에게 넘겼다고 한다.
오카노의 돈으로 오카노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줄 생각을 하자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역시 나한테는 이런 도둑질 같은 게임이 적성에 맞는 걸까? 기분전환 삼아 시작한 일이지만 어느새 가슴 속이 뜨거워진다. 발가락 끝부터 머리끝까지 온몸이 짜릿해지는 느낌은 역시 기분 좋다.
“방심하면 실수를 부른다! 절대 흥분하지 마라. 항상 평정심을 유지한다!”
예전에 귀가 따갑도록 듣던 설교가 귓가에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