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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94207605
· 쪽수 : 37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에 대하여
이 책에 대하여
제멜바이스
- 셀린의 탄생
- 1936년 재판본의 서문
- 필리프 이그나즈 제멜바이스(1818~65)의 생애와 저작
서문
본문
참고 문헌
부록
Y 교수와의 인터뷰
부록
- 기갑부대 데투슈 병사의 수첩
- 졸라에게 바치는 헌사
옮긴이의 글
루이페르디낭 셀린 연보
리뷰
책속에서
우리 의학계가 소설 문학과 연극 분야 출신의 일부 공공연한 아첨꾼들과 열성적인 삼류 저자들이 부활시킨 각종 교태를 상당히 관대하게 참고 겪어야 할 듯 보이는 오늘날, 약간의 글재주와 종이 몇 장을 앞에 갖춘 온갖 문외한들이 앞다투어 우리의 부패상을 고발하려 들고 우리의 정신 상태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쉽사리 그 증인을 자처하는 작금, 우리의 박사 학위논문을 어느 위대한 의학자의 생애와 저작에 바치는 것은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우연히 이 인물을 취한 것이 결코 아닌바, 의학자로서의 자질과 헌신을 놓고 볼 때 결코 그에 못지않았던 여러 사람들 중에서 고르고 골라 그를 선택한 것이다. 우리의 눈길이 P. I. 제멜바이스에 멈춘 것은 그토록 아름답고 관대한 의학적 사유, 아마도 세상에 있을 수 있는 것 중 진정으로 인간적인 유일한 사유가 그의 생애 매 페이지마다 지극히 뚜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
너무나도 슬픈 시간은 언제나 행복이, 삶에 대한 이 터무니없고도 눈부신 믿음이 인간의 마음속에서 진실에 제 자리를 물려줄 때 온다. 우리의 모든 형제들 사이에 서서 이 가공할 진실을 가장 유용하고 가장 지혜롭게 직시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들의 가장 큰 비밀과 관계하는 우리의 이 침착한 친밀함이야말로 어쩌면 인간들의 오만함이 우리 의사들에게서 가장 용서할 수 없는 점 아니겠는가.
제멜바이스는 그처럼 갖가지 잔인한 불행이 잇따르는 환경마저도 결코 꺾지 못한, 나아가 적수들이 생겨날 때마다 오히려 번번이 높아졌던 꿈의 서원으로부터 출발하였다. 그는, 그토록 민감한 사람임에도, 너무나도 끔찍한 나머지 개라도 비명을 지르며 달아날 고통의 한복판에서 살았다. 그러나 바로 그와 같이 그 모든 혼돈에 전력을 다해 자신의 꿈을 가하는 것이야말로 발견의 세계 속에서 사는 일이다. 그것은 밤 속에서 보는 일이며, 아마도 어쩌면 세계로 하여금 자신의 꿈속에 들어가도록 강요하는 일이리라. 그는 인간들이 겪는 고통에 온통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자기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드문 나날들의 어느 하루에 이렇게 쓴다. "친애하는 마르쿠소브스키, 나의 소중한 벗이자 따뜻한 지지자여, 나는 자네에게 내 삶이 지옥과 같았다는 사실을, 내 환자들에게 일어나는 죽음에 대한 생각이 나로선 버티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고백해야만 하겠네. 특히 죽음이 삶의 두 가지 커다란 환희 사이로, 다시 말해 젊다는 사실과 새 생명을 부여하는 일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올 때 더욱 그러하네."
뭐, 그냥 딱 잘라 사실을 말하자면, 서점가는 대단히 심각한 불황에 허덕이는 중. 다들 100000부 찍었네! 40000부 찍었네! 그러고들 우기는데 그 숫자 중 0 자 단 하나도 믿지 말라는 거지… 하다못해 400부를 찍었대도…! 말짱 거짓말이오! 얼래스…! 얼래스…! 단 하나 '연애담 전문지'는… 글쎄! 그럭저럭 선방이고… '흑색 총서'도 약간은… 그리고 '창백 총서'로 말하자면…. 실상엔 더 이상 아무 책도 안 팔리는 셈이니… 심각하다마다…! 영화다, 텔레비전이다, 각종 생활용품에, 스쿠터에, 2, 4, 6마력 자동차들이 책에 커다란 타격을 입히니 말이야… 왜 그 '할부판매'란 걸 좀 생각해보쇼! 그리고 '위크엔드'는 또 어떻고…! 뿐인가, 그 잘난 월 2회, 아니 3회의 휴가도 가야지…! 또 룰루랄라 크루즈 여행도 있네…! 쥐꼬리 예산아, 안녕…! 이런 이거 이 빚진 것 좀 봐…! 한 푼도 남은 게 없네그려…! 그러니 무슨 책을 사, 안 그런가…! 뭐, 캠핑카라고? 또 돈 써야지…! 책이라…? 그건 그 무엇보다도 빌리기 좋은 물건 아닌가…! 알다시피 책은 한 권당 적어도 스물… 혹은 스물다섯 명의 독자들이 읽을 수 있으니… 아아, 가령 빵이나 햄이 딱 한 조각으로 그처럼 여러 사람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면! 한 조각으로 스물… 혹은 스물다섯 명의 소비자들에게! 그럴 수 있다면 그게 웬 횡재일꼬…! 곱절로 불어나는 빵의 기적은 당신을 몽상가로 남겨둘 일일 테지만 불어나는 책의 기적이란, 그리고 그 결과인 작가 노동의 무상성이라는 기적은 당연지사에 불과하오. 이 기적은 '아귀다툼의 시장'에서 세상 그 어디보다도 평온하게 이루어지거나, 아니면 도서관 열람실 등등에서 좀 태를 부리면서 벌어지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든 무일푼으로 남는 건 작가인 게지. 그게 원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