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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94343563
· 쪽수 : 376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세 살 때 히나 씨는 이혼을 했다. 히나 씨란 우리 엄마다. 한참 말을 배우던 내가 히나, 히나 하고 부르는 아버지를 따라했고, 버릇없다고 주의를 받자 “그럼, 히나 씨” 하고 얼떨결에 내뱉었다는데, 그게 재미있었는지 그냥 부르게 뒀던 모양이다. 커서도 몇 번이나 들었지만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혼 후 히나 씨는 간호사 일을 다시 시작했고 나는 3동 1층에 있는 어린이집에 들어갔다. 심하게 우는 데다 적응하는 데 오래 걸려서, 나중에 초등학교에 가면 또 어쩌나 싶어 히나 씨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기우였다. 나는 초등학교를 무결석, 무지각으로 졸업했다. 대신 중학교에는 단 하루도 등교하지 않았다.
중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을 때, 히나 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억지로 가라고 하면 반박할 말도 준비해두고 있었는데.
그날 나는 마쓰시마와 키스했다. 키스하기 전에 나는 어리석은 질문을 했다.
“해본 적 있어?”
마쓰시마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런 질문은 안 하는 게 좋아. 나중에 애인한테도 그러면 한 방에 퇴짜맞을 거야.”
“그런가?”
“그래. 나야 애인이 아니니까 상관없지만. 그건 그렇고, 있어, 몇 번. 됐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 듣고 싶었지만 그만두었다.
“사토루는? 한 적 있어?”
“있어.”
“언제?”
“초등학교 1학년 때.”
“누구랑?”
배려가 없는 건 외려 마쓰시마 쪽이었다.
“하야시 노리코.”
“그런 애가 있었나?”
“한 학년 위인데, 몰라? 9동 2층에 살았는데. 3학년 때 이사갔잖아.”
“그랬나? 기억이 안 나는데. 그래도 그런 건 횟수에 안 들어가. 그렇게 어렸을 때 한 건, 키스로 안 쳐.”
마쓰시마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도 마쓰시마를 바라보았다. 나는 복지관에서 본 영화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를 떠올렸다. 잉그리드 버그먼과 게리 쿠퍼가 처음으로 키스하는 대목에서 코가 부딪치면 어쩌느냐고 버그먼이 묻자, 이렇게 하면 된다며 쿠퍼가 얼굴을 비스듬히 기울이는 장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