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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4361840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8-04-25
책 소개
목차
추천사 - 향기로운 인연, 허경발 박사의 회고록 출간을 축하하며 — 009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정년퇴임 논문집 권두사
- 우리 의학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외과 의사 — 012
책머리에 - 의사로 살아온 70년을 회고하며 — 015
◇ 1장 의사의 길 파란만장의 길, 의사가 되다 — 021
6·25전쟁터에서 선진 의술을 만나다 — 027
내 의사 인생의 스승, 선배 그리고 동료들…… — 033
뉴욕 벨뷰병원 제 3외과의 낙상(落想) — 040
국내 최초로 암에 BCG 새 요법 시행하다 — 045
순천향병원 개원과 흥미로운 에피소드 — 053
제자의 책 속 H 박사는 누구? — 059
◇ 2장 잊을 수 없는 환자들 사람 배에 ‘지퍼’다는 연구나 하시오 — 065
갑상선 수술과 박목월 시인의 청노루 — 070
김은호 화백의 도화봉작도(桃花蜂雀圖) — 076
헛똑똑한 서울‘놈’ 의사 — 081
세계 최대의 담석을 지닌 스물넷 젊은이 — 087
50환 짜리로 100만 환을 낸 담도폐쇄증 환자 — 090
1:1 과 2:0 — 095
대변을 걸러 담석을 모아온 원 생원(生員) — 101
간암 수술 후 19년 생존한 엄 차관의 부친 — 104
맥주가 약이다, 약! — 109
손해 배상을 요구하던 위암 환자의 부인 — 112
맹장염으로 사망, 항의하던 보호자들은 왜? — 118
서희환 선생이 주신 ‘씨뿌려 거두고’ — 123
12.12 사태로 총상을 입은 이재천 장군 — 127
내가 담석 수집가가 된 까닭은? — 130
◇ 3장 의사 인생 2막 대통령 비서실에 편지를 보낸 천 선생 — 137
3년간 점심을 해결했던 직원식당 — 146
보훈병원에 침구시술을 설치하게 된 배경 — 149
호스피스 제도가 절실했던 위암 환자 — 152
노벨 평화상 수상을 축하하며 — 157
원주 유공자 진료 문제를 해결해준 친구, 방우영 회장 — 160
병원장의 독창가(獨唱歌) — 164
◇ 4장 몸과 병, 의술의 이해 병에도 멜로디가 있다 — 173
담석증 수술에 대한 이해와 오해 — 177
보르도 학회 참석과 간내담석 — 186
항문은 똑똑하다 — 193
오른쪽 하복부의 병은 다 맹장염인가? — 197
마취의 기원은 웃음 가스 — 201
인턴 생활이란 의사로서 평생 직업의 시작이다 — 209
외과 교과서에 프로메테우스 신화? — 213
◇ 5장 나를 이끌어준 한마디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 219
매일 세 가지를 반성하라 — 223
고전(古典)에서 찾은 가슴에 남는 구절들 — 227
◇ 6장 진료실 밖의 이야기 부친이 만든 월소리(月沼里)의 호일보(鎬逸洑) — 235
어머니의 와사증(喎斜症)과 불효자 의사 — 243
아내의 눈을 팔러 온 조카 — 246
황 교수의 양반론 — 249
가짜의사 허정모 사건 — 253
대학병원장 P 박사가 구속된 사연 — 256
◇ INTERVIEW 대한민국 외과계 큰 어른 靑厦 許㬌渤 박사 — 259
저자소개
책속에서
악성종양에 BCG를 사용한 것은 1971년부터로 환자는 1년 전 담석수술을 했던 육(陸)모 여사였다. 육 여사는 수술한 자리가 불편하다며 입원을 했고 진찰, 검사한 결과 담석재발은 아니었다. 그래서 통원치료를 하기로 했는데 퇴원 직전 허리의 통증을 호소했다.
허리 X 레이 사진을 보니 허리뼈가 심하게 망가져 있었다. 말 그대로 청천벽력이었다. 방사선과 진단은 전이성 암이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전신의 뼈를 촬영해보니 벌써 두개골까지 전이되어 있었다. 퇴원을 보류하고 다시 정밀 검사를 해보니 오른쪽 하복부에 콩알만한 혹이 발견되었다. 그 혹을 생검(生檢)해보니 전이성 흑색종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원발(原發) 암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BCG를 사용해보니 육 여사의 임상 소견이 대단히 호전되었다. 이에 욕심이 생겨 다른 위암 환자 등에도 사용해보았다. 그랬더니 DNCB 양성 환자 등 중에서 호전 증세가 나타났다. DNCB검사를 하지 않는 시골 병원에서도 위암 재발로 고생하는 환자에게 BCG를 써서 좋은 효과를 보았다는 편지가 오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 요법에 대한 소란한 논쟁이 잦아들었고, 늦은 밤 집으로 전화를 걸어 비난을 퍼붓던 장난도 잠잠해졌다. 미국 주간지인 TIME 지 1972년 5월 22일자 P44에 여성 유방암 치료에 BCG 요법이 유효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끄럽던 비난의 소리가 종적을 감추었다.
그 날도 담석환자의 수술을 끝내고 진찰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경북영덕군에 사는 서용수씨가 들어왔다.
“선생님 지난 5년 동안 가슴이 답답하고 아픈데 몸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닐까요?”
환자를 살펴보고 간단한 검사를 해보니 전형적인 담석 증세와 황달이 있는 상태였다.
수술 10일 후 방사선과에 가서 T튜브로 조영제를 투입하여 담도조영 촬영을 했다. X 레이 결과를 본 나는 기겁을 했다. 총수담관 안에 또 담석이 다시 가득 차있지 않은가.
고심 끝에 환자에게 사실을 알리고 2차 수술을 시행했다. 2차 수술을 무사히 끝내고 10일 후, 다시 담도조영술을 해보니 또 돌이 가득 들어 있었다. 환자가 눈치를 채고 무엇이 잘못되었나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도 이와 같은 경우가 발생한 적이 있었는데, 적당한 수술법이 없어서 미국에서 공부할 때 은사였던 뉴욕대학(NYU)의 존 멀홀랜드(John H. Mulholland) 교수에게 상황 보고와 처치법에 대한 상담 편지를 보냈었다.
편지 내용과 보브 교수의 논문을 검토하고 용기백배되어 환자에게 상세한 설명을 한 다음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환자는 묵묵부답, 몹시 화난 얼굴이었다. 한참 후 고개를 든 환자는 거세게 항의를 했다.
“내 배에 칼질할 생각은 아예 하지 마세요. 대신 뭐 하나 가르쳐줄테니 그것에 대한 연구나 해보세요.” 주치의로서의 체면이나 자존심이 다 구겨진 나는 그의 얼굴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그것이 뭡니까?” 하고 물었다.
“사람 배에 지퍼 다는 연구나 하란 말이요. 담석이 재발하거든 지퍼를 열어 담석을 제거하고 지퍼를 스윽 닫으라는 말이요. 알겠소?” 하고는 돌아 누워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