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국내 여행가이드 > 경상도여행 가이드북
· ISBN : 9788994484266
· 쪽수 : 208쪽
· 출판일 : 2015-12-15
책 소개
목차
1. 덕천마을의 개관
2. 만석꾼 이야기
3. 마을소개
1) 덕천마을과 고택들
2) 지명과 옛이야기
4. 덕천마을 사람들
5. 사진으로 보는 덕천마을 풍경
6. 마을 산책로 안내
1) 만석지기 산책로(마을 내부 산책로)
2) 아침햇살길(뒷산 산책로)
책속에서
청송 심씨(沈氏)의 본향(本鄕)인 청송은 선비의 고장인 안동과 대게로 유명한 영덕의 중간에 있다. 예로부터 많은 산과 물을 품고 있는 지역으로 이름나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의 서쪽 끝자락이기도 하다. 짙푸른 숲과 산들이 사방으로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청송 파천면의 덕천마을은 낮은 산 아래 5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산촌 마을로, 6채의 고택(古宅)이 남아 있다.
조선 고종 시절 만석꾼 송소 심호택이 세운 송소고택(松韶古宅)을 중심으로 여러 고택이 좌우에 자리 잡고 있다. 집 대다수가 배산임수(背山臨水) 지형에 자리 잡고 있어 풍수지리로 보면 명당에 속한다. 그중에서도 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50호인 송소고택이 덕천마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당시 사가(私家)에서 지을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인 아흔아홉 칸이다. 집안에 들어서도 선뜻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렵다.
각각의 안채마다 마당이 딸려 있다. 도심에서는 좀처럼 밟기 힘든 흙 마당이다. 정남향의
집 마당에서 햇살을 가득 받으며 포근한 느낌을 받는다. 덕천마을 고택들은 대부분 ‘ㅁ’자 형태로 지어져 있다. 작은 규모는 안채, 사랑채, 행랑채, 부속채로 둘러싸인 사각형 형태다. 큰 규모의 고택은 안채나 사랑채 자체가 독립적으로 지어져 있다.
대문 안쪽에는 당시 유교 사회의 삶을 엿볼 수 있는 ‘헛담’이 남아있다. 헛담은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 대문을 통해 오가는 여인들을 배려한 것으로 사랑채의 남성과 마주치지 않게 하기 위해 집안 내부에 쌓은 것이다. 고스란히 남은 옛 생활의 흔적도 느낄 수 있다.
송소고택은 각 채마다 다양한 마당을 지니고 있다. 내부를 연결하고 있는 문턱을 하나 넘어서면 다른 마당이 나온다. 사랑채나 안채 구석에 놓인 아궁이를 지나면 또 다른 마당이 나온다. 아궁이가 놓인 곳은 과거 생활상을 비춰 볼 때, 하인이나 천민 계급이 집 내부를 오가던 통로로 짐작해볼 수 있다.
송소고택 바로 옆에는 송소 심호택의 둘째 아들 송정 심상광이 기거하던 송정고택이 있다.
(송정 심상광은 도산서원과 병산서원 원장을 역임하고 청송향교의 전교를 2회에 걸쳐 맡은 학문에 뛰어난 유학자이며 지금도 매년 유생들의 송정학계가 열리고 있다.) 부친의 집과는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담에는 두 고택을 연결하는 일각문(기둥을 2개만 둔 간단한 출입문으로 그 규모가 작아서 보통 대문이나 정문으로 쓰이지 않고, 집과 뜰의 공간을 구분해줄 때 담장에 연결하여 협문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도 있다.
송정고택 역시 전형적인 한옥인 장작 온돌방과 넓은 마당, 정원과 텃밭이 어우러져 있다.
농경제가 대부분이었던 당시의 경제적 여건을 생각해 본다면 이 두 고택의 규모만으로도 부
(富)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송소고택 오른쪽으로는 두 고택보다 50여 년 늦게 지어진 찰방공 종택(察訪公宗宅)이 있다. 청송 심씨 시조 악은공의 13세 손인 심당의 종택이다.
찰방공 종택은 ‘ㅁ’ 자 모양으로 오른쪽에는 조상의 신주를 모신 사당이 있다. 다른 고택과
비교했을 때 안마당에 장독대와 화단이 배치된 점이 독특하다. 송소고택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가면 요골 입구에 요동재사(堯洞齋舍)가 있고 청송 초전댁(草田宅), 창실고택을 차례대로 만난다. 모두 골목 안쪽에 있고 다른 고택들과는 달리 남서쪽을 향해 지어져 있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다.
요동재는 청송심씨 12세 손인 심응겸(沈應謙)이 학문을 연구하면서 쉬던 곳이다. 1890년대 당시 종중의 일을 보던 심능규(沈能奎)가 종중 결의에 따라 보수 공사를 했다. 예부터 사람의 집에 재앙이 생기는 까닭은 사는 사람들의 인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봤다. 청송 심씨 집안은 이곳에서 효(孝)와 제(悌)를 돈독히 하고 학문을 숭상했다. 또 선조의 가르침을 받들고 후손에게 덕을 베풀고자 했다. 지난 2003년에는 유교문화권 사업으로 해체·보수공사가 이뤄져 지금의 모습으로 새로이 단장됐다.
창실고택은 1917년에 지어졌다. 조만간 백 년이 된다. 여기저기 보수를 거친 흔적이 있지
만, 기본적인 뼈대는 그대로 남아있다. 역시 ‘ㅁ’ 자 형태로 지어져 있다.
마을 동쪽 끝 부분에 있는 경의재(景義齋)는 가로수 길을 길게 걸어가면 만난다. 경의재는 청송 심씨 향파의 시조인 악은공 심원부(沈元符)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올리기 위해 건립한 곳이다.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다.
국내 11곳의 슬로우시티(Slow City) 중 하나인 덕천마을은 서울에서 보면 쉽게 발길을 내딛기 어려운 곳이다. 대도시에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고, 자극적인 오락시설과 먹을 거리도 다양하지 않다. 하지만 장작으로 군불을 땐 아랫목에 모여 앉아 군고구마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재미가 색다르다. 한밤중에는 별빛이 쏟아진다. 늦은 밤까지 환한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구경거리다. 굳이 숙박하지 않더라고 마을을 둘러보는 것으로도 소중한 추억이 되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고택은 숙박이 가능하다. 마을에는 식당이 하나밖에 없고 예약제로 운영되니 식사를 할 예정이라면 예약이 필수다(심부자식당). 각 고택에서는 계절마다 전통차 수업, 문인화, 손수건 그리기, 송편 만들기 등의 민속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니 먼저 문의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