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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중동/튀르키예소설
· ISBN : 9788994519845
· 쪽수 : 335쪽
· 출판일 : 2016-07-20
책 소개
목차
1부
2부
감사의 말
역자 후기
책속에서
“인생에는 열정이 필요하고, 남들처럼 살려면 열정이 필요해. 힘들고 거친 이 마을에서 살아가려면 열정이 필요하고, 시위를 하고 돌멩이를 던지고 도망을 치는 데 열정이 없다면 그게 가능하겠니?” 아흐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시위에 가담하지도, 돌을 던지지도, 무언가에 뛰어오르거나, 어디론가 내달리지도 않았다. 그저 도망칠 줄만 알았다. 폭력 사태가 발생해 아이들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시위는 처음엔 함성으로 시작되었다가 나중엔 혼란과 투석, 최루가스로 변모했다. 그럴 때면 아흐마드는 어디든지 멀리 떨어진 곳에 파고 들어가 숨었다. 화장실, 계단 아래, 아인 알미르잔 묘지. 그런 곳에서 숨을 꾹 참고서 소란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렸다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길고 긴 분리장벽이 거리와 거리를 갈라놓았고, 도시는 고립된 우리 수준이었다. 모든 도시는 경찰과 탱크에 포위당한 거대한 빈민가가 되었다. 도시 입구는 참호와 오물더미, 경비초소로 막혔다. 경비초소에서 청년들은 목숨을 잃었고, 여자들은 새 생명을 낳았으며, 병자들은 숨을 거뒀다. 저격수의 총격사건과 시위가 일어났고 노동자들은 가택연금을 당하며 생계수단을 잃었다. 차량 통행이 여의치 않아지자 사람들은 당나귀 마차와 수레를 타고 산길을 넘었다. 세계화와 이스라엘의 습격 이후로 동물을 타고 이동하는 것은 일종의 유행이었다.
그에게 연락을 해보려 했고, 사람들은 그가 가자로 갔다고 말했다. 다시 연락을 취하려 했고, 사람들은 그가 암만으로 갔다고 말했다. 다시 연락을 하려 하니, 사람들은 그가 아라파트와 있다고 말했다. 또 연락을 하려 하면, 사람들은 그가 장관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이, 몇 주가 흘렀다. 작렬하던 감정은 온기를 잃어갔다. 악몽 같은 의심이 다시 찾아왔다. 더 이상 사랑의 자장가는 없다. 그를 사랑함으로써만이 그녀의 세상이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 위해 그를 만나기를 간곡히 기다리지 않는다. 더 이상 사랑의 노래를 듣지 않는다. 그녀는 두려워졌고, 정신이 없었다. 그녀의 세상이 좁아 들어오고 색채를 잃는 기분이었다. 그의 인생에 있어 그녀는 어디에 있을까? 그녀의 자리는 무엇일까? 인생의 동반자나 집안의 한 기둥이자, 투사의 쉼터일까? 그를 만나길 바라며 일도 하지 않은 채 남게 될까, 그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 자신의 것이 아닌 남자를 기다리는 것. 그는 모두의 것이다. 공공재나 다름없다. 광장 한가운데 세워진 동상처럼. 순국열사를 위한. 그는 그녀의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