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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중동/튀르키예소설
· ISBN : 9788994519883
· 쪽수 : 386쪽
· 출판일 : 2016-07-20
책 소개
목차
형상
성상
구약
역자 후기
리뷰
책속에서
“당신은 내 친구라고요, 난 절대 당신을 잊지 않을 거예요!” 나는 그녀를 외면한 채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마리암은 방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잘 들어봐요, 우리 관계는 마치 막다른 길 같다고요, 애초에 잘못된 관계였어요. 종교의 차이부터, 사람들의 시선, 내 가족, 그리고 나까지. 너무나 많은 걸림돌이 있어요.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당신은 나약하고 나는 그보다 더 나약한 존재라는 거예요.”
나는 언제인가 마리암에 대해 물으려고 이 집에 왔던 사실을 기억했다. 순간 엄청난 고독과 마리암에 대한 그리움이 물결처럼 나를 휩쓸어왔다. 그녀가 보고 싶었고 그녀의 나른한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눈빛과 어리둥절한 모습까지. 마리암이 어리둥절해하며 망설이는 모습은 그녀가 갖고 있는 모습 중 가장 눈부신 모습이었다. 그녀는 나에게 무언가를 알려줄 듯 말 듯한 눈빛으로 나를 끌어당기며 접근하다가도, 동시에 갑자기 사라져버리는 듯한 그런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 나는 그 눈빛을 쫓기 위해 그녀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었나? 왜 나는 물러섰을까? 나는 마리암을 보기 위해, 그녀를 쫓기 위해 이곳에 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 나는 내가 선생이고, 그녀에게 아랍어를 가르쳐주겠노라 말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배우지 않았고 나 역시 배우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미셸은 나를 거부하고 있다. 아니, 그는 나를 또는 그녀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당황해서 소리를 질러버렸다. “너는 지금 내게 원한을 품고 있는 거지!” 미셸도 내게 날카롭게 소리쳤다. “내가 왜 당신에게 원한을 갖지 않아야 하죠? 하지만 전 이제 당신에게 아무런 원한이나 증오심도 갖지 않아요. 그냥 당신이 나와 내 엄마를 잊어주길 바랄 뿐입니다. 저희가 계속 우리의 세계에서 살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 두세요. 우리는 당신을 잊었어요. 우리를 떠나줘요. 그리고 그냥 평화롭게 살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