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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4543420
· 쪽수 : 439쪽
· 출판일 : 2012-02-20
책 소개
목차
감사의 말
소개의 말
사랑스런 윌리엄
수리수리 마하수리
야속한 페리 호
가엾은 티키
공동 전화선 블루스
도리스
이사
야크의 곡마단이 되다
새로운 도전
난 바람둥이가 아니라구
해변에서 생긴 일
아이들
새끼돼지야 미안해
술독에 빠진 날
소중한 친구
피는 못 속여
소와의 한바탕 소동
새 차 뽑던 날
얼뜨기, 가족이 되다
마우스
우시는 정말 착해
잔인한 달
책속에서
“데이브, 당신은 무엇 때문에 수의사가 되기를 원했던 거요?” 펫이 질문했다. “휴기처럼 농장에서 태어난 건가?”
“그렇지는 않아요. 제 아버지는 시골에 3에이커 정도의 땅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농장이라고 부를 정도는 안됐죠. 여섯 살인가 일곱 살 때부터, 제게 그런 질문을 하셨다면 전 동물 의사가 될 거라고 대답했을 겁니다. 어렸을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저는 거의 항상 강아지나 고양이를 꼭 껴안고 놀았고, 다른 동물들 에게도 관심이 많았었어요.”
“저를 단념시키게 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어요. 전 어렸을 때 건강이 좋지 못해서 시도 때도 없이 코를 훌쩍거렸고, 기침을 했어요.
전 항상 제 고양이와 함께 침대 위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곤 했었죠. 의사 선생님은 제 여생동안 반드시 동물과 같이 지내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어요. 저는 의사 선생님께 제가 동물의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는 게 어려운 일이냐고 질문했죠. 그는 아마 정말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선생님은 웃으면서 제가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많다고 하셨어요. 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죠.”
“저는 맹세코 그 알러지 반응을 꼭 극복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검사 결과를 보면 고양이에게서 가장 심한 알러지 반응이 나왔더군요. 그래서 저는 밖에서 제 고양이를 만지작거리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제 침실 창문에 사다리를 받쳐 놓았는데, 부모님이 발견하지 못하도록 문을 걸어 두고, 밤 시간에 고양이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오도록 해서 만났죠. 증상이 조금씩 약해져서 집 안에서 동물을 만지지 못하게 하는 건 일단 보류되었죠.”
나는 자궁의 절개 부분을 다시 이 인치 정도 더 넓히고 송아지의 다리를 잡아 당겼다. 다리가 더 보였고, 그 다음 코가 보이더니, 이마, 그리고 귀가 나타났다.
“보시요! 새끼가 살아 있소!” 송아지가 깜빡하고 눈을 뜨자 윌리는 거의 무아지경이 되었다. 검은 색과 흰색이 얼룩진 얼굴을 한 송아지를 조금 씩 더 자궁 밖으로 끌어냈다. 일단 어깨 부분이 빠져나오자 모든 걸림돌이 해결됐고 송아지는 자궁에서부터 쑥 미끄러져서 윌리의 발치께로 나왔다.
“이 녀석은 이제 당신 겁니다.” 나는 외양간 바닥에 송아지를 편하게 있도록 두었다.
밥이 내게 절개 부위를 닫는데 쓸 멸균된 봉합실을 건네주는 동안, 윌리는 송아지를 닦아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상처 부위를 한 겹의 봉합실로 재빨리 닫고 나서, 그 부위를 따라 두 번째 봉합을 해 놓아서 자궁벽이 자궁 위쪽으로 접혀 덮이도록 하고 밖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했다. 그리고 자궁의 뿔 모양으로 생긴 가지 부분을 잡아당겨 살짝 방향을 틀어서 자궁과 경부의 상처 부위 모양을 바로 잡아 놓았다.
자궁의 찢어진 상처 부위는 복부의 절개부위 높이에서 시작해서 시야가 따라갈 수 있는 먼 곳 까지 나 있다가 뱃속으로 사라졌다. “한 번 보세요, 밥.”
“엄청나게 찢어졌었구만.” 밥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체 어떻게 저 반대 쪽 끝부분까지 계속해서 꿰매나가겠다는 거요? 저렇게 멀리 까지 손이 닿기나 하는 거요?”
“상당한 모험이 될 겁니다. 이 일을 다 마치기 전에 아마 제 손가락에 몇 개의 바늘구멍이 날지도 모르겠군요.”
“큰일 났어요! 도리스, 새끼돼지가 죽었어요!”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겨우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그렇게 사랑스러웠던 전리품이 빳빳하게 굳어서 널빤지처럼 누워 있었다. 이젠 도저히 수술에서 얻은 전리품이라고 볼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예요? 우리가 나갈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주 좋은 상태였잖아요.”
“내가 얘를 죽인 거예요!” 나는 망연자실해진 느낌이었다.
“바보 같은 소리하지 마세요. 당신은 여기 있지도 않았잖아요. 새끼 돼지를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잖아요.”
“맞아요. 나는 여기에 있지 않았어요. 바로 내가 여기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새끼 돼지가 죽고 만 거예요! 내가 녀석을 죽게 한 거예요, 도리스! 새끼 돼지를 저기 빌어먹을 종이상자 안에다 방치해뒀기 때문에 뜨거운 열기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거예요. 새끼 돼지가 스스로 얼마나 체온을 조절할 수 없는지 내가 누누이 말해왔었는데. 그렇게 말해놓고도 내가 자리를 비웠으니 이 불쌍한 녀석을 내가 죽인 셈이라구요! 나는 친절하게도 이 녀석을 죽게 하려고 거리를 되돌아 달려왔던 거라구요.”
우리는 몇 분 동안 서로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어떻게 이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 상황을 거꾸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서 이렇게 애처로운 작은 살덩이로 남은 육신에 생명의 숨결을 다시 불어넣을 수 있을까?
“내가 이 불쌍한 녀석에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아요.” 나는 죽음을 슬퍼하며 조그마한 동물의 유해를 들어 올려서 수술용 테이블 위에 얹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