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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중국사 > 중국중세사(위진남북조~당,송)
· ISBN : 9788994606354
· 쪽수 : 568쪽
· 출판일 : 2015-03-13
책 소개
목차
한국어판 서문
들어가는 말
1. 혼란의 시대
불교 박해 | 지방 곳곳의 도적들 | 오대십국 시대 | 거란 제국 | 탕구트(서하) 왕국
2. 모범적인 통치자들
왕조의 건립 | 나라의 통일 | 국가 권위의 중앙 집중 | 인쇄술과 정치 | 문치의 원칙
3. 몰락으로 치달은 개혁
범중엄의 ‘소규모’ 개혁 | 왕안석의 ‘중개’ 개혁 | 요의 몰락과 금의 흥기 | 북송의 몰락
4. 남쪽의 송 왕조
공존으로 가는 길 | 금 왕조의 중국화 | 송의 영광과 고난 | 몽골의 진출 | 알라의 회초리 | 서서히 다가오는 송 왕조의 최후 | 최종 붕괴
5. 세 가지 가르침
유학의 부활 | 주희, 체계적인 유교의 창조자 | 송대의 도교와 불교 | 신유학과 불교 | 주상숭배와 효도 | 요와 금의 불교 | 변화에 직면한 유교와 불교
6. 교육과 과거 시험
과거 시험제도 | 교육 기관 | 진사가 되기 위한 시험 | 고문 운동 | 관직생활, 봉록, 특권
7. 평생의례
송대의 혼례 | 여성의 교육과 재산권 | 거란과 여진의 혼례 | 한족의 장례 관습 | 거란과 여진의 장례 관습 | 혼례, 장례 그리고 중국의 정체성
8. 내면과 외부 세계의 탐험
시, 내면을 드러내는 예술 | 자연과 일상생활을 보여주는 회화 | 사물에서 이치를 파악하다
9. 도성의 혁신
장안, 천자의 도성 | 개봉, 도시의 새로운 체계 | ‘행재’ 항주 | 장안, 개봉, 항주의 운명
10. 변화하는 산업 세계
농업 생산 | 방직기와 물레방아 | 상품과 사람의 운송 | 천연자원의 개발
11. 화폐와 조세
종이 통화: 교자, 전인 | 지폐: 회자 | 통화 팽창과 대금업 | 양세법 | 송대 조세 부담 | 이민족 정부의 재정 정책
12. 공적 영역에서의 사생활
주택과 가구 | 이동 수단 | 위생과 화장품 | 전족 | 의복 | 오락 그리고 덧없는 세상 | 건강관리와 복지
나오는 말
왕조와 황제 계보
단위 측정
참고문헌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리뷰
책속에서
이 남쪽 수도에서는 매일 아침 절에서 범종이나 목어를 두드려 새날을 선포하고 날씨 상태를 알리면 모든 관리와 평민들은 일 나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길가에는 장사치들이 나와서 일찍 일어난 사람들의 활기찬 아침을 도와준다는 물약이나 알약을 팔았는데, 각 사람의 필요에 따라 기를 자극하거나 낮추어서 몸과 마음의 균형을 알맞게 해준다는 약이었다. 관리들의 삶이 그들의 전문적 직업에서의 경력과 승진에 초점을 두었다면, 평민들은 가능한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나섰다.
관리들이나 평민들이나 모두 ‘오늘은 어디에서 무엇을 먹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항주의 어떤 곳들은 대단히 정교한 요리로 유명했다. 예를 들면 잡화 시장에 있는 달콤한 콩탕, 과가네 꿀대추, 광가네 걸쭉한 국(갱)집, 전당문 바깥쪽에 있는 송오수 물고기탕집, 직가네 양고기 식사, 장가네 경단, 묘아교에 있는 위대도 고기요리집, 오간루 앞에 있는 주오랑네 꿀전병집 등이 있었다. 그리고 주간 시장이 폐장할 때가 되는 저녁 식사 시간이면, 아직도 성이 안 찬 사람들은 특별한 음식 가게로 가득 찬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야시장으로 지칠 줄도 모르고 모여들었다.
송의 지폐는 세계 역사상 국민경제에 쓰인 최초의 자립 지폐 제도였다. 몽골인들은 송을 멸망시키기 약 20년쯤 전에 지폐를 채택하였다. 그들이 1260년에 견사(絹紗)를 본위로 하여 발행한 ‘사초(絲紗)’는 1294년에 페르시아에, 그리고 1296년에는 한국에도 전해졌다. 일본은 1334년에 자체 지폐를 만들고, 베트남은 1396년에 지폐를 받아들였다. 서방 국가들의 지폐 사용은 꽤 늦은 편이었다. 1661년에 스웨덴에서 시작하여 1690년에 미국이, 프랑스는 1720년, 러시아는 1768년, 영국이 1797년, 그리고 독일이 1806년에 받아들였다.
송대에 지폐가 사용된 것은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첫째, 국민경제의 번영으로 인하여 온갖 제품 생산에서 구리나 철의 수요가 높아졌으며, 지폐의 등장은 이러한 금속을 제조업에 사용될 수 있도록 풀어주었다. 둘째, 지폐를 다량으로 또 (위조가 어렵도록) 높은 품질로 인쇄할 수 있을 만큼 인쇄 기술이 발전했다. 셋째, 송대 학자들은 화폐제도에 주목하여, 화폐가 금이나 은의 가치처럼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지불과 교환의 수단이라는 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섭적(葉適, 1150~1223)은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이 창조한 요물 중 하나인 돈은 그것이 지속적으로 유통될 때에만 이를 만든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그것이 시장에서 벗어나 철궤에 갇혀 있을 때에는 그 존재 의미를 상실한다.” 유통의 용이함이 바로 돈의 기능이고, 지폐가 주전보다 이 기능을 더 잘 수행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