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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88994655154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11-08-30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무슨 전설의 고향도 아니고, 진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떨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웃음을 멈췄다. 아주머니는 머뭇거리던 태도를 버리고 큰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는데, 말이 너무 빠르고 억양도 이상했다.
“담벼락에 가만히 앉아서 꼭 사람 같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거야. 고양이가 그러는 건 처음 봤어. 아니, 동물이 그러는 건 처음 봤지. 내가 손으로 훠이훠이 했는데도 안 가고 계속 보는 거야. 그런데 고양이가 입을 열더니 이렇게 말했어. ‘도망치면 죽는다’고.”
“고양이가 어떻게 말을 해요.”
잘못 들으셨겠죠, 라고 진수는 말하려 했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진수에게서 등을 돌렸고 고개를 숙이면서 대화는 끊어졌다.
그곳에는 작은 태양이 있었다. 낮고 두꺼운 구름이 가리고 있던 그 밝은 빛의 정체였다. 어젯밤의 발광체는 여전히 하늘에 있었고 오히려 더 밝고 컸다. 진수는 그 구체에서 흘러나오는, 마치 자동차 엔진이 빠르게 회전하는 것 같은 굉음을 참을 수 없어 손으로 귀를 막았다. 안개가 더 걷히고 밝은 빛에 익숙해지자 구체 주변의 하늘이 더 명확히 보였다. 검은 팔들이 버스에서 잡아간 사람들이 그곳에 있었다. 허공에는 수천 명, 혹은 수만 명의 사람들이, 거미줄에 걸린 곤충처럼 떠 있었다.
“한남동에 외계인이 사람 행세를 하고 돌아다니고 있어. 외계인이 빛을 타고 사람들 머리로 들어온 다음 기생충처럼 뇌에 파고 들어 생각을 점령해. 그리고 사람인 척하고 다니면서 사람을 만나면 외계인으로 감염시켜. 무슨 말인지 알겠어? 겉은 사람인데 속은 외계인인 것들이 한남동에 돌아다닌다고. 보기엔 사람하고 다를 게 없지만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보면 대답을 제대로 못해. 집이 몇 평인지 번지수가 뭔지 같은 질문은 대답을 몰라. 생각해봐, 외계인이 11평 반지하에 살아봤겠어? 그러니까 대답을 모른다고.”
남자의 마지막 말은 농담 같았지만 진수는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을 못 내리고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는 디팍이 죽는 건 아닌지 그도 결국 이들 손의 드라이버로 머리에 구멍이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