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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문화/예술/인물 > 한국인물
· ISBN : 9788994757087
· 쪽수 : 200쪽
· 출판일 : 2013-07-10
책 소개
목차
아홉 살의 소년
커니에 떨어진 작은 씨앗
헤이스팅스의 스타
미국에서 부르는 독립만세
애국으로 가는 길
늘 푸른 버드나무
주식회사 유한양행
세계는 전쟁 속으로
교육에 희망을 걸다
아름다운 구두쇠
할아버지, 고이 잠드소서
지은이의 말 - 맑은 삶으로 꿈을 이룬 큰 사람
유일한 박사 어록
유일한 박사 약력
책속에서
유기연의 결심에 대항하는 김기복도 만만하지가 않았다.
김기복은 일형(유일한의 본명)의 미국행을 막으려고 며칠 동안 굶으면서 시위했다. 그러나 그것에 눈 깜짝할 유기연이 아니었다.
며칠을 누워 있던 김기복은 창백한 얼굴로 간신히 입을 열었다.
“당신, 우리 일형이 미국 보내고 어떻게 살라고 그러시오?”
“임자, 난들 그 어린것을 떼어 보내고 싶겠소? 다 일형이의 앞날을 위한 것이지. 언제 왜놈 손에 들어갈지 모르는 이 땅에서 일형이를 왜놈 머슴살이 시키고 싶지 않다, 그 말이오. 애비는 양반들 머슴살이, 자식은 왜놈들 머슴살이, 당신도 설마 그러기를 바라지는 않겠지요? 왜놈들이 저렇게 기세가 등등한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오? 그게 바로 서양 문화를 우리 보다 빨리 받아들인 때문이오. 조선에서 나라 문을 꼭꼭 잠그고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왜놈들은 대문 활짝 열어놓고 맞아들였단 말이오. 그 결과가 오늘날 이렇게 되었소.”
어머니는 머슴살이라는 말에 생각을 돌렸지만 그래도 미국은 너무 멀었다.
“그렇지만 낯설고 물설고, 말까지 선 미국 땅이라…….”
어머니의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렸다. 아들을 빼앗긴다는 생각뿐이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고 다 마찬가지요. 일형이는 이 유기연의 자식이요. 모래밭에 던져두어도 꽃을 피울 놈이요. 하나님이 우리 대신 일한이를 잘 맡아 키워주실 거외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다시는 두 말을 하지 못하게 아들을 하나님에게 맡긴다는 말로 쐐기를 박았다. 하나님에게 일형을 맡기면 되니 쓸데없이 걱정하지 말라는 유기연 식의 생각이었다.
어머니까지 아버지의 미국 보내기 작전에 넘어가게 되자 일형은 더 외로워졌다.
‘정말 내가 미국으로 가게 될까? 어머니가 보고 싶으면 달려올 수도 없는 그 먼 곳에서 정말 살 수 있을까?’
두려움에 잠이 오지 않았다. 외가로 도망가 버릴까? 하지만 그런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아버지는 일형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아버지가 옳다고 생각하면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았다. 그것이 아버지가 사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