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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84016873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1. 검은 그림자
2. 선비의 땅 산음
3. 아실
4. 구름이 되어 바다를 건너
5. 나는 조선의 선비다
6. 내 이름은 혹부리
7. 아득한 고향
8. 참는 것은 마음의 보배
리뷰
책속에서
1. 검은 그림자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앞장섰던 검은 일당 중 하나가 칼을 높이 쳐들며 말을 멈추었다.
“어느 쪽이냐?”
뒤따라 온 대장의 길게 찢어진 눈이 번득였다.
“저어기, 저 산 아래입니다.”
그때 또다시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
“멍멍 멍멍멍…….”
개는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적장의 얇은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저것들이 모두 저 산속에 숨어 있었구나! 한 놈도 놓치지 말고 몰살하고 오라!”
명령이 떨어지자 검은 그림자들이 말을 달렸다. 말은 바람소리를 내며 쇠묏등[牛山]으로 내달렸다. 하나같이 검은 옷을 입고 모자와 옷에 요란한 장식까지 달고 있는 일당은 죽음의 그림자처럼 산을 덮쳤다.
잠시 후 쇠묏등에서 포를 쏘는 소리, 화약 냄새와 검은 연기가 바람에 실려서 산 아래까지 왔다. 적장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스쳤다.
적장의 이름은 나베시마 나오시게[鍋島直茂(과도직무) 1536~1618]였다.
지난해(1592년 11월) 제1차 진주성 전투에서 당한 패배를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풍신수길) 1536~1598]는 잊지 못했다. 일본日本은 육지에서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신무기 조총을 앞세우고 가는 곳마다 승전했다. 20여일 만에 한양漢陽을 점령할 만큼 적의 세력은 우세했다. 그러나 오직 한 곳, 히데요시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준 곳이 있었다. 2만의 일본군이 고작 3천8백 명의 조선군朝鮮軍에게 패하고 말았던 곳, 그곳은 진주성이었다.
일본은 산처럼 높다 해서 산대라는 무기까지 동원해 진주성晉州城을 내려다보면서 공략했지만 절반 이상의 군사를 잃고 6일 만에 물러서고 말았다. 진주 목사(牧使: 조선 시대에, 관찰사의 밑에서 지방의 목牧을 다스리던 정3품 외직 문관으로, 병권(兵權)도 함께 가졌다.) 김시민(金時敏 1554~1592)과 군관민이 한마음이 되어 진주성을 지켜냈던 것이다.
이듬해 1593년 6월 일본군은 다시 진주성으로 쳐들어왔다.
히데요시는 ‘새장처럼 작은 진주성을 공략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죽이고 진주목사의 목을 베어오라’고 명령했다.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등청정) 1562~1611]를 대장으로 한 1번 대에서 5번 대까지 9만3천 명의 대병력을 동원해서 지난해의 패배를 복수하러 왔던 것이다.
적의 공략은 치밀했다. 지난해 제1차 진주성 전투에서 의병들의 방해로 성의 공략이 어려웠던 점을 알고 미리 구원군의 접근을 막았다. 진주성 부근의 고을부터 초토화시키면서 점점 진주성을 에워쌌다. 사방이 적들로 포위된 진주성은 외로운 섬처럼 떠 있었다. 진주성을 지키던 황진, 김천일, 최경회, 고종후 등 여러 의병장들과 군관민 7만은 죽음으로 성을 지켜냈지만 결국 7일 만에 함락되고 말았다. 일본이 만든 최초의 성 공격 무기인 귀갑차를 대적할 무기가 조선에는 아직 없었다.
백성들은 적의 손에 죽느니 차라리 남강에 뛰어드는 편을 택했다. 푸른 남강은 순식간에 백성들의 시체로 메워졌다. 진주성은 파헤쳐져 평지가 되었고, 살아 있는 것이라곤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