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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4820934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04-15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1부/ 참 다행이다
12 • 내게 부는 바람
13 • 숫자 앓이
14 • 빈 깡통
15 • 초승달
16 • 불꽃놀이
17 • 참 다행이다
18 • 풀을 뽑다가
19 • 커피 두 잔
20 • 동창들
21 • 점 하나로
22 • 밥 자리에서
23 • 잠
24 • 어금니
26 • 소소한 이별 예정
28 • 회오리바람
2부/ 오월의 자귀나무
30 • 9월 잠자리
31 • 2월 끝에 서서
32 • 어린 소나무
33 • 내숭쟁이
34 • 경칩
35 • 황매화
36 • 제비꽃
38 • 아카시아꽃
39 • 사랑초의 아침
40 • 오월의 자귀나무
41 • 해당화
42 • 게발선인장
43 • 매미
44 • 은행나무
45 • 겨울 속의 겨울
46 • 참새에게 반하다
48 • 설경에 취하다
50 • 고드름
51 • 이팝꽃
52 • 너도 과일이냐
3부/ 그대였으면
54 • 밤에 쓰는 시
55 • 목침(木枕)
56 • 퍼포먼스
57 • 이승이 저승에게
58 • 가을 단상
59 • 망부석으로 서다
60 • 밀양 남자
61 • 나는 술래
62 • 수단과 조건
63 • 무쇠 한 조각
64 • 마지막 유혹
65 • 오징어의 한(恨)
66 • 먼 사람
68 • 절규
70 • 전화기로 보는 저 편
72 • 그대였으면
73 • 이른 아침에 1
74 • 이른 아침에 2
75 • 그리움
76 • 나들이
4부/ 앵두가 익을 때면
78 • 엄마의 체증
79 • 여름 별미
80 • 몽돌 애환
81 • 그림자놀이
82 • 달달봉 고개
84 • 잠방이
85 • 앵두가 익을 때면
86 • 열한 살의 여름은 빨갛다
88 • 그 집
89 • 아버지의 짐
90 • 호박나물과 엄마
92 • 명품족
93 • 어릴 적 친구들
94 • 할미탈
96 • 박 영감과 막걸리
98 • 어린 자화상
99 • 낚시터에서 1
100 • 낚시터에서 2
101 • 일개미의 푸념
102 • 생맥줏집 풍경
*해설
104 • 흔적의 시간과 삶의 회상공간으로서 시적 변용/김경수(시인, 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게 부는 바람
무심코 나선 길이 어느새 네 언저리이고
설 자리 없는 네 곁을 바람으로 오가다
마주치면 넌 껍데기뿐인 걸
그래도 널 향한 마음이 늘 내게 있어 다가선다
넌 내게 뜨거운 사람
온전히 내게 스며들기를 고대하던 겨울 가고
내 입김으로 따습고 싶던 봄이 떠도는데
내 방황은 길고 깊게 골이 져서
네가 보듬기엔 버거운 딴 세상 이야기지
바람 이는 내 곁을 서성이는 네게
꽃 편지 한 장 고이 접어
마음 갈피에 끼우고 점점 희미해지는
네 뒷모습을 떨치려 눈을 감는다
참 다행이다
안부인 듯 시 한 편이 공중에 뜨자
입안을 맴도는 인사 한마디
처음부터 답이 오리라 믿진 않았지만
때 없는 이명에 착각도 했지
세월 안길에 묻힌
밥 한번 먹자는 인사치레는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좋은 시절에 읊어주던 시 구절이
꽃바람에 날아다니는데
섣불리 건네 오던
가뭇한 날의 이야기는
속절없는 봄을 여러 번
어지럽게 보낸 후 이제야
아픔 아닌 추억인 게
참 다행이다
소소한 이별 예정
유리병 안에 포로의 몸이 된 소라와 조개 껍데기들이
허물 고운 무늬로 한 여인의 삶을 은연중에 같이 가고 있다
궁상스럽게도
수십 년 동안 그들을 내쳐버리지 못하고
내 생활 언저리를 맴돌게 하고
내가 가는 길을 지켜보는 걸 왜 허락하는지
아릿한 내 생의 흐름이 그들에게 조차 부끄러운데
기억도 없는 어느 바닷가
그들을 주우며 누군가와 까르르 웃고 떠들고
모래밭에 흘렸을 나의 싱그러움과
그날의 기억은 간 곳 없고
파도에 밀리고 끌리며 닳고 닳아서
본래의 모양새와 아주 다른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들을 데려와
유리병 요정으로 가두고
우리의 희망이 함께 사위어 가는 초라한 시간을 보낸다
허덕이며 살아 온 내 생의 절반을 지켜본 그들을
차마, 함부로 내칠 수 없어 보듬고 있지만
이제는 이별할 때
짭조름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가 아니면 어떠리
가까운 강가 모래밭으로 정중히 너를 보내 주련다
수십 년 볼모로 잡고 내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해 보려 한 욕심
그 죄가 크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