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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95326039
· 쪽수 : 174쪽
책 소개
목차
정향나무는 시들어도 여전히 향기롭다
일년생 대나무로는 피리를 만들 수 없다
마음속에 대나무를 그리다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는 그 성질이 다르다
향나무의 향기도 오래 맡으면 향기롭지 못하다
합환나무와 자귀나무는 본래 같은 것이다
...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싸움을 하겠는가?
자벌레가 몸을 움츠리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다
땅강아지 물 건너기
청개구리의 소원
한치의 작은 벌레도 영혼을 가지고 있다
차 절구 주위를 도는 개미
...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해파리
물고기와 물의 사귐
물고기를 다투는 사람은 반드시 옷이 젖는다
통발 속의 물고기
생선을 굽다가 뒤집으면 모양이 일그러진다
원숭이는 헤엄치고 물고기는 나무에 오른다
...
매를 날려보낼 수 없으면, 사냥도 할 수 없다
까마귀와 솔개의 알을 버리지 않아야 봉황을 잃지 않는다
기러기는 갈대를 물고 난다
발 아래의 새는 놓치기 쉽다
깃털 때문에 목숨을 잃는 공작
그물코가 하나뿐인 그물로는 새를 잡을 수 없다
...
가끔은 넘어질 때도 있다
사자는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도 전력을 기울인다
무엇도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사냥개는 평생 한 마리 너구리를 잡는다
성난 말은 정면에서 길들여야 한다
...
책속에서
달팽이 뿔 위에서 무슨 싸움을 하겠는가!
자세히 살펴보면, 달팽이 머리에도 두 개의 아주 작은 뿔이 늠름하게 달려 있다. 물론, 쇠뿔이나 사슴뿔처럼 크고 위압감을 주는 모양새는 아니지만 말이다. 만약 이 연약하고 작은 달팽이 뿔 위에서 서로 뺏고 뺏기는 싸움이 일어난다면, 자신이 차지할 수 있는 범위는 더욱 작아지지 않을까? 설령 싸움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고 해도 극히 미미한 수확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분쟁도 달팽이 뿔에서의 싸움에 불과할 때가 있으니, 실로 가슴 아픔 일이 아닐 수 없다.
"투쟁"이란 말을 들으면 처음에는 매우 용감하게 느껴지고, 마땅히 해야할 일인 것만 같다. 그러나 사전에 반드시 과연 무엇을 위해 싸울 것인가를 냉정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주 작은 명예 때문에? 맹목적인 남녀의 치정 때문에? 아니면, 몇 푼 되지 않는 돈 때문에? 이 점을 생각해 보면 수많은 크고 작은 분쟁의 원인이 사실은 말할 가치도 없는 미미한 이득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달팽이 뿔 위에서의 싸움은 우리 주위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싸움의 축소판이다. 큰 의미가 없이 일어나는 전쟁은 결국 인생을 허비하게 만드니 무척 유감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각각의 능력으로 위대한 업적을 이룰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 능력을 소중한 의미가 있는 곳에 사용해야 한다. 단지 작고 작은 달팽이 뿔에 얽매이지 말고, 시야를 넓혀서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