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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CEO/비즈니스맨을 위한 능력계발 > 성공학/경력관리
· ISBN : 9788996016687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13-07-30
책 소개
목차
추천의 글
다시, 경영의 원점에 서다
다른 사람, 다른 생각
사람을 움직이는 힘1
사람을 움직이는 힘2
회사도 사람이다
가치 있게 일한다는 것
혁신은 혼자 오지 않는다
무엇이 우리를 일하게 하는가
무엇이 우리를 꿈꾸게 하는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가한 씨는 사람이 동물과 뭐가 다르다고 생각해요?”
잔에 담긴 술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줄리가 물었다. 외국인이라 호칭이 서툴러 그런지 줄리는 ‘가한 씨’라고 직접 이름을 불렀다. 그 소리를 들으니 가한은 가슴이 아련해졌다. 여자에게서 자신의 이름이 불린 게 수십 년만인 듯했다. 헤어진 아내도 아이를 낳고부터는 ‘수빈이 아버지’라고 불렀다.
사람과 동물의 차이? 머리가 좋고, 도구를 사용하고, 말을 할 줄 알고, 글을 쓸 줄 알고, 스포츠 같은 놀이를 만들어 즐기고…….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동물은 태어나면서 어떻게 살지 이미 정해져 있어요. 동물은 자연이나 남이 설계한 대로 살아요. 자라서 교미하고 새끼를 낳아 기르다 죽죠. 인간이 기르는 가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가축은 사람이 설계한 대로 알을 낳거나 우유를 짜거나 고기를 제공하고 죽어요. 이처럼 동물은 태어날 때 이미 삶의 설계도가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인간은 달라요. 설계도가 정해져 있지 않아요. 부모라도 아이가 커서 어떤 사람이 될지 알 수 없어요. 인류를 위해 위대한 업적을 남기는 위인이 될 수도 있고 흉악한 범죄자가 될 수도 있어요.”
길거리에서 철없는 여자처럼 금속장식을 주렁주렁 달고 노래를 부르기는 해도 줄리는 철학교수였다.
“그리고 부모가 그 설계도를 대신 만들어줄 수는 없어요. 자신이 무엇을 할지 어떻게 살지, 그 설계도는 자신이 만들어야 해요. 그게 가축과 인간이 다른 점이에요.”
줄리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한은 아버지를 생각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만든 설계도대로 가한이 살기를 바랐다. 가축처럼 매순간을 감시하고 행동을 통제했다. 숨쉬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사춘기가 되면서 가한은 저항했다.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대화를 거부했고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 마침내 아버지가 만든 설계도를 찢고 축사를 탈출했다. 어쩌면 어머니의 죽음은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_ 다른 사람, 다른 생각
줄리가 떠나고 난 후에도 가한은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왠지 창피한 기분이 들었다. ‘가한 씨는 기업가 아닌가요?’ 줄리가 남기고 간 질문이 가슴에 아프게 박혔다.
가한은 자신이 왜 기업을 운영해 돈을 벌려고 하는지 자문했다. 질문을 두 가지로 나눠서 따져보았다. 왜 기업가들은 기업체를 운영하려고 할까? 파블로프의 조건반사처럼 즉각 답이 나왔다. 영리추구, 즉 돈을 벌기 위해서다. 줄리는 이 답을 싫어했지만, 가한은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돈을 벌려고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분명했다. 계속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다. 혼자 자문자답하던 가한은 자신이 순환논리에 빠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업을 운영하는 목적과 돈을 벌어야 할 이유가 자기 꼬리를 문 뱀처럼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순환논리 속에서는 어떤 해답도 나오지 않는다. 가한은 다른 식으로 생각해보았다.
줄리는 어떤 일이 의미가 있으려면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 하고,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 신념이 생기고, 사랑하는 대상에 따라 가치가 결정된다고 했다. 회사원이 돈을 벌어야 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이고, 그래서 열심히 일하게 되고, 가족을 위하는 일이므로 가치도 있다. 마찬가지로 생각하면, 기업을 운영하는 이유는 기업 자체에서 나오지 않는다.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
기업이 사랑해야 할 대상은 무엇일까? 질문을 바꿔보니 답이 쉽게 나왔다. 고객이다. 기업은 고객을 위해서 존재한다. 기업의 제품은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그렇게 번 돈을 고객을 위해 쓴다. 이렇게 생각하니 비로소 정리가 되는 듯했다.
_ 사람을 움직이는 힘1
“기업가는 예술가처럼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세상을 뒤바꿔놓는 사람들이에요. 와트의 증기기관, 에디슨의 전등, 포드의 자동차,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 세상은 그들이 내놓은 새로운 물건들을 통해 발전해왔어요. 새로운 물건을 만든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근본적으로 기업가들은 예술가와 비슷한 면이 많아요.”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가한과 줄리의 시선이 마주쳤다. 줄리의 눈동자는 검고 어두웠지만 밝고 환한 빛이 났다. 가한은 이제 그 빛의 정체가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검은빛이 철학자 줄리라면 밝은 빛은 예술가 줄리였다. 가한은 블랙홀처럼 점점 빨려 들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건축가가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 듯 위대한 기업가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만들어요. 똑같은 상품을 팔더라도 월마트는 다른 마트와 다르고 노드스트롬은 다른 백화점과 달라요. 예술가가 작품에 혼을 불어넣듯 기업가들이 기업에 자신의 혼을 불어넣기 때문이에요. 다른 점은 예술가는 대부분 혼자 작업하지만 기업가들은 그 일을 여러 직원들과 함께 해요.”
_ 회사도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