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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경제경영 > 기업 경영 > 경영전략/혁신
· ISBN : 9788950921965
· 쪽수 : 230쪽
· 출판일 : 2010-01-10
책 소개
목차
01 | 꿈이 시작되다
02 | 기초를 다지다
03 |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다
04 | 토대를 쌓다
05 | 채널을 통합하다
06 | 영업은 과학이다
07 | 이어달리다
08 | 쓰러지고 일어서다
09 | 현장과 함께하다
10 | 꿈이 이루어지다
용어해설
저자소개
책속에서
꿈이 시작되다
“해야 한다면 지금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사진의 요구도 당연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산 규모가 너무 큰 것이 사실입니다. 회사 돈은 우리 것이 아니라 고객과 주주의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비용절감 방안을 생각하세요. 그리고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지금 IT 직원이 몇 명입니까?”
“250명입니다. 경쟁 회사의 절반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요, 경쟁 회사보다 훨씬 적은 인원이란 것은 저도 잘 압니다. 다른 회사 사례를 보면 이런 대규모 프로젝트를 할 때 직원들이 감당해야 할 업무량이 엄청나게 늘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출한 계획서를 보면 규모와 범위가 역대 최고에요.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뛰어난 직원들이지만 적은 인원으로 3년이라는 긴 시간을 전력투구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하려고 해도 몸이 감당하지 못할 겁니다.”
진영일도 다른 회사 사례를 검토했다. 계획한 프로젝트의 절반 수준을 완성하는 데도 2배 이상의 인원으로 3년이란 시간이 소요되었다. 인원과 기간을 늘려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행장의 생각은 달랐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속전속결이 답일 수 있습니다. 계획서를 수정해서 최대한 기간을 앞당길 방법을 찾아보세요. 모순된 요구라는 것은 나도 잘 알지만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직원들을 위해 반드시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 시간을 단축하면 인건비도 줄어드니 이사회가 원하는 비용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지 않겠습니까.”
적은 인원으로 비용을 줄여 더 빨리 완성하라는 행장의 지시를 들었을 때 13척의 배로 300척의 배와 맞선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이 떠올랐다. 진영일은 이순신 장군을 존경했다. 힘든 해외 유학 시절을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읽으며 버텼다. 수많은 밤을 꼬박 새워가며 온갖 사례를 검토하고 고민한 끝에 한 줄기 빛처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위험이 너무 큰 방법이다. 시간 단축과 위험 부담, 어느 쪽으로도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진영일의 고민은 깊어졌다.
“지금 우리를 둘러싼 금융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습니다. 공간적으로는 세계화를 지향하고, 시간적으로는 빛의 속도로 진행되는 업무처리를 원합니다. 꾸물대는 은행을 고객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들은 바로 다른 은행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빠른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더욱 유연하고 통합된 IT시스템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말입니까?”
발표 도중 질문이 나왔다.
“현재의 시스템으로 불가능한 것도 있고, 일부는 수작업을 통해서 가능한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제공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이번에 개발하려고 하는 ‘팍스하나 시스템’은 모든 요구에 대해 즉시 제공을 목표로 합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요?”
“인터넷, 모바일, 콜 센터, 영업점…… 모든 채널의 기록을 통합 저장하는 한편 모든 프로그램을 최소 단위의 컴포넌트component방식으로 개발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만들면 레고 블록을 조립해 새로운 장난감을 만들듯 각각의 컴포넌트를 조립해 손쉽게 새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조립 가능한 유연한 프로그램이, 통합된 데이터를 활용해 원하는 자료를 즉시 제공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스템을 개선해서 사용하면 되지 꼭 많은 돈을 들여 새롭게 개발해야 합니까? 반드시 그래야 하는 이유가 도대체 뭡니까?”
이사진에서 계속 이의를 제기했다.
“지금까지 IT는 비용만 사용하는 지원 부서란 생각이 강했네. 그러다 보니 IT 직원들도 현업의 요구에 맞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여 왔지. 나는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네. IT가 비용을 소모하는 부서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리드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부서라는 믿음을 심어주고 싶어. 우리 자신부터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앞으로도 그런 인식은 바뀌지 않을 걸세. 직원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잠재력을 끌어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회사로서도 불행한 일이지. 지금은 네트워크시대야. 이미 인터넷 뱅킹 사용률이 70%로 창구 이용률을 넘어선지 오래야. 아마존, 구글을 비롯해 IT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버는 회사가 속속 생겨나고 있지 않나. 우리도 할 수 있다고 믿네.”
먹구름이 몰려오던 하늘에 천둥소리가 울리고 번개가 쳤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고객을 유도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첨단 인텔리전트Intelligent 기능을 대폭 강화하려 하네. 새로운 기술이라 어려움이 많겠지만 반드시 성공해야 하네.”
“알고 있습니다.”
“IT 조직을 담당하는 리더로서의 목표도 있네.”
툭툭 빗방울이 떨어진다. 하지만 진영일은 내려갈 생각이 없다.
“이전까지 IT 직원들은 현업의 요구를 받아 그것만 처리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네. 그러다 보니 자기 영역만 알지 전체를 알 수 없었지. 때문에 큰 틀에서 협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비즈니스를 위한 IT시스템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전 과정을 보게 될 것이네. 전체가 협업을 해야 하니 개발 방법을 표준화하고 요구 사항을 도식화해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거야. 개인적으로도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네. 이 본부장.”
진영일은 다짐하듯 이행하의 얼굴을 응시한다.
“네, 말씀하십시오.”
“IT 직원들의 능력 향상이 이번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표네. 다른 데서 이런 대형프로젝트를 할 때 보면 외부 업체가 들어와 일을 하고 은행은 관리만 하는데 우리는 힘들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되네. 외부 업체와 한 몸처럼 함께 움직여야 해. 물론 적은 인원으로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지식을 배워 시스템을 개발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 어쩌면 개인이 감내할 수 있는 한계 그 이상을 요구할 거야. 하지만 개인을 위해서도 이번 고생은 할 만한 가치가 있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네.”
“잘 알겠습니다. 부행장님.”
불어오는 바람 속에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사나운 바람이 불 때마다 가로수는 쏴 소리를 내며 휘청거린다. 비를 피해 우왕좌왕 몰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