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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144830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01장 붕대 감은 성자
02장 오아시스 모임
03장 피맛
04장 내가 다리를 벌리면 너는 가위를 집어넣으렴
05장 그가 나를 데려다주리라
06장 천국을 현현하는 여자
07장 참으로 복된 밤
08장 피로 맺은 계약
09장 성가신 먹구름
10장 밤낚시
11장 안개
12장 해를 보여드릴게요
13장 애도의 절차
14장 이브가 태어나다
15장 포식과 향연
16장 괴물일까, 성자일까
17장 마지막 합일
에필로그
작가후기
리뷰
책속에서
태주가 두 손으로 상현의 얼굴을 감싸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상현은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어느 것이 지옥이고 어느 것이 천국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 지금,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태주의 품이 천국이라는 사실이었다.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감각할 수 있는 이 사실들. 언제나 막연하기만 했던 천국이 이렇게 감각적으로 현현한다는 이 사실만으로도 상현은 힘이 차올랐다.
“시간 없어요…… 안아주세요, 빨리.”
상현은 착한 아이처럼 태주를 와락 끌어안았다. 텅 비어 있던 몸이 비로소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기쁨으로 온몸이 뜨거워졌다. 상현은 결심했다. 내 앞에 천국을 현현하는 이 여자. 이 여자를 위해 순교를 하겠다고. ― '6장 천국을 현현하는 여자' 중에서
상현은 가위를 내려놓았다. 링거병에서 튜브를 뽑아냈다. 튜브에 들어 있던 링거액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링거바늘에서 피가 역류하는 것이 보였다. 상현은 입에 물고 힘껏 빨아당겼다. 압력이 부족한지 피가 올라오다가는 다시 내려갔다. 상현은 아예 바닥에 누워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최대한 힘껏 빨아당겼다. 피가 들어오고 있었다. 효성의 피가. 살아 있는 자의 피가 상현의 몸속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상현은 꿀떡꿀떡 소리를 내며 피를 마셨다. 효성의 뜨끈한 피가 식도를 지나 위에 차오르는 느낌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 '3장 피맛' 중에서
강우의 웃음소리에 태주는 빈정이 상했다. 강우는 저녁나절의 사건은 새카맣게 잊은 모양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속옷까지 내보이며 엎어지게 만들더니…… 지도 수컷이라고, 다른 놈이 제 여자 힐끔거리는 건 못 보겠다고…… 부린다는 호기라는 게 기껏…… 태주는 강우를 딱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분한 마음으로 씩씩대거나 치욕스러워 눈물을 흘려야 마땅하지만, 태주는 강우가 한심할 뿐이었다. (……)
억울함 때문에 분노했던 심장이 텅 비어버리는 이 순간을 태주는 번번이 사랑이라고 여겨왔다. 그러나 그 텅 빈 심장에 어느 결엔가부터 확고히 자리 잡은 감정이 있었다. 그것은 권태였다. 강우의 코끝에서 야무지게 콧물을 훔쳐내는 그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 '4장 내가 다리를 벌리면 너는 가위를 집어넣으렴' 중에서
“이러다 우리 둘 다 지옥 가요.”
“나는 신앙이 없어서 지옥 안 가요.”
지옥 구경이라도 한번 시켜줘요. 여기만 하겠어요. 당신은 지옥이 어떤 데인지 결코 알 수 없는 사람이에요. 나는 지옥을 잘 알아요. 지옥을 보여줄까요? - '5장 그가 나를 데려다주리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