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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147541
· 쪽수 : 311쪽
· 출판일 : 2009-07-07
책 소개
목차
1권
프롤로그 _ 두 소년
탕후루를 든 소녀
바다호랑이
칼산지옥으로
바다의 도시
황금 호아테의 비밀
2권
아지바두, 해왕의 탄생
푸른 늑대의 보물
월량만 전투
두 번째 이별
태양을 삼키다
에필로그_ 서(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 탕후루 물어내.”
소녀가 든 과일꼬치의 설탕옷에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아까 후와 부딪힌 소녀였다. 찬과 후는 탕후루 대신 소녀를 바라보았다. 둘은 어른이건 아이건 그렇게 멋진 옷을 입은 사람을 생전 처음 보았다. 소녀는 새까만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모자도 신발도 검은색에, 검은 나무로 된 허리띠는 자개로 빽빽이 장식돼 있었다. 귀에는 자개의 색감과 어울리는 백옥귀고리가 달려 있었는데 백옥의 반은 최고급 흑단목에 박혀 있었다. ……소녀의 얼굴은 자개의 빛을 간단히 누를 만큼 예뻤다. 귀에 걸친 백옥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흰 피부, 크고 동그란 눈, 검고 진한 눈동자, 작고 오똑한 코, 기러기 날개처럼 야무지게 꺾인 눈썹. 앙증맞게 튀어나온 동그란 이마는 너무 예쁘다 못해 건방져 보일 정도였다. - 1권 '탕후루를 든 소녀' 중에서
그때 쩔그럭거리는 쇳소리가 들렸다. 기묘한 갑옷에 호랑이가면을 쓴 거인이 다가와 찬과 후를 내려다보았다.
찬이 두려움을 쫓으려는 듯 있는 힘껏 기합을 넣어 몸을 띄웠다. 동시에 부웅, 소리를 내며 거인이 휘두른 철퇴가 찬의 배를 때렸다. 찬의 몸이 날아가 돛대에 부딪혀 떨어지더니 축 처졌다.
“으아아아!”
후가 뒷발차기로 거인의 배를 쳤지만 갑옷에 부딪혀 쇳소리만 날 뿐 거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고노 쇼우모노가(이 조그만 놈이)…….”
후가 다시 몸을 띄웠지만 거인의 손에 목을 낚아 채이고 말았다. 후는 공중에 매달려 고통스런을 숨을 토했다. 거인이 쓴 가면에서 풍겨 나온 미지근한 비린내가 후의 얼굴 언저리를 덮었다. 거인의 칼이 후의 배와 등을 꿰뚫었다. - 1권 '바다호랑이' 중에서
새하얀 돛만이 달을 빨아들인 듯 빛날 뿐, 배에는 횃불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뱃머리에는 구리로 된 요염한 관음보살이 몸을 뒤틀고 있었다. 배의 좌우 벽면에는 무쇠로 된 관음보살의 머리가 열여덟 개씩 나란히 붙어 있다. 관음보살의 얼굴은 모두 같은 모양으로, 입을 한껏 벌리고 있어서 기괴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때 갑자기, 월량보주의 수천 개 등불이 동시에 환히 켜졌다. 웅장한 오층 누각이 찬란하게 빛나고, 서른여섯 개의 관음보살 머리가 횃불을 입에 물고 어른거렸다. 오층 누각 꼭대기에서 형형색색의 비단 수십 장이 풀어져 내려왔다. 그 순간 월량보주를 제외한 모든 것들은 보잘것없어졌다. 오직 월량보주가 뿜는 빛만이 바다를 압도했다. 부처의 거대한 손이 번화한 도시 하나를 차곡차곡 접어 바다에 띄워놓은 것 같았다. 월량보주가 바로 바다의 도시였던 것이다. - 1권 '바다의 도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