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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96172840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09-06-15
책 소개
목차
사라진 원고 -7
옮긴이의 말 -380
리뷰
책속에서
“제가 선생님의 작품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파벨이 말했다. “더 많이 빼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습니다.”
“제 작품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파벨은 단편소설 두 개를 훔쳤다. 발견되지만 않으면 당연히 그것들을 파기할 방법이 없었다. 아니 발견되지 못한 채 아파트 지하실 벽 속에서 그냥 망실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 374쪽 중에서
파벨이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분홍색 리본을 푼 다음 바벨의 파일을 열었다. 안에는 촘촘하고 단정한 필적의 종이 묶음이 위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바벨이 완성하지 못한 원고였다. 물론 관건은 이 원고를 바벨이 썼는냐일 텐데, 파벨은 이 점에 관해서는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그 원고는 완성되지 않았지만 파벨이 지금껏 읽은 그 어떤 내용보다 아름답고 생동감이 넘쳤다. 어쩌면 바벨의 최고 작품 가운데서도 최고라 할 만했다. - 18~19쪽 중에서
바벨의 파일이 보였다. 상자 하나에 녹색 서류철이 27개였다. 파벨은 그 육중한 마분지 상자를 콘크리트 바닥에 내려놓았다. 맨 위쪽 서류철에는 바벨이 서명하지 않은 미완성 단편이 들어 있었다.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그는 철망 안의 백열전구 아래서 무릎을 꿇은 채로 그 단편을 다 읽어버렸다. 잠시 후 그는 자기 책상으로 돌아왔다. 파벨은 자신이 바벨의 단편을 손에 쥐고 있음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음 사태는 명약관화했다. 그 이야기는 분량이 11쪽에 불과했다. 접어서 허리띠 아래 쑤셔 넣고, 등의 허리 부분을 쓸어주기만 하면 됐다. - 86쪽 중에서
“가끔은 미래 세대가 우리를 뭐라고 생각할지 궁금하다니까. 한 무리의 바보 천치들이 여기저기 몰려다니면서 자기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구호로 외쳐댔다고 비웃을 거야.”
“아니요. 우리에 대해 아무 말도 없을 겁니다.” 파벨이 잠시 후에 말했다. “우리는 기억할 만한 가치조차 없는 세대로 치부될 거예요.”
“아니. 나 개인의 소망을 말하자면, 꼭 기억되기를 바라네. 내가 달리 왜 나 자신을 괴롭혀야겠나?”
“예. 어쩌면 맞는 말이로군요.”
“좋아.” 세미온이 웃었다. “바로 그래야지.” - 239~240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