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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6301646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09-11-05
책 소개
목차
첫번째이야기
꺾여서 시작한다는 말
13 버린 것들이 돌아와
15 가을 한낮
16 에미는 어디 가고
18 청개구리 면벽하다
20 붉은머리오목눈이
22 어미소
23 자는 줄 알고
24 어쩌나
25 막내야
27 혼자 남은 밤
28 복숭아를 두고
29 유월
30 떡잎 하나
31 개구리 우는 밤
32 부직포 쓴 경운기
34 꼭 고만한 돌멩이들이
36 꺾여서 시작한다는 말
두번째이야기
깡통에 담긴 우주
41 깡통에 담긴 우주
42 매화꽃이 피었습니다
43 개미와 내가
45 명함을 내밀 때
47 몸살
48 그냥 휘파람새
49 용두강에는 용이 없고
50 엄마 감자
51 누고 온 똥
52 저물 녘 함박눈
53 잘못 인화된 봄
54 시
55 이선길 할아버지
57 자전거 마술
59 태풍 지나간 아침
60 멀미
61 로또복권과 학교 매점
62 파산한 시
64 냉이
세번째이야기
학교를 떠메고
67 매화나무 바이러스
68 낡은 사진처럼
69 사포 이화농원
70 열쇠 목걸이
71 막차
72 학교를 떠메고
73 고요에 새기다
75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
76 쪽파 두 줌
78 영산초등학교 박 선생
80 늦가을 은행나무
81 콩타작 하는 날
83 봉긋한 무덤
84 동네 쌀집
85 깨알같은
86 산에 가서
88 에레이 초고속
89 겨울 배롱나무
90 빈 밭
91 감자의 눈을 빼다
92 강인숙 여사님
93 코딱지나물
네번째이야기
갠 날
97 걱정된다
98 세울이와 성중이
100 세울이 똥
101 한 대만 맞아도오
102 김딱지
104 풍선껌
105 인사
107 갠 날
108 누가 먹었노
109 오리나무 한 그루
115 작품해설 - 오철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냥 휘파람새
일요일 나무 심는 날 아침, 전봇대 맨 위 전깃줄에서 목청 좋게 노래하던 새. 내 발자국 낌새 알고 옆집 전봇대로 휘익 날아간다. 아침마다 찾아와 노래를 불러대는 저 손님은 누굴까? 이튿날 아침에도 살포시 문 열고 노래를 엿듣는데 어찌 알고는 도망간다. 대체 누굴까? 며칠 인터넷을 뒤진다. 한국의 새. 멀리서 봐 놓으니 생긴 건 분명치 않아. 새소리 텃새 소리 듣다듣다 비슷한 걸 찾아내었다. 휘-익, 휘파람새. 아내한테 자랑을 했더니, 미숙이가 휘파람새라 그러대요. 나무 심는 날 다녀간 후배다. 어떻게 알았대? 그냥 들어보니 휘파람을 불더래요.
꺾여서 시작한다는 말
꺾어다 꽂아 놓기만 해도 산다는
동네 사람들 말을 믿고
울타리가 될 자리에다
사철나무를 꺾어다 심었다.
날마다 물 주고 틈새는 밟아주고
내 딴에 정성을 쏟았는데
잎이 시들시들하더니
꼭지서부터 줄기까지 마르고
끝내 잎은 노랗게 떨어졌다.
꺾꽂이 때를 놓쳤나
동네사람들 말을 너무 쉽게 믿었나.
할 수 없지 뭐, 포기하고
보름도 더 지나 한 달이 되어 가는데
다 죽어가던 줄기에서
철 늦은 새 잎이
코딱지만하게 눈을 내밀고 있다.
꽂아만 놓으면 산다는 게
모가지 꺾여서
죽음 목전까지 갔다가
생의 밑바닥부터 쳐올리는 것임을
나는 통 모르고 있었다.
깡통에 담긴 우주
사내가 껴안은 깡통에
어스름만 꼬깃꼬깃 쌓이는
지하도 입구.
먼 길 나서는 보름달이
주머니 탈탈 털어
은전 한 닢 던져넣자
우주의 귀퉁이가
이내 환해진다.
학교를 떠메고
아침부터
웬 학교가 흔들대는가 했는데
위층 음악실에서
처녀 선생님이 아이들과
노래를 불러제끼는 거였다.
그냥 노래만 부르지
학교를 떠메고 가는 거였다.
갠 날
아빠, 이상해요
학교 가는데 신발도 가방도 가벼워요
집 앞에서 동무 만나
재잘대며 가는데요
앞에서 꽁지머리 셋이 촐랑대고
동생과 오빠가 꼭 쥔 손도
마구 흔들려요
문구점 지날 때
형님들 둘이 탄 자전거
삐옹 삐옹 지나가고요
교문 앞 은행나무
손 흔들어 반가워하고요
참새들도 탱자나무 울타리에서
박자 맞추어 뛰어요
아빠,
오늘은 무슨 날인데
다들 저렇게 촐랑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