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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서양음악(클래식)
· ISBN : 9788996537199
· 쪽수 : 284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나의 클래식 인생
Chapter 1 - 작곡가
바흐-그 작고 깊은 샘
자유와 희망의 신호탄-내 인생의 영웅, 베토벤
음악이 그리는 죽음의 세계-나의 모비드한 쾌락
재즈와 클래식을 넘나들다-거슈인의 희망사항
Chapter 2 - 성악가
악보에 그려진 모든 음표를 노래하라-오페라와 내가 엮인 사연, 서덜랜드를 추억하며
벨칸토 오페라의 화려한 부활-디바의 원조 마리아 칼라스
그러므로 지금 너는 슬픔에 잠겨 있지만-로열웨딩 그리고 키리 티 카나와
그녀가 노래를 멈추는 순간 시간도 흐름을 멈춘다-메트로폴리탄의 프리마돈나 홍혜경
Chapter 3 ? 연주가
음표와 음표가 만나 선율이 되다-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과 카잘스
행복한 내 어린 시절의 기념사진 ? 카라얀과 모차르트
작은 손으로 음악사를 새로 쓰다-신의 목소리를 닮은 연주 정경화
아쉬움에 남기는 글
슈만과 브람스 | 클래식 음악의 컬트가 된 말러 | 독일 오페라의 신, 바그너 | 독일 가곡과 슈베르트 | 내가 원하는 실내악 공연 | 플랑의 오페라
에필로그 - 그대여 음악에서 안식을 구하라
저자소개
책속에서
독일어에서 ‘바흐ein Bach’라는 남성 명사는 시냇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바흐 이전의 서양 음악이 빗물이라면, 그 빗물이 모여서 거대한 강물을 이루는 시초가 바흐라는 작고 깊은 샘물이다. 나의 대학 시절 바이올린 선생님은 늘 바흐 이후의 서양음악은 바흐로부터 나왔다고 말씀하셨다. 그러기에 서양음악을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제일 먼저 바흐를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 샘의 깊이를 단번에 알 수는 없다. 모차르트를 듣다 돌아와 다시 듣고, 쇼팽을 듣다 돌아와 다시 듣고, 평생 바흐를 들으며 그 속의 수많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그 맛을 음미해야 한다. 바흐는 음악사에 길이 남을 거장들에게조차 순례를 마치고 돌아가야 할 집이면서, 끝마치지 못한 숙제처럼 늘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는 존재이다.
<영웅 교향곡>의 첫 두 음은 아마도 신호탄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봉건 질서 아래 억압 받았던 민중에게 자유와 희망의 시대를 여는 신호탄일 수도 있고, 음악사적으로 보면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음악이 탄생하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 흔히 바흐를 수학자에 비유한다. 수학은 숫자를 쫓는 학문이지만, 그 숫자로 우주 삼라만상을 표현하는 무궁무진한 학문이다. 바흐는 음표만을 쫓았지만, 그 음표들로 수많은 단어들이 무색할 우주처럼 심오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바흐가 ‘음악의 수학자’였다면, 베토벤은 ‘음악의 철학자’이다. 음악이 순수한 음표의 아름다움을 쫓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처럼 감정을 갖고, 그 안에서 인간의 이상을 표현해 나가는 것이 베토벤의 음악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 신호탄이 의미하는 두 가지는 서로 일맥상통한다. 인류에게 자유와 희망을 주는 음악이 시작되는 신호탄인 것이다.
내가 조지 거슈윈의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의 곡들이 갖는 장르를 초월하는 유연성 때문이다. 그의 음악을 클래식과 재즈, 뮤지컬로 나누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한 곡 한 곡이 연주자에 따라 클래식도 되고 재즈도 되고 그 중간의 어떤 것도 다 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의 유명한 오페라 《포기와 베스》에 나오는 〈서머타임〉을 예로 들면, 엘라 피츠제럴드 등 유명한 재즈 가수들이 부를 때면 영락없는 재즈이지만, 레온틴 프라이스, 캐슬린 배틀 등 클래식 발성법을 사용하는 오페라 가수가 부르는 〈서머타임〉은 오페라 아리아가 된다. 거슈윈이 1920년대에 파리로 건너가 그 당시 유명한 작곡가였던 모리스 라벨의 가르침을 받고자 했을 때 라벨은 “오히려 내가 한 수 배워야겠다”며 거절했는데 거절의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가르침을 받으면 거슈윈의 음악 속에 흐르는 재즈의 느낌이 사라질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