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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6682479
· 쪽수 : 392쪽
책 소개
목차
1. 송민정
2. 이혜진
3. 유은아
4. 오수민
5. 유은아
6. 이혜진
7. 송민정
8. 김유림
에필로그
리뷰
책속에서
식은땀을 훔친 박준은 떨리는 손을 움직여 재빨리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주차장 입구를 향해 달려 나갔다. 그렇게 그가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는 찰나였다.
퍼억!
유림의 차가 박준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박준은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허공을 날아 주차장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커헉!”
가슴이 너무 아팠다. 아무래도 갈비뼈가 나간 것 같았다. 쓰러진 그의 옆엔 부서진 오토바이의 파편이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배를 붙잡고 바닥을 뒹굴던 그는 헉헉거리는 숨을 몰아쉬었다.
너무 무서웠다. 이대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머릿속에 가득했다. 달아나야 했다. 그는 애써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절뚝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겨우 자리에 일어선 박준을 향해 환한 헤드라이트 불빛이 쇄도했다.
콰드득!
유림의 차가 다시 한 번 박준을 들이받았다. 차에 정면으로 충돌한 박준은 주차장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주차장 기둥이 시뻘건 피로 물들었다. 깨진 머리에서 피가 흘러 박준의 눈동자를 새빨갛게 물들였다. 작게 웅얼거리는 박준의 입에서 피거품이 새어 나왔다.
차에서 내린 유림은 싸늘한 얼굴로 박준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 살려……. 아, 아줌……. 사, 살…….”
박준이 유림을 향해 손을 내밀어 살려달라 애원하고 있었다. 목숨을 구걸하는 그를 보며 유림은 조용히 말했다.
“더 해.”
“제발, 살려…….”
“더 하라니까. 은아가 너희들에게 했던 것처럼. 울고, 빌고, 매달려봐.”
박준의 눈에서 조금씩 초점이 사라지고 있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그가 죽는 모습을 지켜보려던 유림은 박준의 숨이 쉽게 끊어지질 않자 다시 차에 올랐다.
바닥에 닿아 있는 박준의 시야에 유림의 자동차 타이어가 굴러가는 모습이 보였다. 시동이 걸리는 소리도 났다. 뒤로 물러났던 차가 다시 순식간에 앞으로 다가왔다.
쿵.
묵직한 소리가 났다. 바퀴에 깔린 박준의 몸에서 한차례 짧은 경련이 일어나고, 이내 조용해졌다.
유림은 차를 뒤로 물리지 않고 운전석에서 내려 놈의 죽음을 확인해보았다. 그는 두 눈을 부릅뜬 채 숨을 거두었다. 초점 없이 뻥 뚫린 동공에 유림의 얼굴이 비쳤다. 유림은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자신도 모를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은아야…….’
엄마가 전부 갚아줄게.
난생 처음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그 시체가 눈앞에 있다. 꽉 쥐고 있던 손이 덜덜 떨렸다. 하지만 그녀는 이전처럼 울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