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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종교에세이 > 기독교
· ISBN : 9788996728313
· 쪽수 : 238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추천사
1부 햇님과 바람 이야기
자신을 몰랐던 바람/ 사랑은 걸작을 낳고…/ 여성 운동가/ 계속 갈망하라/ 고래도 춤추는 칭찬/ 자녀안에 있는 부모/ 욕망과 소망의 차이/ 인종 차별을 극복한 영웅/ 손녀의 첫 돌/ 내 생애 가장 큰 선물/ 모델인 엄마
2부 더 소중한 것은 사람
엄마 나 4불이나 받아/ 더 소중한 것은 사람/ Not Profit & Loss But People & Love/ 비너스 상/ 상대방의 장점 찾기/ 나는 물이고 싶다/ 삶의 우선순위/ 올게닉Organic/ 그리운 어머니/ 마음이 시키는 일/ 행복은 마음먹기 달린 것/ 사람에게 오래 남는 건 뒷모습
3부 상대를 배려하는 삶
자식 사랑이 크신 어머니/ 깊은 생각, 감동의 소통/ 연애 시절/ 고운 마음/ 사랑, 가정에서 배우는 덕목/ 비수가 되는 용의 비늘/ 말의 힘/ 부부관계/ 통 큰 남자/ 마음의 잣대/ 행복한 아내
4부 자족하며 사는 행복
건강도 기부할 수 있을까?/ 자족함의 행복/ 작은 소원/ 인생의 롤 모델/ 일석 사조의 웃음/ 아들의 플룻/ 보이지 않는 핸디캡/ 103세의 여성 판사/ 가장 좋은 우리 집/ 인생의 토네이도/ 가족사진
에필로그
고마운 나의 아내
저자소개
책속에서
-프롤로그
죽음의 사선을 넘어야 하는 암 진단을 받았을 때, 나의 마음은 오히려 아침 바다처럼 고요했다. 그리고 내 생각들은 점점 더 확실해지기 시작했다. 이 병이 사랑하는 남편과 소중한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 손녀에게 가지 않은 것이 오히려 고마웠다.
그리고 어쩌면 일상의 자리를 떠나야 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스피노자가 말했던 것처럼 내가 심어야 할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평생 환자들을 위해 공부하고, 강의하고, 그들의 생명을 잡아주기 위해 수술대 앞에 서는 것을 숙명으로 믿고 사는 남편과 45년을 함께 하면서도, 내 마음 속 갈피에 곱게 접어놓았던 아직도 못 다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두 손에 그득 담은 반짝이는 모래알처럼 힘주어 꼭 쥐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세라, 그저 두 손에 보듬어 바람에 날릴까, 비에 젖을까, 고이 간직하며 바라보았던 내 아들 딸, 그리고 손자손녀들에게 내 안에 찾아 온 작은 우주의 종말 앞에서도 엄마와 할머니로서의 생각과 마음을 흔들림 없이 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숲속의 작은 옹달샘처럼 소박하게 살았던 내 삶의 이야기와 생각들이 때론 이 세상에서 목마름을 해갈하고, 뜨거운 태양 볕 아래 송글송글 맺힌 구슬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잠시 쉬어가는 그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이 책의 행간을 메우기 시작했다.
그 동안 살아오면서 내 가슴에 감동으로 물결친 이야기들은 동화속의 ‘햇님과 바람’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성공하기 위해서 자신의 뜻을 지시하고, 강요하는 이 세상에는 성공과 명예보다도 더 소중한 ’행복하게 산다는 것’ ‘아름답게 산다는 것’ ‘올곧게 산다는 것’ 들의 가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고, 부와 명예, 물질보다 사람이 더 먼저라고 말해주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강조하기보다는 있는 것으로 배려하며 자족하는 행복이 인생을 ‘성공한 자’보다는 ‘승리한 자’로 이끌어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11. 6. 15.
파사디나에서 이헌자
-고마운 나의 아내
동부 피츠버그의 겨울은 유독이 나로 하여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했다. 폭설에 내 차가 파묻혀 보이지 않고, 밤새 내린 눈으로 집 앞의 길이 보이지 않는 날이면, 아내는 늘 새벽같이 일어나 차에 쌓인 눈을 다 걷어내고 차에 시동까지 걸어 놓는다. 그리고 출근에 지장이 없도록 눈이 쌓인 집 앞의 길도 말끔히 치워놓곤 했다. 몇 번을 만류하고 왜 그런 수고를 하느냐고 호통을 치기까지 했지만, 아내는 변함이 없었다.
아침에 수술을 집도해야 하는 나의 손으로 차가운 눈을 만지면 손이 얼어 수술에 지장이라도 줄까봐 그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해내는 아내의 사려 깊은 마음을 나는 알고 있다. 혹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다음날 수술 스케줄에 어려움이 없도록 늘 편안함으로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내 아내는 나를 진정한 심장전문의로 거듭나게 한, 나를 완성시킨 나의 반쪽, 내 인생의 동반자이다. 늘 옆에 있고 함께 살고 있지만, 나는 문득문득 내 아내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떨리고 고마움의 눈물을 짓는다.
45년을 살아오면서 이제껏 당신이 잘못했다고, 그것은 틀렸다고 말해본 적이 없는 아내. 내가 화를 낼 때도 단 한 번도 맞서 싸운 적이 없는 아내다. 늘 그 자리를 피해 나로 하여금 생각할 여유를 갖게 해 주었던 아내이다. 결국 내가 잘못했다고 스스로 깨닫고 느끼도록 해준 지혜로운 아내다.
나는 알고 있다. 내 아내가 나의 아내로서 그녀의 삶의 우선순위를 남편인 내게 두고 한평생을 살아온 것을. 커리어우먼으로 살았어도 손색이 없는 재능과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사랑하는 남편을 위해 자녀를 위해 가족들을 위해 고스란히 불태운 평범하지 않은 여인이라는 것을.
아내가 암진단을 받았을 때, 앞이 캄캄하고,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한 평생 아내와 늘 행복해 했던 시간들이 멈춰 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장이 오그라드는 그 느낌을 말끔히 씻어 준 아내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그리고 감사하다.
아내는 내가 나를 찾는 환자를 우선순위로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환자를 돌볼 때나, 강의를 할 때나 그 무엇을 할 때도, 아내는 늘 내 마음 속에 그림자처럼 나와 함께 했던 또 다른 나임을 나는 부인하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는 부부로서, 그 무엇의 우선순위에 비교될 수 없는 인생의 동반자로서 변함없이 지금의 이 길을 함께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