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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96804208
· 쪽수 : 386쪽
책 소개
목차
스물 다섯번의 일기
1. 春分 추분 7
2. 淸明 청명 19
3. 穀雨 곡우 26
4. 小滿 소만 59
5. 芒種 망종 67
6. 夏至 하지 77
7. 小暑 소서 89
8. 大暑 대서 99
9. 立秋 입추 127
10. 大雪 대설 139
11. 小寒 소한 150
12. 立春 입춘 155
13. 雨水 우수 164
14. 驚蟄 경칩 178
15. 立夏 입하 190
16. 處暑 처서 201
17. 白露 백로 215
18. 寒露 한로 233
19. 霜降 상강 245
20. 立冬 입동 261
21. 小雪 소설 274
22. 冬至 동지 292
23. 大寒 대한 316
24. 秋分 추분 343
25. 聖誕 성탄 367
저자소개
책속에서
하나. 춘분
왕조의 멸망으로 하나의 국가가 자취를 감추었다. 말 못하는 짐승까지 놀라 달아날 정도로 혼란의 지경에 이르렀다. 백성들은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며 떠돌았고, 갈 길을 잃은 나라는 일각을 다투며 변해갔다. 이들은 현재에 순응하며 그저 고분고분하게 가느다란 실 같은 목숨만을 연명할 뿐이었다.
이곳은 상하이의 자베이화(閘北華)라는 골목. 사람들은 종종 이곳을 쟈오화농바(絞花弄罷)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곳의 백성들은 예상처럼 모두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들이었다. 골목 안쪽 돌로 된 창고로 들어서면 오랫동안 사람 손이 닿지 않은 듯한 반달모양의 문 꼭대기를 볼 수 있는데, 어렴풋이 봉황과 비슷한 새의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흥망성쇠의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라 가리키듯 담담하다. 오늘 밤, 아니 오늘 밤뿐만 아니라 거의 매일 밤. 이곳은 으슥함을 마다하지 않는다. 휘영청 밝은 달 아래 커다란 도둑고양이 한 마리가 태연하게 처마들을 누비며 달밤을 만끽한다. 길 위는 구정물 투성이고, 온갖 기름들이 배수구로 흘러 들어간다. 쥐들의 은신처이지 사람이 살 곳은 못되었다. 길모퉁이 끝에는 양아치 패거리들이 불량한 태도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혹시 골목 앞쪽에서 안을 들여다 볼 기회가 있었다면 어두운 가로등과 좁고 꼬불탕한 길을 보게 될 것이다. 숨기려는 듯한 어둑한 곳, 사창가의 골목이다. 늙은 사창 하나가 건물 계단에 몸을 비스듬히 기대고 있다. 한 남자가 지나가다 늙은 사창에게 틈을 내주어버렸다. 그때 안에서 지켜보던 뚜쟁이가 튀어나와 늙은 사창과 함께 남자의 발목을 잡았다. 끝끝내 뿌리치지 못한 남자는 오늘 뚜쟁이거지 같은 가게의 첫 손님이 되고 말았다.
이 뚜쟁이의 건물3층에는 생각과는 다르게 일반 백성도 살고 있다. 사창일을 하지 않는 일반백성. 조그만 남자아이다. 두 손으로 턱을 받친 채, 골목 안의 광경을 방관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름은 린 뤄허(林洛). 올해 6살이다. 매일 밤 창가에 나와 화려한 등불과 함께하는 거리의 사람들을 본다.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작았고 영양실조까지 앓고 있는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