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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6849360
· 쪽수 : 220쪽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1 신호빈
여는 글 2 신태균
1장 아직은 살아 있는 나
마지막 오늘
세상 속으로
고마운 사람들
내가 살아있는 이유
2장 아빠의 마음
나는 호빈이의 아부지
지금 이대로라도 내 곁에
3장 아부지와 딸
아부지라 쓰고 사랑이라 읽습니다
저 하늘의 별이 되자
4장 사람과 사랑
마음에서 마음으로
타인에서 가족으로
글을 마치며
리뷰
책속에서
힘들 때 마음을 둘 곳이란 한 군데도 없었다. 일상에 지친 부모님에게 화내는 것, 혼자서 우는 것, 그것뿐이었다. 나에게는 아무도 없었다. 어디에 나를 드러낸다는 건 생각지 못했고 사실 그럴 용기도 없었다. 평범한 척하지만 공감대 하나 없으니 그저 눈으로만 바라보다 자괴감만 들고 처절하게 외로웠다. 누군가에게도 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 어쩐지 동떨어진 인간 같아서 항상 스스로 당당하지 못했다. 쓸모없고 폐만 되는 인간. 그런 존재로만 인식하며 살았다. 내 마음이 머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오직 죽음. 그 이외를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 무의미했다. 그러나 죽음도 외로우면 찾아오지 않는다. 외로움은 외로움을 더 가져다줄 뿐이다.
‘시한부’라는 것.
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들은 두어 달밖에 살 수 없을 거라고 했다. 이상하게도 그 순간,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비로소 십 년 만에 자유로움을 느꼈다. 이 지독한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더욱 자유롭게 느껴졌다. 10년의 투병 기간 내내 우울과 비관에만 빠져 살았는데 말이다. 어찌 된 일인지 아프기 전처럼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고, 감정이 들끓던 성격도 차분해졌다. 인생을 달관한 듯한 착각도 든다. 믿을 수 없게도 전보다 더 행복하다. 시한부이기에 조급함도 있지만 두려움은 없다. 오히려 용기가 솟아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나를 보여주고 싶고, 나의 마지막 꿈을 이루고 가꾸고 싶다.
나의 몸은 점점 더 아파오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나날이지만, 어쩐지 가슴도 벅차고 힘이 솟는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항상 옆에 있고, 나를 기억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 행복하게 나의 길을 갈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이라면 고통이 너무 심하지 않게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정신이 몽롱한 중에도 의무적으로 무엇을 먹어야 되고 주사를 맞아야 하고, 가끔 정신이 들면 아부지한테 투정을 부렸다. 내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하면 아부지는 한밤중에라도 가게에 나가서 사오고 먹이고 하셨다. 주사를 많이 맞으니 소변은 끊임없이 나오고, 아부지는 저녁에도 거의 잠을 못 자고 소변 통을 갈아야 했다. 그렇게 다 죽어가는 딸을 밤마다 곁에서 지켜주셨다. 내 기력을 찾아주시기 위해 집에 가셔서 온갖 육수를 다 끊여오고 그걸 먹여 주셨고, 그런 정성이 모아졌는지 나는 살아났고 어느 정도 회복도 되었다.
어떤 자식이 병든 부모를 이렇게 돌볼 수 있으랴. 내가 우리 아부지의 딸이었기에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자식을 사랑하고 걱정하는 아부지의 눈물이 바로 기적이다. 내가 이 사랑을 갚을 수 있을까? 그것이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