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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88996886990
· 쪽수 : 157쪽
책 소개
목차
I. 진실의 소리
리지 할머니 11
코끼리 마를렌 25
가족의 시간 39
II. 불의 소리
특별한 생일 선물 59
한밤중의 산책 73
뜨거운 바람 83
III. 비행기 소리
피터의 나침반 115
문 두드리는 소리 131
가족이 된 피터 145
IV. 종소리
피터와 나 159
백작부인 179
희망의 발걸음 199
리뷰
책속에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 열여섯 번째 생일 전날 저녁이었어. 창밖을 내다보다가 그 녀석을 본 거야. 처음에는 그저 커다랗고 시커먼 그림자 같았어. 그러다가 천천히 그림자가 걷히더니…… 의심할 여지없이 녀석은 코끼리였단다. 정말 잘생긴 코끼리였어. 그때는 몰랐지만, 어느 날 문득 우리 집에 찾아온 그 코끼리가 내 인생을, 우리 가족 모두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거야. 녀석은 우리 모두의 목숨을 구해주었어.”
바로 그 순간, 우리가 돌아갈 곳은 없다는 걸 깨달았지. 엄마는 칼리를 품에 안았어. 칼리는 엄마 품에 얼굴을 파묻고 마를렌의 이름을 부르면서 울었어. 우리는 뛰었지. 뛰고 또 뛰었어. 피곤함조차 느낄 수 없었어. 두려움에 없던 힘까지 생겨 더욱 필사적으로 달렸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더니 달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비행기들이 보이더구나. 아마 수백 대는 족히 넘었을 거야. 드레스덴은 이미 폭격으로 온통 쑥대밭이 되어 있었어. 휘이잉, 폭탄 떨어지는 소리, 쾅 하는 폭발 소리, 사방으로 터지는 섬뜩한 불빛,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미친 불길.
바람이 부나 눈이 오나, 진창길이나 얼어붙은 길이나, 마를렌은 묵묵히 걷기만 했어. 마를렌은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 같았지. 우리는 그냥 마를렌을 따라갔어. 마를렌 가까이 다가가면, 녀석의 뱃속에서부터 울려나오는 듯한 기분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그 소리를 들으면 왠지 웃음이 나고 기운도 솟았지. 우리는 걸어가면서도 먹을 것을 찾아내는 마를렌이 부러웠어. 마른 낙엽이나 풀을 뜯어 먹었어. 우리는 마를렌의 끝없는 인내심과 꿋꿋함에 위안과 용기를 얻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