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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715024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3-07-15
책 소개
목차
1. 사막의 여우
2. 쌀림
3. 초록 눈동자
4. 프라이데이 리그
5. 일리야
6. 코리아클리닉
7. 제니
8. 사달수우드
9. 까라비니에리
10. 비밀
11. 여우와 굴
12. 핸드폰
13. 신드바드의 왼손
14. 지구라트
15. 로켓맨
16. 심문
17. 탈출
18. 라마단
19. 바그다드로
20. 존재하지 않았다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프라이데이 리그의 열기는 한여름 날씨만큼이나 달아올랐다. 바람이 많이 부는 금요일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부대 안에서 현지인들과의 회식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단장 등 한국군 간부들도 경기를 참관하러 나왔다. 경기 시작 전부터 수십 명의 응원단이 붉은 악마처럼 몸에 붉은 칠을 한 채 ‘대∼한∼민∼국’을 외쳤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피켓을 흔들어댔다. 나이 어린 이병들 몇 명은 여장을 하고 치어리더로 나서 엉덩이를 흔들어대기도 했다. 작년 한일 공동 월드컵 때 TV에서 보던 응원 광경을 흉내낸 것이다.
단장의 흐뭇한 얼굴 뒤로 미군 간부들 몇 명도 보였다. 레이저 역시 그들 틈에 낀 채 특유의 표정 없는 얼굴로 잠시 축구를 지켜봤다. 그러면서 곁에 앉은 다른 미군 간부와 조용히 귀엣말을 주고받기도 했다. 축구 경기에 대한 주민들의 호응도를 엿보러 온 것이다.
그날 경기는 두 명이 퇴장을 당하고 5명이 다리를 다쳐 절룩거리게 된 접전 끝에 3 대 3 무승부로 끝났다. 프라이데이 리그에는 퇴장이라는 것이 없었지만 어느 틈엔가 진짜 A매치처럼 퇴장이라는 벌칙이 생겨났다. 경기가 계속되면서 전적이 쌓이다 보니 자연스레 경기가 점점 가열됐기 때문이다. 진짜 대표 선수라도 된 것처럼.
“자네 때문에 일리야가 어떻게 됐는지 알고는 있나?”
“이게 뭐야? 무슨 내용이야?”
“직접 알아봐.”
타리크는 가방 속에서 벽보를 한 아름 꺼내 하빈의 발치에 내던졌다. 역시 같은 내용의 벽보였다.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모두 뜯어 모은 것 같았다.
“이게 뭐냐니까?”
“잘 들어. 자네는 일리야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야. 일리야를 보호해줄 수 없다고. 자네는 미국이 불러서 온 전쟁 기계일 뿐이라고.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대체 뭐지? 부대 밖으로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지 않아? 여기 오지 말았어야 했고 더 이상 있지 말아야 해. 여긴 자네가 있을 곳이 아니야. 자네가 여기를 떠난 후라면 어쩌면 나중에 다시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여기서는 아니야. 이라크 땅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그건 친구로서가 아닐 거야. 곧 알게 될 거야. 잘 가게. 옛 친구.”
타리크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는 듯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2시 방향 옥상 총기 출현!”
하빈은 재빨리 핸드토키에 대고 ‘4번 상황’을 외쳤다. 뒤따라오던 단장의 차가 멈춰 섰다. 술렁이는 군중 속에서 차도르 차림의 여자가 뛰쳐 나왔다. 여자는 하빈 쪽을 향해 두 손을 흔들며 뭐라고 외치는 듯했다 .
일리야였다. 그녀의 표정과 손짓에서 하빈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매복!
핸드토키에 대고 ‘3번 상황’을 외쳤다. 순식간에 단장의 차가 옆 골목으로 빠지고 경비대의 다른 차량들이 그 차를 에워쌌다. 뒤쪽에서 다가오는 미군의 장갑 험비가 백미러에 비쳤다. 그 순간 타탕, 총성이 들렸다. 총성이 약간 뒤쪽에서 들린 점으로 미뤄 미군 험비를 노린 것 같았다.
일리야의 뒤쪽 골목에서 복면을 하고 총을 든 남자 두어 명이 달려 나왔다. 박 하사가 급하게 핸들을 꺾어 중앙분리대를 넘어 유턴을 했다. 저항세력들은 뒤쪽의 미군 험비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 동시에 미군 험비에서 기관총과 자동소총이 불을 뿜었다. 하빈 쪽으로 달려오던 일리야의 주변에서 총탄의 탄착흔이 타다닥, 튀었다. 일리야의 허리가 허수아비처럼 앞으로 꺾이더니 그대로 풀썩 엎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