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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97150595
· 쪽수 : 222쪽
· 출판일 : 2015-12-05
책 소개
목차
뉴캐슬
연화, 떠도는 꽃
카론의 배를 타고
느릅나무 전설
자귀꽃이 피었더라
굿바이 하동호
우화羽化
암컷 버마재비
소금꽃
● 작가의 말 | 그 섬, 내 글쓰기의 텃밭
● 해설 | 뉴캐슬, 방부 처리된 영혼들의 우울한 성채 . 김홍섭
저자소개
책속에서
결혼 날짜를 잡고 수십 번 집을 보러 다녔지만 매번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재경과 내가 수십 차례나 발품을 판 덕에 알게 된 것도 있다. 우리가 가진 돈으로 이 근방에서 방을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중략)
결혼식이 보름 남았다. 자칫하다간 임신한 재경이를 고시원에 들여야 할 판이었다. 재경은 내가 이 일을 하는 걸 아직 모른다. (중략)
화분 흙은 돌처럼 굳었는데 놀랍게도 선인장은 아직 살아 있다. 달걀만한 선인장에 꽃대가 빼꼼 나와 있다. 죽음을 뚫고 나온 한 가닥 영혼처럼 보였다. (중략)
“그 집 살던 사람이 화분을 하나 두고 갔는데 꽃이 피었더라고!”
“선인장 꽃이야. 예감이 아주 좋은 거라고 주인이 그랬어!”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고 어둠과 바람과 불빛이 뒤섞여 마구 흔들리는 차창 밖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전화기를 쥔 손이 뒷좌석 가죽 시트에 힘없이 늘어져 있고 손바닥에 땀이 배어 축축했다. 재경은 오늘 본 집에 대해서 새처럼 재잘거렸다. 아무리 봐도 택시는 알 수 없는 곳을 달리고 있었다. ― 「카론의 배를 타고」 중에서
그날 똥은 뭔가를 잘못 먹어 된통 배탈이 났든가 그랬을 것이다. 통통한 볼살이 무섭게 경직되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이단돌려차기로 창구 유리를 강타했다. ‘악’하는 비명은 다시 목구멍으로 빨려들어 버렸다. 똥이 잽싸게 통로에 놓여 있던 쓰레기통을 창구로 던졌다. 푸른 색 플라스틱 쓰레기통이 박살나고 안에 담겼던 오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질서요원들이 달려와 제지하자 그는 두 손바닥을 펴서 주변을 진정시키는 척했다. 잠시 후 똥은 빠른 걸음으로 내 창구로 걸어왔다. 사과라도 하려나 싶었는데 웬걸! 사인펜으로 방탄유리에다 뭔가를 적었다. 여자의 성기를 지칭하는 두 글자였다. 글자보다 해죽거리는 그 웃음이 참 더러워서 받쳐 올라왔다. 똥은 그날 사건으로 붙여진 애칭이다. (중략)
순간 똥의 은빛 찬란한 뉴캐슬이 자르르 무너지는 환상을 보았다. 번쩍번쩍 빛을 내던 그의 성은 외마디 비명도 없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중략)
현관을 걸어 나오는데 아랫배에 가진통이 느껴졌다. 멈춰서 손으로 배를 만져본다. 사라진 꿈처럼 푹 꺼진 허공이 만져졌다. 눈물이 왈칵 차오른다. ㅡ 「뉴캐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