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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150984
· 쪽수 : 174쪽
· 출판일 : 2015-05-30
책 소개
목차
1부
이인삼각/ 노을사리/ 나비장(葬)/ 내일의 묵시록(?示錄)/ 옛날 아주 먼 옛날
두서(頭緖) 없다/ 촛불은 꽃잎의 기억을 풀무질한다/ 달이 뜨는 무릎이면
구름도서관/ 모래시계는 모래에 매달린다/ 후생은 상재되지 않는다
풍설의 스토리텔링/ 아주 오래 전 관음(觀音)이 남자였으나/ 신간/ 화이트아웃
2부
부상(浮上)하지 않는 슬픔/ 천지현황(天地玄黃) 이후에/ 쌀의 오독/ 사재기
발인(發靷)/ 혼자 먹는 점심/ 공중의 임대료/ 아직도 서정시를 쓰냐고 물으신다면
비둘기/ 미확인일상/ 나이를 먹는 법/ 배고픈 외도(外道)/ 시간의 골목
3부
해바라기/ 쉰의 유서/ 찬란한 착시/ 북회귀선/ 절벽의 조감도/ 세한도(歲寒圖)
얼굴/ 몽유, 먼지의 방/ 문신을 지우는 여자/ 검은 새 흰 눈썹 편지
야행성/ 쓰다가 사라진다/ 구름의 선착장/ 백 년 후의 통점
4부
금/ 버드나무 엽서/ 달의 연가/ 기찻길 옆, 머나먼
기차는 8시 방향으로 떠나네/ 자연장(自然葬)/ 삼십 년이 지나는 날 아침
간이역/ 얼음땡/ 바람이 읽고 간다/ 동물의 왕국/ 별책부록/ 검은 쥐는 흰 쥐의 꼬리를 물고
나의 시를 말하다 · 추방자의 사유지(私有地)/ 신현락
저자소개
책속에서
풍설의 스토리텔링
― 최북, 風雪夜歸人, 18세기, 종이에 연한 색, 66.9×42.9cm
내가 여기에서 듣는 건
펄럭이는 한 폭의 풍설야설風雪夜設이다
풍설의 몰골이야 잡목에 비유할 수 있어도
풍찬 한기에 묻은 옛 사람의 목소리는
그림밖에 돌아갈 곳이 없는
당신의 생에 대한 낙관落款이다
잡풀로 엮은 붓으로 풀칠할지언정
파버린 눈알 한 쪽은 분명 반골의 명목이다
사람들은 그 골품에 찬탄하고
그림으로 돌아오는 사람의 풍설風說이 궁금하여
늦도록 잠 못 이루고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누옥陋屋의 바람벽에 그림 한 장 달랑 걸어놓고
당신은 어디로 가는 걸까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만 듣는
당신의 외눈으로 가늠할 수 없는 인간사의 원근은
차라리 무채색의 눈길 하나면 족해라
광풍이 아니라면 오히려 한 채의 죽음마저 검불 같은 것
한백寒白의 생조차 덮을 수 없는 예감 따위는
북명北溟의 바람에게 던져버리고
눈을 밟고 온 세간의 이야기나 하자는 것이리라
먼 훗날 당신의 풍골風骨에 비견되는 고흐의 이야기를
풍문으로 흘려줄까
당신이 모르는 그림 속의 나그네를 따라가는
후생의 맹목을 들려줄까
골 깊은 조선의 산수화제山水畵題를 겹겹이 펼쳐보고 다시 접는다
며칠째 내리던 눈이 그치고
당신의 발자국은 점점 어두워진다
그림 밖에선 당신의 한 쪽 눈알의 소재가
못내 궁금한 풍설의 겨울밤이 지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