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253050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1-09-29
책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두엽은 마트에 당도해 서유와 함께 쇼핑을 했다. 펜션촌이 형성되어 있어서인지 마트도 제법 규모가 큰 편이었다. 서유가 모처럼 기분을 내야겠다 싶었는지 소주 대여섯 병을 과감하게 고르고 돼지고기 목살 두 근을 샀다.
“내가 계산할게요!”
서유가 당당히 말했다. 그녀 입장에서는 박봉인 그를 염려해 한 행동이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가 생각하는 범위 내의 그의 모습일 뿐이었다. 그리고 이번 휴가가 끝난 뒤부터는 사장직과 리조트 기획 본부장을 겸하는 위치에 오른다. 나중에 알고 괜히 제가 돈 쓴 것을 배 아파할까봐 그 부분도 좀 걱정되었다. 혼자 앉아 지갑 쳐다보며 ‘괜히 돈 썼어’라면서 울상을 지을 것이 뻔했다. 누굴 정확히 간파하는 그가 아닌데도 이상하게 서유의 행동패턴은 눈에 뻔히 그려졌다.
“아니, 내가 해. 나도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있어. 그런 부분은 침해하지 말아줬음 한다.”
일부러 냉엄한 표정으로 딱 잘라 말한 후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계산을 끝낸 후 비닐봉지를 받아들고 나오자 서유가 슬쩍 다가와 한마디 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내조할 마음의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단 말이에요. 지금 날 시험하는 거예요?”
응? 두엽이 당황해서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자 서유가 생긋 미소를 지어 주었다.
“시험하지 말아요. 당신 돈 없다고 면박주고 구박하는 건 안 할 거예요. 나, 그렇게 쪼잔한 애 아니에요.”
그게 그런 의미로 받아들여졌나? 이쪽에서는 후환이 두려워 미리 손을 쓴 것뿐인데. 가끔 이렇게 뜬금없는 마음을 드러내는 그녀가 두엽은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악의 따윈 없이 순수하고 착한 여자였다. 서유가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이게 연애라는 것이던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고 원래 그 자리가 제자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또 그 손을 잡고 온기를 느낀다. 왜 이 여자에게 이렇게나 편안함을 느낄까? 원래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근원적인 안정감을 느꼈다.
“손잡고 함께 걷는다는 게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구나. 여자친구랑 손잡고 가는 거랑,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손잡고 가는 거랑은 되게 기분이 다른데요?”
“어떻게 다른데?”
“음…… 세상을 다 가진 그런 기분? 히히.”
그녀가 장난꾸러기처럼 하얗게 이를 드러내 보이며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녀의 웃음에 이렇게나 많은 종류가 존재할 줄이야. 점점 펜션이 다가왔다.
“주인한테 숯불 준비해 달라고 하고 올게.”
두엽이 그녀의 손을 천천히 놓아두고 방 안에 재료들을 놓아두었다.
“그럼 나는 이거 씻을게요. 점심 먹을 준비해야겠네!”
고개를 끄덕거리고 곧장 주인에게 갔다. 숯불 그릴과 숯불을 준비해 달라 얘기하고 돌아오자 서유는 콧노래를 부르며 상추를 씻고 있었다. 다른 재료들은 이미 다 씻어둔 뒤였다.
“점심 먹고 바닷가에 가서 수영이나 하자.”
두엽의 말에 서유가 난처한 얼굴로 제 배를 내려다봤다.
“앗! 나, 그 동안 관리 안 했는데?”
“급하게 에스라인 불러들여 봐!”
“크크큭! 급하게 부른다고 걔들이 오나요? 말도 안 돼!”
“나는 급하게 잠든 근육 깨우려고!”
“호오, 농담도 하고! 별일이야!”
서유가 키득거리며 말하더니 다 씻은 상추를 탁탁 털어 물기를 빼내고 예쁘게 그릇 위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그는 얼른 쌀을 씻어 밥을 안쳤다. 그렇게 이십여 분 뒤 밥이 다 됐다는 신호와 함께 굽기 시작한 고기도 다 익어가고 있었다. 베란다에 불판을 펼쳐놓고 고기를 굽던 그가 서유에게 외쳤다.
“이제 밥 퍼와!”
“넵!”
서유가 밥을 떠서 준비해 둔 야채들을 들고 베란다로 나왔다. 바로 앞이 모래사장인데다 바다가 움직이는 모습을 직접 감상할 수 있어 절로 입맛이 돌았다. 서유가 둥근 원형 탁자에 있는 의자 하나를 꺼내 앉았다.
“크으! 날씨 정말 좋다!”
햇살을 받으며 유난히 하얀 얼굴로 환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그의 눈동자 깊이 각인되었다.
“물이 너무 차요!”
“9월이라서 그럴 거야. 그래도 기왕 바다에 놀러왔는데 바닷물에 다리 한 번 안 담그고 그냥 가는 건 아쉽지.”
두엽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들어오는 파도를 발로 퍼서 그녀에게 끼얹었다. 서유가 비명을 질러대자 두엽은 개구쟁이처럼 그녀의 뒤를 쫓으며 계속 물을 쏘아댔다. 그는 그렇게 하더니 소리 없이 홀로 웃었다. 장난치는 것 자체를 좀 어색해 하는 눈치였는데 이젠 그녀를 놀리는 것이 무척 즐거운 듯 보였다. 서유도 전력을 다해 물을 양손에 담아 그에게 퍼부어댔다. 그런데 확실히 남자라 그런지 아무리 물을 뿌려도 그는 단 한 번 맞지를 않는다. 기민하게 날아오는 물의 방향을 정확히 간파하고 피했다.
“아이고, 얄미워!”
절로 복장이 터져 질러 나온 고함이었다. 그러자 그가 큭큭거리며 배를 쥐고 웃었다. 두엽이 꽃처럼 어여쁜 그런 미소를 짓고 있다. 웃는 모습이 너무 멋있다. 평생 홀로 독차지하고 보고 싶을 만큼 그렇게 멋졌다. 멍하니 넋을 놓고 그를 흠모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그가 물살을 가르며 허겁지겁 달려들더니 도주하려는 그녀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았다. 등 뒤로 와 닿는 사내의 단단한 복부.
‘아, 너무 좋아서 눈물 날 것 같아!’
싫다고 바동거리긴 했는데 사실 안겨있는 것 자체가 싫지는 않았다. 그런데 좋은 것은 잠깐 뿐이었다. 그녀의 몸이 붕 들리더니 그대로 바닷물 속으로 처박혔다.
“으아아악! 꼬르륵!”
바닷물을 왕창 들이켜고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 몸을 일으키며 머리카락을 수습하고 벗겨져 둥실둥실 떠다니는 모자를 집어 들었다. 서유가 눈을 가자미처럼 뜨고 하얗게 그를 노려봤다.
“문두엽!”
“와봐!”
두엽이 두어 걸음 떨어진 거리에 서서 손가락으로 와 보란 듯이 그녀를 도발했다. 서유가 후다닥 달려가 그의 목을 다짜고짜 껴안고 바닷물에 처박으려고 온힘을 모았다.
“으으으! 들어가! 들어가라!”
그런데 이 남자는 대체 뭐로 만들었기에 그녀가 아무리 온힘을 다해도 옴짝달싹하질 않았다. 온힘을 다해 깡충거리면서 그의 목에 매달려 목을 어떻게든 아래로 꾸벅 숙이게 하려 안간힘을 쓰는데 갑자기 그가 와락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그러더니 다짜고짜 물속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어? 두엽 씨! 나 수영 못해요!”
“잘됐네.”
“네?”
왜 이러지? 서서히 들어가는데 두엽은 키가 187센티이고 그녀는 165센티밖에 되질 않는다. 이대로 계속 들어간다면 그녀는 혼자 물에 떠 있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 터였다. 그런데 어째 불안하다. 두엽의 가슴께까지 물이 찰랑거리는 부분에 당도하자 그가 씨익 웃었다.
“놓을까?”
“으악! 안 돼요!”
그에게 쇄골 뼈 부분에 오는 깊이라면 그녀는 머리가 푹 잠길 위치였다. 서유가 필사적으로 그의 어깨에 매달렸다. 그의 손이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엉덩이 아래로 들어갔다. 아이를 높이 안아 올린 것 같은 자세로 그녀의 허벅지에 팔을 받치고 섰다. 서유가 겁에 질려 그의 목에 더욱 바싹 안겼다.
“안 떨어져.”
“그래도 무서운 걸요!”
“나야 고맙지.”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남은 공포에 질려 미칠 노릇인데 이 남자는 어째 이 상황을 즐기기라도 하는 듯했다.
두엽은 높이 서유를 안아 올린 자세로 힘껏 그의 목을 끌어안느라 바싹 밀착되어 오는 가슴을 마음껏 느꼈다. 풍만한 젖가슴이 그의 뺨을 지그시 누르자 미칠 것만 같았다. 보랏빛 비키니 수영복 차림에 하얀 시스루 집업점퍼를 입은 그녀의 몸매를 보는 순간 당장이라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을 점령하고픈 열망에 환혹되었다. 물장난을 치면서도 그의 시선은 내내 흔들거리는 풍만한 가슴에 닿아 있었다. 다른 놈들이 없기에 망정이지 이런 뇌쇄적인 몸매를 드러낸다면 모든 짐승들의 눈요깃감이 될 뻔했다.
물속에 들어와서도 품 안에 안겨드는 그녀의 야들야들한 감촉 때문에 눈앞이 아뜩해져만 갔다. 통통한 입술도 미치도록 사랑스러웠고, 초승달을 만들며 눈웃음을 치는 모습도 더없이 자극적이었다. 뛸 때마다 보이는 가슴선도, 잘록한 허리라인과 완벽하게 상반되는 엉덩이라인 또한 절로 마른침을 꿀꺽 삼키게 했다.
손을 뻗어 그녀의 잘록한 허리에 팔을 감는 순간 그의 뿌리가 뻐근하게 성내는 것을 느꼈다. 그녀를 물속에 던지고 단단해져 가는 아랫도리를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 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녀도 자연스럽게 물 속으로 따라 들어와 보복을 하려 안간힘을 쓴다는 게 그만 제 젖가슴을 맘껏 그의 얼굴에 비벼대고 말았다.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을 너무도 과감하고 대범하게 해버린 그녀의 탓이었다. 그래서 이젠 노골적으로 더 깊은 물속으로 끌고 들어와 과감한 스킨십을 요구할 참이었다.
“아, 팔이 좀 아프다.”
그가 통증을 호소하며 눈살을 찌푸리자 서유가 당황했다. 그녀를 지금 여기에 내려놓은들 그녀의 발이 모래에 닿질 않는다. 그러니 수영실력으로 발만 움직여 물 위에 동동 떠야 하는데 그녀는 맥주병이었다. 그로선 다행인 상황이었다. 그가 매끈한 입술 끝을 슬며시 말아 올리며 낮게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나한테 당신이 안겨봐.”
“어떻게요?”
“다릴 벌리고…….”
말해놓고 보니 목소리가 저도 모르게 살짝 떨렸다. 기대감이 있어서인지 저도 모르게 음심을 드러내 보이고 말았다.
“이렇게요?”
“응.”
다행인 건 서유가 살고자 하는 본능이 우선이었기에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그에게 더 절절하게 매달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번엔 그녀가 두 다리를 벌리고 그의 허리에 다리를 감은 후 발끝을 크로스했다. 두 팔은 그의 목에 꽉 감겨 있었다. 편하게 안기긴 했는데, 이렇게 안고 보니 아랫도리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순간 그녀의 몸이 아래로 살짝 미끄러져 내려가며 단단히 솟은 그의 뿌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녀는 아무것도 모르고 한 행동이었겠지만 두엽은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호흡조절을 하며 터질 듯한 육욕을 억눌렀다. 아직 해가 중천인데 이렇게 민망하게 커져버리다니. 낭패였다.
“이젠 나가요. 이러다 고기들이 우리 먹이인 줄 알고 달려들겠어요.”
그로서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이 부푼 아랫도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작아지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래도 서유가 불편해하니 적어도 그녀가 설 수 있는 곳까지는 나가야겠다 싶어서 천천히 발걸음을 이동시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튜브라도 가지고 올 걸 그랬나 봐요.”
“하나 빌릴까? 펜션 주인이 필요하면 말하라고 하던데.”
“좋아요!”
두엽이 물이 허리까지 차는 데서 그녀를 내려놓았다. 서유가 자기가 직접 빌려오겠다며 후다닥 물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는 수영이라도 해서 부푼 아랫도리를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물 속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