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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씨책] 지도 반환 대작전](/img_thumb2/9788997279692.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국내창작동화
· ISBN : 9788997279692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2-10-25
책 소개
목차
할아버지의 소원
내가 가지, 뭐!
똑같네, 뭘!
칡 캐는 형제
덕암동 아이들
남한에서 왔어!
발면발면 걸어
빈집
두 엄마
경적 소리
생각이 같았네!
기발한 탈출 방법
준비물
평두산 움막
호랑이야, 늑대야, 귀신이야?
꽝포쟁이들
홀쭉한 군인, 통통한 군인
집채만 한 연 만들기
재미있는 안전장치
어깨동무하고
금빛 견장과 붉은색 견장
오솔길
· 조선팔도도 / 정평구와 비거 / ‘판문점 선언’과 우리의 소원
책속에서
익환이는 숙제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잠이 오지 않고 할아버지의 소원만 머릿속을 빙빙 돌았다.
‘어떻게 하지? 자동차로 한 시간이면 갈 텐데……. 그냥 내가 갈까? 어떻게 가지?’
익환이는 이리저리 뒤척이며 고민한 끝에 좋은 방법을 생각해 냈다.
‘아빠가 남한과 북한의 세관에서 개성 공단으로 가는 물품은 샅샅이 확인하지 않는다고 했어. 옷감 싣는 차를 타고 개성 공단까지만 가면,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공단도 개성에 있을 테니까……. 그래! 금요일이 마침 개교기념일이라 쉬니까 금, 토, 일, 3일간만 다녀오면 돼. 엄마와 아빠에게는 친구 집에 공부하러 간다고 하고 개성에 도착한 다음에 문자로 알려 드리지, 뭐.’
“미쳤어?”
창호가 눈을 치켜뜨고 되물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냐고?”
평구도 거칠게 대꾸했다.
“남조선 아이를 방조하자는 거다.”
“그건 반동이야!”
평구는 창호 앞으로 바싹 다가가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도를 있던 자리에 다시 돌려놓는 게 왜 반동이야?”
창호도 눈동자에 더욱 힘을 주고 대들었다.
“당의 뜻을 거스르는 거잖아?”
“당의 뜻이 뭔데?”
“몰라서 물어?”
창호도 지지 않고 목청을 높였다.
“지금 당장 이 남조선 아이를 끌고 사회안전부경찰서로 가야 돼. 지도는 그 다음 일이고.”
“그러면 이 아이와 지도가 어떻게 될지 뻔하잖아?”
“알 바 아냐! 배운 대로만 하면 되니까.”
“네가 사람이냐!”
분을 참지 못한 평구가 창호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때릴 기세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어젯밤에 익환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남조선 아이들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걸 알았어. 우리와 똑같더라고. 나는 익환이가 친아우친동생처럼 느껴졌어. 글자나 말이 별로 다르지 않고, 력사역사가 같고, 생김새도 같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지 않잖아. 같은 민족이라서 그러겠지. 그런 동무를 사회안전부에 데려가는 게 낫겠니, 무사히 남쪽으로 가도록 방조하는 게 낫겠니?”
“얘를 돌려보내면 우리가 모두 잡혀갈 텐데…….”
창호가 따지고 들었는데도 범구의 나긋나긋한 말투는 흔들리지 않았다.
“혼나기야 하겠지. 사회안전부, 학교, 집에서……. 하지만 우리는 미성년이라 혼내다가 말 거야. 그런데 이게 얼마나 큰일이야? 북남의 아이들이 마음으로 만나는 첫 번째 력사가 만들어지는 거잖아.”
익환이는 범구의 말에 코끝이 찡해졌다. 어느새 창호를 비롯한 다른 아이들의 굳었던 표정도 부드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