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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문학
· ISBN : 9788997299089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2-11-20
책 소개
목차
추천사
프롤로그
;1부
채 스무 살도 안 된 이 꽃봉오리들을 어이 할까 / 비틀즈를 좋아하는 전직
권투선수 아저씨 / 연보랏빛 들꽃을 닮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 지금 그 이
모들은 어디에 있을까 / 우리 교회 우렁이 각시 / 준영이 엄마의 고마운
선택 / 아이들이 너무 먹어요 / 스물다섯 현아 씨 / 붕어빵 아가씨 / 우거
지 할머니의 한글 공부 / 소망이 피어나는 자리 / 반짝이 이모, 미안해요
카타콤에서 이제 그만 나오세요
;2부
상우가 달라졌어요 / 희야 씨, 잘 있나요? / 중국에서 온 강 언니 / 알리와
친구들 / 예쁜이 권사님의 열심 / 양철지붕 아래 아이들 / 미아리 집창촌
의 큰손, 순자 이모 / 방 열 개 있는 집을 달라고 떼쓰는 중입니다 / 아이들
이 만나게 될 세상 / 가출 소녀 수정이의 아름다운 날갯짓 / 떠나간 사람들,
돌아온 사람들
;3부
뜻밖의 조문 /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 폐지 할머니 리어카 위에 꽃화분 한
개 / 수요일의 성찬 / 아버지 / 잣죽과 감자탕 / 부끄러운 편지 / 두렵지만
가야 할 길 / 교회에서 만난 반가운 이웃 / 세상에서 가장 예쁜 손 / 아름
다운 조율 / 노란 복수초를 닮은 그이들 / 작두콩과 사랑초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채 스무 살도 안 된 이 꽃봉오리들을 어이 할까
한 아이가 머뭇거리면서 들어와 피임약을 달라고 하였습니다. “저…… 이 약을 오늘 먹으면 오늘 피임이 되는 거예요?” 라고 묻는 아이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습니다. 화장조차 깨끗이 지우지 못한 아이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고단함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습니다. (……) 친구 핸드폰이 부러워 엄마를 졸라 샀는데, 덜커덕 수십만 원의 요금이 나오자 엄마한테 혼나고 핸드폰 뺏길 생각에 겁도 나고 무서워서 집을 나와 버린 아이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친구 집에서 며칠 지내다가 엄마 화가 가라앉으면 들어가야지 했는데,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그 아이 나이가 겨우 스무 살이었습니다.
연보랏빛 들꽃을 닮은 여인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일거리를 찾기 위해 벼룩시장을 뒤적이던 그녀는 월수입 몇백 보장이라는 문구를 보고 전화를 걸었습니다. 성매매 집창촌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는 너무 무서웠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었노라고 했습니다.
“근데 있잖아요, 약사 이모. 내가 여기서 일을 하다 보니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엄마가 왜 그리 보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막 아이 낳고 그럴 때는 엄마가 참 미웠거든. 이렇게 이쁜 내 아이를 어떻게 버리고 살 수 있었을까 하고……. 근데 나도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아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울 엄마는 얼마나 괴로웠을까요? 자신의 탯줄을 끊고 나온 자식을 거두지 못하고 가야 하는 그 심정은…….”
누구에게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 없었던 그녀가 가장 험하고 거친 이곳에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변하였던 것입니다. 놓아버림으로, 낮아짐으로 그녀는 더욱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스물다섯 현아 씨
한 번에 변비약을 열 알 이상씩 먹고, 두통약도 보통 네 알, 수면제도 매일 먹는데 다섯 알 이상씩 먹어야 잠들 수 있다고 합니다. 사는 게 재미없다고, 싫다고 말하는 그녀의 나이는 이제 겨우 스물다섯입니다. 그녀는 스무 살 때부터 영등포역 성매매 집창촌에서 일하다가 이리로 오게 된 지는 얼마 안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영등포 집창촌에서는 단속이 심해서 일을 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다고 하면서…….
현아 씨는 얼굴만이 아니라 온몸과 마음이 모두 굳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뭉치지 않은 곳이 없었고 온몸의 세포가 다 돌처럼 굳어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그녀의 팔을 만지고 등을 만지면서 긴장한 그녀의 몸들을 조금씩 풀어주었습니다. 그녀가 속으로 흘려온 눈물이 제 혈관 속으로 전해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어찌할 수 없음에 많이 미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