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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97386789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3-12-16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1부
5분의 구애 12
하지 14
소리 15
봄날은 간다 16
그림자의 환승 17
딱딱한 외투 19
늦은 이유 21
첫사랑 대폿집 22
봄, 와불 24
벽의 말 25
잠깐을 노획하다 27
어두워지는 안부 29
2부
북어 32
여름날의 고백 33
돌아가야 하나 35
꽃잎 호텔 37
색의 사서함 39
인사법 41
가벼운 전언 42
반구대 암각화 44
소설 46
횡설수설 47
성업 중 48
바람의 텃세 50
신음소리 52
3부
이상한 은행 56
풍경을 묶다 58
이 십팔 것! 59
살다가 살다가 61
구라 3단 63
벽시계에 걸린 노을 65
슬픈 잠 67
꽃의 후기 69
막이 오를 무대 71
전시장에서 72
근황 74
전생 76
오후 3시의 고함 78
4부
못 말리는 불륜 80
새벽 우화 81
소리 스토커 83
봄을 풀다 85
동백 87
벚꽃 점심 89
따뜻한 궁상 91
여름 끝 93
저런! 94
편지 96
안주 한 사라 98
겨울 산 100
해설상상력의 진폭 : 일상에서 언어로김석준 104
저자소개
책속에서
봄 일당
꽃잎 호텔을 급습했다
산수유의 노란 브래지어가 터질 것 같다고
외눈으로 째려보는 개나리 아직 마수걸이도 못했다고
나, 문밖출입 제어 당한 숫처녀라고
손만 대면 버찌가 쏟아진다는
노회한 눈알 굴리는 늙은 나무
오줌소태 치료중이라며 약골 아랫도리를
끌어올리는
누우떼처럼 지나가는 어둠이 증명한다
물침대 위 첫 경험 같은 벚꽃이 여인처럼
누웠는데도 다만 얼룩만 조금 베어 문 것
뿐이라고
시간을 탕진한
주당의 낯빛이 일그러질 쯤
오늘 저녁 유숙할 근심의 거처를 궁금해하면
사타구니 흑점이 빤히 보이는 정오의
감정을 요리한 꽃잎
호텔 밖 삼엄한 경계를 엿본다
선녀와 나무꾼을 내 보낸
봄, 포승줄에 기어이 묶이려는 수작
일지도 모르는
무단 침입한 한량과의 동거도 곧 끝날 것이라는
꽃잎 불량아의 뾰로통한 입술
군침 흘리는 환한 대낮에게
긴급속보를 타전하고
----[꽃잎 호텔] 전문
엄마의 옻칠장은 토닥이는 소리로 열고 닫힌다 검은머리 빗질 끝나면 하얀 종아리 걷어올린 나무아래 피리 분 기억을 올린다 혀가 짧은 보름달이 쫓아와 풋살구 갈피에 꽃을 심었다 꽃가루로 분칠한 나비경첩, 궤를 붙들고 나무 향에 취한 집착을 읽는다
오동나무를 건드린 사내놈의 발정으로 칩거에 들어간 그늘 옻칠 벗겨진 자국에 늑대울음 들린다며 붕어 자물쇠를 채운다
목욕재계를 마치면 곧 오동 집이 되는 엄마
18세 아버지를 내간체 종이가 꼼지락대면 늙은 엄마는 문득문득 자란다 옻칠장 나이테에 부적을 꿰매고 밤마다 결 맞춘 소원도 주문한다
나무로 걸어와 접붙인 세월이 까마득하다 칠이 벗겨지면 감춰놓은 달을 품어 아랫도리가 짧은 노랫말을 잇는다 적삼 속에 개어둔 유언이 그믐으로 몰릴 쯤 문틈 사이로 연록의 나무냄새가 난다
기억의 새들 곁눈질하며 어둠을 수혈 받아 옻장 속에 감춘다 덜컥! 목이 매인 주름 사이로 슬픔이 저장된다
하나씩 말라가는 글에 손톱자국을 내는 일
----「소설」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