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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실기
· ISBN : 9788997456673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8-12-14
책 소개
목차
PART 1 잡초, 그 은밀한 아름다움
밭에 사는 잡초 / 냉이·서양벌노랑이·어저귀·수박풀·가시박·단풍잎돼지풀·새팥·노란꽃땅꽈리·애기나팔꽃·미국쑥부쟁이·기생여뀌
논에 사는 잡초 / 매화마름·미나리아재비·개구리자리·개구리밥·가래·물달개비·물옥잠·물질경이·물피
PART 2 소소한 들꽃 이야기
가우라·산수유·풍선덩굴·패랭이꽃·서양민들레·백목련·자귀풀·회화나무·산딸기·질경이·병아리꽃나무·자주달개비·애기똥풀·동자꽃·코스모스·자주개자리
PART 3 모퉁이 돌아, 꽃
원추리·은방울꽃·능소화·백양꽃·날개하늘나리·루드베키아·모란·얼레지·미국나팔꽃·둥근잎미국나팔꽃·원추천인국·금계국·부채붓꽃·금낭화·호제비꽃·하늘매발톱·왕원추리·연꽃
PART 4 다정한 식물 일기
메밀·큰달맞이꽃·이질풀·토끼풀·약모밀·강아지풀·붉은토끼풀·쑥갓·자운영·사철나무·개망초·끈끈이대나물·살갈퀴·둥굴레·돌콩·반하
PART 5 그대가 지나쳐간 풀꽃 이야기
여우콩·댕댕이덩굴·왜박주가리·참꽃마리·등심붓꽃·종덩굴·반디지치·팥배나무 열매·낙엽·사마귀풀·닭의덩굴·으름덩굴·나래회나무·담쟁이덩굴·까실쑥부쟁이
PART 6 꽃과 함께한 날들
제비꽃·각시붓꽃·댓잎현호색·골담초·삼색제비꽃·개양귀비·인동덩굴·괭이밥·붓꽃·도라지·범부채·참비비추·참나리·칸나·용담·둥근잎유홍초
책속에서
물질경이
물옥잠보다 더 귀하신 몸이 된 물질경이 역시 멸종위기종 후보다. 나는 우리 동네 게으른 농부의 논에서 이 귀한 것을 만났다. 그래서 나는 게으른 농부를 좋아한다. 부지런한 농부의 논에서는 잡초도 발 디딜 틈이 없으므로. 얇은 물질경이는 흐름이 없는 물속에서 질경이처럼 줄기는 없고 뿌리에서 돋은 커다란 잎사귀들로 탐스러운 포기를 이루며 살아간다. 꼭 질경이를 닮은 아이가 물속에서 살아 물질경이라고 한다. 그러나 꽃은 다르게 생겼다. 뿌리에서 나온 튼실한 줄기들 위에 물결모양 씨방을 올리고, 그 위에 빠끔히 물 밖으로 고개 내민 연보랏빛 꽃을 피워 올린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물 위에서 춤추는 발레리나 같다. 자세히 보면 꽃잎이 세 장이고, 오백 원 동전만하다. 꽃이 크고 아름답지만 하루만 피고 져서 물에 녹아버린다. 그래도 수술 바로 밑에 암술이 있어 자가수분으로라도 열매는 맺는다. 열매가 익으면 따다가 우리 연못에 심어 키워야지 생각하지만 게을러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 1장 〈잡초, 그 은밀한 아름다움〉 중에서
서양민들레
어릴 적 나는 항상 길바닥에 머리를 숙이고, 숨은 그림을 찾고 다녔다. 땅 위에 반짝이는 보물을 찾기 위해 헤집고 다니던 내 모습이 기억에 뚜렷하다. 혼자 다니길 좋아했고, 땅만 쳐다보고 다녀서 엄마가 늘 걱정하셨다. 땅바닥에서 뭘 그리 찾았을까? 지금 생각해봐도 나의 어릴 적 모습은 유별나다. 어느 날인가 민들레 씨가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보고 꺾어서 불어보려다 꽃이 아플 것 같아서 땅바닥에 엎드려 후 불었다. 씨들이 흩어지면서 바람에 흩날렸다. 그런 풍경은 처음이라 여기저기 피어 있던 씨들을 죄다 후후 불어 날렸다. 날아가는 씨를 불다가, 또 잡으려 뛰다가 까르르 웃으며 놀고 나니 날아가던 씨는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와 베갯잇에도, 동생 장난감에도, 엄마 앞치마에도 날아 들어가 혼난 기억이 있다. 그래도 노란 민들레의 꽃말 ‘행복’처럼, 내 어린 날의 나와 민들레는 참 행복했다. / 2장 〈소소한 들꽃 이야기〉 중에서
루드베키아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길가에서 루드베키아를 그렸다. 여름에 군락을 이루며 흐드러지게 피는 루드베키아는 억세고도 튼튼한 꽃이다. 처음엔 누군가가 뿌려놓았을 그 꽃이 이제는 아무도 돌보지 않아도 저희들끼리 피고 지고 잘만 살아간다. 노란색 꽃은 그리기가 까다롭다. 명암을 살리려고 조금만 색을 섞으면 탁해져서 마치 때가 탄 듯 지저분해진다. 물감을 섞다 보면 갈피를 못 잡고 손을 놓을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실증이 난 김에 그리는 손을 내려놓고 멍하니 강만 바라본다. 강이 내려다보이는 길가에 하염없이 앉아 있다 보면 구름이 가고, 새가 지나고, 어느새 노을이 어깨에 내린다. 넌 혼자 무슨 청승이냐고 수군대던 노란 꽃들 얼굴에도 노을이 내려앉았다. 강바람에 저희들끼리 흔들리는 꽃들을 뒤로하고 돌아오기 일쑤다. / 3장 〈모퉁이 돌아, 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