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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7581238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13-06-17
책 소개
목차
1장 …… 눈부신 고립을 꿈꾸다
눈부신 고립을 꿈꾸다가 | 오을식
게으르고 나른한 아침 | 이잠
그곳의 단상들 | 김희수
correspondances | 손월언
다슬기가 있었다! | 김세인
담양에서 보내는 편지 | 권달웅
내 사랑 까뮈 | 남길순
저 소리와 이 소리 | 김광옥
부지깽이 소곤소곤 | 백우선
외딴방의 작가들 | 최은숙
2장 …… 길의 안부를 묻다
E=mc²와의 대화 | 이기호
겨울 산행의 더운 꿈 | 범대순
낯선 길에 대한 단상들 | 이화경
느림에 관한 몇 가지 단상 | 천서봉
길의 안부를 묻다 | 이태관
외동마을에서 나를 만나다 | 안오일
선물 | 이원화
동면冬眠 | 손병현
미완의 행복 | 이지담
3장 …… 문득 뒤돌아보다
더덕 냄새를 맡다 | 임영태
산채에서의 타임머신 | 김희철
문득, 뒤돌아보니 길이 있었다 | 김규성
고엽의 미학 | 박노동
사연이 담긴 노래 | 김성범
산에서 온 방문객 | 윤지강
4장 …… 숨은 얼굴을 그리다
돌담에 숨은 얼굴을 위하여 | 윤동수
견건곤최상문장見乾坤最上文章 | 송은일
이름 모르는 꽃 | 김해화
정선, 도원, 시 | 전윤호
집, 그리운 공간들 | 고영서
첫눈에 대한 단상 | 김미승
산책도반 | 조동례
저자소개
책속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온통 푸름으로 가득했습니다. 봄을 찾아 섰던 한 도인이 홀로 산 속을 헤매다 돌아와 보니 집 앞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던 옛 선시가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내가 길 위에서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떠남은 무엇을 얻고자 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걷다 보면 길은 스스로 모든 것을 우리에게 건네줍니다. 지금 우리가 걷는 이 길도 생이 끝날 때까지 걸어야 할, 먼 여행길이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여 길이 펼쳐 놓은 삶의 도화지 위에 내 자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 글 한 줌 적어 놓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입니다.
- 이태관, <길의 안부를 묻다> 중에서
햇살이 눈부셨다. 바람 끝이 부드러웠다. 삶은 분명 고달픈 거지만 그 고달픔을 위로해 주는 것들은 참 많다. 하지만 늘 바쁜 도시에선 잘 느끼질 못한다. 잠시 나에게 주어진 시골에서의 시간이 참 고맙다. 시골은 빠름을 강조하는 도시와 다르게 좀 느리지만 그 느림은 나를 위로해 주는 것들을 만나게 해 준다. 소담한 풍경, 친절한 말 한 마디, 푸짐한 차 한 잔의 대접, 들리지 않는 경적 소리, 예쁜 도랑과 돌담들…….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게 힘이 들기도 하지만 이렇게 따뜻한 위로들을 만나면 금세 피곤함이 녹아든다. 참으로 고맙고 멋진 일이다.
오늘은 잊고 있던 나를 만났다.
- 안오일, <외동마을에서 나를 만나다> 중에서
내가 묵은 방은 때죽나무 한 그루가 지키는 외딴방이었으나 부엌으로, 마당으로, 어린 측백들이 자라는 뒷산으로, 사람들의 마을로, 사통팔달 이어지는 방이었다. 아무도 없는 낯선 곳이란 없는 거였다. 나뭇잎 덮인 웅덩이 아래 가재처럼 숨어 살고 싶었던 한 달, 가장 많이 돌아다니고 가장 잘 먹고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냈다. 백 선생님의 시는 섬세했고 시나리오 김 선생님의 문장은 닳아빠지지 않은 뚝심이 있었다. 고구마를 캘 때도 청바지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는 손 선생님의 시는 현란하고 자유분방한 수사 안에 물기를 감춰 두고 있었다. 이제 작품이 하나둘 나올 때 마다 핑계 삼아 만나서 백아산 막걸리를 나누게 될 것이다. 이맛에 밤을 새워 자판을 두들겨 대는 거겠지. 외딴방에 스스로 갇혀 새로운 출구를 꿈꾸는 우리들의 언어를 응원한다.
- 최은숙, <외딴방의 작가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