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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97758272
· 쪽수 : 192쪽
· 출판일 : 2012-12-27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삶이 고달프면 그곳에 가 보라
꽃을 피우다
함께하면 하늘이 보일 거야
상처에도 꽃은 핀다
사람이 사람을 도와야 한다
울고 있는 아이를 본 적이 있다
안아주기, 사랑해라고 말하기
꽃이 핀다
함께 홀로서기
벼는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카트라 카트라 다리여 메샤
당신에게 당연한 일이 우리에겐 기적이에요
함께 웃는다
희망의 증인들
산타클로스가 올 때까지 나무를 심자
종교를 넘어 존중과 배려로
동쪽에서 온 가족
에필로그 | 마음을 나누면 우리는 모두 신의 친구가 된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 한번은 현지 학교에 직접 나가 치아 관리를 교육했다. 말도 안 되는 칠판과 책상이 있는, 흙먼지 풀풀 날리는 좁은 교실이었다. 빽빽이 들어찬 아이들의 손에 칫솔을 들려주고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뮤탄스균이 이러저러하니 양치를 잘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양치질에도 순서가 있고 방법이 있다는 얘기를 하면서 치아뿐 아니라 혀와 잇몸까지 모두 닦아야 한다고 알려주다 앞줄에 있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혀를 닦아요? 혀를 닦는다고요?”
“그래, 혀도 닦는 거야.”
살면서 이런 소리는 처음 들어본다는 표정이었다. 아이의 귀여운 표정이 기억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 아이는 지금쯤 익숙하게 혀를 닦고 있겠지.
# 지적장애가 있지만 메로야가 아주 말귀를 못 알아듣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의사표현이 확실한 아이였다. 일단 상처 부위를 덮고 있던 거즈를 스스로 제거하도록 했다. 나 는 옆에서 식염수를 부어주며 거즈가 잘 떨어지도록 돕기만 했다. 신기하게도 메로야는 소리를 지르지도 몸을 뒤틀지도 않고 거즈를 떼어냈다. 마치 기도를 하는 것처럼. 혼잣말을 하며. 나는 덜 아플 부위부터 살살 치료를 시작했다. 조금씩 깊숙이 치료가 진행되자 메로야는 전처럼 소리를 지르는 대신 큰 소리로 얘기했다.
“오스돗~ 오스돗~.”
천천히, 조심히 하라는 얘기였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그리고 진심으로 메로야에게 미안했다. 왜 기회를 주지 않았을까? 왜 조금 더 기다려주지 못했을까? 아이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할애했다면 우리는 진작 아이의 협조를 받았을지 모른다. 다른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유로, 지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우리는 아이에게 귀 기울이지 않았다. 얼마나 많은 환자에게 그런 실수를 저질렀는지 모른다.
# 아프간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가진 나라다. 아이들의 티 없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원래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는데, 전쟁으로 마음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것이었다. 그 마음을 조금만 달래주면 그들도 이내 밝은 표정으로 웃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