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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830411
· 쪽수 : 392쪽
· 출판일 : 2012-09-26
책 소개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2005년 5월 첫 번째 토요일
1화. 7년 후
2화. 전남편과 전부인
3화. 미야
4화. 전처의 자격
5화. 다급한 고백
6화. 애틋한 부정
7화. 연애부터 다시 할까?
8화. 아임 쏘리 베이비
마지막 이야기, 힐링
저자소개
책속에서
혜원은 신후가 아무리 웃는 얼굴로 다가와도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역시 그녀에게 받은 상처가 심해 가까이 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미야를 위해서 신후에게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면 아직은 좋은 시기가 아니었다.
“엄마,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해.”
혜원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웅얼거릴 때 태원이 들어오며 소리쳤다.
“그놈의 시간을 얼마나 지체하려고 그래! 벌써 7년이잖아!”
“오빠…….”
“돈 벌어야 한다면서 미야를 어머니 손에 맡기거나 수찬 엄마한테 맡긴 것도 시간이 필요해서였어? 너 유치원에서 하는 말도 못 들었어? 미야한테는 아빠가 왜 없냐고 묻잖아.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거 못 봤냐고!”
태원이 쏘아붙이자 혜원은 할 말이 없어 고개를 숙였다.
“나도 그건…… 마음 아팠어.”
“마음만 아파? 좀 더 심각하게 생각했어야지!”
“알아, 나도 아는데…… 휴, 오늘의 일은 오빠하고 엄마 잘못도 있어. 그리고 신후 씨와 내 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해. 난 그렇게 생각하니까 괜히 나서서 일 키우지 마.”
혜원이 제 의사를 분명히 하고 2층으로 올라가려 할 때 태원이 쐐기를 박았다.
“그래, 우리가 성급했다고 치자. 그런데 너도 한 가지만 알아둬. 너도 결코 현명한 건 아니야. 그러니까 내 입으로 미야 얘기 꺼내지 않게 해.”
혜원은 계단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내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한국에 들어오면 분명 신후하고 한번 정도는 마주친다고 했지? 그때 미야 얘기해야 한다고 했을 때 넌 할 거라고 당당하게 말했어!”
“할 거야! 근데 시기는 정하지 않았어!”
“그럼, 그 시길 내가 정해줄게. 석 달 안에는 해라. 석 달이면 시간 충분하지?”
혜원은 대꾸도 하지 않고 일부러 쿵쿵 소리가 날 정도로 심기 불편한 걸 알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제 방에 들어가 핸드백을 침대에 내던지며 화장대 의자에 앉았다.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한숨을 내쉬던 그녀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측은하게 보다가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서 호야의 베넷저고리를 꺼낸 혜원은 그것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미야에게도 입혔던 소중한 유품. 호야의 베넷저고리를 입히면 미야도 첫아이처럼 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미야는 호야와 얼굴만 닮았지 성격이 너무 달랐다. 첫 임신처럼 요란한 태교도 없었고, 몸에 좋은 음식만 먹으려 했던 노력도 없었던 탓일 수 있겠지만, 미야는 혼자 노는 걸 좋아했고 겁이 많았으며 혜원의 눈치를 보는 편이었다.
아니, 모든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데 엄마를 더 신경 쓴다는 게 맞을 거다.
호야는 안 그랬는데…….
호야 때와 다르게 미야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막막하고 어렵기만 했다. 혜원의 눈가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호야……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지?”
혜원이 호야의 베넷저고리를 어루만지며 흐느끼자 호야가 나타났다. 호야는 혜원의 앞에 서서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아낼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물 대신 두 손을 뻗어 엄마를 위로하듯이 안았다.
[호야는 엄마가 아빠하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이렇게 떨어져서 지내는 거 싫어. 아빠가 많이 아파. 엄마보다 더 아파. 그러니까 호야 대신에 엄마가 아빠한테 가서 아프지 말라고 말해줘야지. 호오, 하고 바람 불면서 주문을 해야지.]
호야는 혜원의 등에 얼굴을 대고 손으로 토닥거렸다.
[엄마하고 아빠가 행복해져야지 호야는 천국에 갈 수 있어.]
엄마, 호야가 진짜 천사가 될 수 있게 행복해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