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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97875276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13-04-05
책 소개
목차
一章. 春風花發 秋夜月明(춘풍화발 추야월명)-봄바람에 꽃이 피고 가을밤에 달 밝거든……
-聖帝魂生子(성제혼생자)
-鬼將(귀장)
-福會(복회)
-꽃잠
二章. 同天如水 流水無情(동천여수 유수무정)-하늘은 물빛을 닮아 가는데 흐르는 물은 그저 무정하구나!
-婚姻同盟(혼인동맹)
-暑病(서병)
-蓮花茶(연화차)
三章. 深潭月影 相見夢境(심담월영 상견몽경)-깊은 연못에 달그림자 드리울 제, 꿈속에서 임을 만나네
-別離(별리)
-懷心病(회심병)
-混沌(혼돈)
-逆亂(역란)
-絶念(절념)
四章. 月色滿天 花影滿池(월색만천 화영만지)-달빛은 하늘에 가득하고 꽃 그림자는 못에 가득하다
-海漫漫(해만만)
-地老天荒(지로천황)
-백제 무왕 38년
-신라 인평 16년
外傳. 連理比翼(연리비익)
-진지왕 3년
-진평왕 2년
작가 후기
참고 문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녀는 발을 걷은 채 못 가장자리에 갓 피어난 연꽃을 따고 있었다. 서리처럼 하얀 소녀의 벗은 두 발이 비형의 눈을 찔러왔다. 누군가 저를 지켜보고 있는 줄도 모를 만큼 소녀는 연꽃을 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런 소녀가 앙증맞아 그 모습을 한참이나 넋 없이 바라보던 비형은 슬며시 웃음을 삼켰다.
그때였다. 한순간 물속으로 내딛는 발걸음이 위태롭게 흔들리나 싶더니 소녀의 몸이 그대로 꽃잎처럼 물속으로 떨어졌다. 아찔한 낙화(洛花). 비형의 눈이 커지며 머리보다 먼저 반응한 몸이 이미 그녀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비명소리가 채 귓가에 와 닿기도 전에 비형의 손이 물에 빠진 소녀를 잡아채듯 끌어올리고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거친 숨을 몰아쉬는 소녀는 비형을 올려다보았다. 놀란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이는 소녀의 손에는 연꽃이 쥐어져 있었다. 제 손에 쥔 연꽃보다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 있는 소녀의 젖어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휘둥그레진 눈을 보며 비형은 숨을 삼켰다.
오늘밤에는 달못에 달이 하나 더 떠 있었다. 비형의 팔에 안긴 채 올려다보는 소녀의 푸른 눈이 달을 품고 있었다. 밤하늘처럼 푸른, 달못처럼 깊은, 그리고 연꽃처럼 맑은 눈이었다. 명모류면(明眸流眄) 광류류(光溜溜)라는 말이 그저 옛 시인들의 과장된 흰소리는 아니었나 보다. 저를 올려다보는 소녀의 초롱초롱하게 반짝이는 눈을 보자 비형의 심장이 툭 소리를 내며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이 아이의 눈은 언제 이렇게나 깊어졌을까?’
마냥 천진한 웃음이 어여쁘던 아이였다. 함께 글을 읽고 배우면서도 그저 민들레 꽃솜이나 불어대는 소랑(小娘)인 줄 알았는데 아이는 어느새 그윽한 여인의 향기를 품고 있었다. 소녀란, 아니 여인이란 잠시 동안에도 이렇게 눈빛이 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비형은 지금에야 알았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염없이 서로의 눈빛에 빠져들었다. 마치 모든 것이 사라지고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